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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연극이 끝나고 난 뒤

thezine 2024. 3. 7. 00:42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는 세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네온을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힘찬 박수도
뜨겁던 관객의 찬사도
이젠 다 사라져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있죠
침묵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은 열띤 연길 보고
때로 울고 웃으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착각도 하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버리고
객석에는
정적만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로고 있죠
정적남이 남아 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이 노래는 연극이 끝난 뒤의 객석의 이야기다.
학생 시절 겨울 뮤직캠프가 끝나고 돌아와서

이제 이름도 낯설어진 PC통신에 올린 글에
'우리가 떠들썩하게 시간을 보냈던 유스호스텔 대강당은
지금은 춥고 고요하게 고독만 남아있겠지.'
...라는 식의 글을 쓴 적이 있다.

합창단 공연에서도 연주회를 마친 후 무대에서나 아니면, 양손 가득 물건들을 챙겨 마지막으로 나서는 길에나, 돌아보면 텅 비어버린 공연장 공간을 보는 기분도 그렇다.

합창동아리의 공연이 뜨거운 열광의 도가니였던 적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공연장에는 관객과 연주자가 내뿜는 집중력과, 기운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그러든 후에는 이어서 찾아오는 진공 같은 홀가분함이 있다.

위 책에서 그 때 '정적이 들린다'고 표현한 것이나, '정적은 작은 죽음의 순간'이라는 표현이 참 적절하다. 출장지에서 이동 중에 찾아오거나 했던, 뒷 걱정없이 잠깐이면 끝날 외로움, 달콤한 고독이 떠오르게 한다.

시끄러운 순간 후에 갑자기 조용해져야 정적이 들린다. 애초에 늘 고요한 곳에서의 정적은 얼얼한 백색소음처럼 느껴진다. 즐거운 고독을 맛보려면 다시 내일 하루 시끌시끌 달려봐야겠구나 싶다.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that I shall say goodnight till it be morrow"
- Shakespeare, Romeo and Jul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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