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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뮌헨 본문
개봉 즈음에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극장이었을까, VOD였을까 생각해보면, 2005년 12월 개봉이면 극장을 자주 다녔을 때였을 것이고, 아마 극장에서 보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극장 외에는 랜덤으로 얻어 걸리는 케이블TV와 극장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새로 나오는 괜찮다는 영화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에 드는 영화를 골라서 몇 편, 그리고 좋다는 한국영화는 좀 더 관대한 기준으로 골라서 극장에서 본다.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은 한국영화는 다시 넷플릭스나 VOD로 본다. 중년의 문화생활은 그러하다. 그런 와중에 넷플릭스에서 뮌헨을, 마치 책을 아~~주 여러 번에 오랫동안 긴 시간에 걸쳐 끊어 읽는 습관처럼, 이 영화도 요즘 몇 번의 퇴근 길과 오늘 남는 시간에 보았다. 3시간에 가까운 긴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를 그렇게 많이는 못보는 상황에서도 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이 영화가 나에게 인상 깊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은 영화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보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또는 나의 기억력은 붕어보다 조금 나은 정도인가 싶을 만큼 나의 기억력은 단편적이었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영화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순간 순간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효과음과 함께 과거를 떠올리는 '플래시백'처럼(플래시백 장면에 플래시 효과음 쓰는 감독들, 너무 단순한 거 아닌가, 혹은 너무 일 대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 영화를 보는 동안 옛날에 본 것이 기억나는 장면들이 잠깐 잠깐 등장한다.
주인공이 거래하는 프랑스인 정보원이 극 중에 두어 차례 좋은 치즈와 소세지를 보내준다고 할 때는 어떤 맛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영화에서는 심각한 장면)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고를 때 (또는 집 케이블 티비 앱에서 무료로 보여주는 영화를 고를 때) 선택 기준 중에 하나는 '~월~일까지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표시다. '뮌헨'이 1월에 곧 내려갈 영화라는 표시는... 사실 오늘 그 표시문구를 처음 봐서 그것 때문에 고른 건 아니다. 오늘 영화가 끝나가려니 이 영화에서 요즘 심각한 팔레스타인 전쟁(공식적인... 또는 좀 더 정확한 명칭이 뭔지 모르겠다.)이 겹쳐보인다. 뮌헨이 처음 나왔을 때 이스라엘도, 팔레스타인도 모두 이 영화를 비난했다는 평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반면 영화평 사이트에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 했다는 평을 받은 것 같긴 하다. 양쪽에서 비난을 받았다는 것은 지금도 왜 그랬을지 상상이 간다.
'뮌헨'의 마지막 장면인 위 사진에는 World Trade Center 빌딩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인다. 이 영화는 2005년에 개봉했다고 하니,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에 이 장면을 촬영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7X년의 풍경에는 보였을 빌딩의 모습을 일부러 CG로 넣은 것일 것이다. 2005년은 9.11의 기억이 지금보다 더 선명할 때니까, 그때의 영화평을 찾아보면 저 빌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아마도 일부러 CG로 넣고, 테러와 복수와 다시 복수가 반복되고 나중에는 누가 빌런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을 말하려고 한 것 같다.
한 때 시사잡지 TIME을 매주 챙겨 읽던 오래 전 시절에 이스라엘의 극우파 총리였던 사람이 세월이 꽤 지나서, 더 과격해진 채로 다시 이스라엘의 총리가 되고, 돌아온 그가 일으킨 전쟁으로 GAZA 지구 언론인만 해도 10%가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지는 지금, 다시 뮌헨을 보기에 시의적절하다. 그 당시에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쟁은 기사로 종종 등장했다. 팔레스타인 단체가 팔레스타인 자치구의 한 학교에서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스라엘은 발사된 장소롤 추적해서 폭격하고, 뉴스에는 '어린이들이 있는 학교를 이스라엘이 폭격했다'는 기사가 실리고, 그렇게 복수의 death spiral이 끝없이 이어지는 내용들이었다.
그 외에도 느낌은 대니얼 크레이그인데 설마 아니겠지 했던 조연이 그 사람이 맞았다.
그리고 오늘은 맥주캔을 따지 않으려고 했는데, 시의적절하게도 마침 냉장고에 Munich Lager가 있어서 딱 한 캔을 비운다. 독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는데, 뮌헨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계엄 탄핵 정국에도 외국인들이 (예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에 놀러오는 이유가 그런 거겠지. 환율 좀 내리면 그때 가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이 영화에는 초반에 뮌헨 올림픽의 이스라엘 선수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납치극 장면 외에는 뮌헨이 다시 등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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