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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는 독일인입니다 본문
이 글을 쓰면서 표지 이미지를 검색하고 보니 이 책을 애초에 내가 읽으려고 한 이유가 '문재인의 독서노트'에서 이 책을 추천했기 때문. 그러고 보면 출판사에서는 '독서노트' 하나만으로도 수십 권의 책에 '문재인 대통령 추천' 문구를 추가했을 것 같다. 1쇄로 끝나는 책이 대부분인 출판시장에서 2쇄를 향한 몸부림.
이 책은 일단 하드커버에 A4에 가까운 크기, 두께도 2cm쯤 되는 '큰 책'이다. 무겁고 커서 갖고 다니면서 읽을 생각은 못했다. 저자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말투에는 독일어 억양이 분명한 독일계 후손으로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유대계 남편과 결혼하고, 독일인으로서 원죄와 같은 죄책감을 갖고 살다가 본인의 뿌리, 특히 외할아버지가 나찌였을까, 아니었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는 내용이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인들이 역사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전범 재판과 사죄의 행위들이 있었는데, 실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은 어땠을지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의 삶을 포기하고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독립투사와 적극적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자칭 대한민국 1호 세일즈맨이 생각나네...) 사람들이 있었고, 평범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중간 어디쯤에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 독일은 대략 나찌(제일 나쁜 놈), 부역자(꽤 나쁜 놈), 동조자(나쁜 짓은 하지 않지만 본인의 이익을 위해 어딘가에 이름을 올리거나, 절대 공공연하게 나찌에 반항하지 않는 것과 같은 소극적 협조?), 무관한 사람 같은 개념으로 사람들을 분류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2차대전 영화에서 보는 대다수의 독일인은 나찌 아니면 부역자에 소수의 동조자, 소수의 무관한 사람이지만, 실제 전장에 참여하지 않은 다수의 독일 민간인들은 상당한 수의 부역자, 그리고 대다수의 동조자, 소수의 반대세력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뚜렷하게 부역의 흔적이 없는 사람들은 '적어도 내 가족/부모님은 기껏해야 동조자였거나, 그보다 더 무관한 삶을 살아왔을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의식적으로 망각을 하며 지내온 것 같다.
이 책에 중간 중간에 새로운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이 '하이마트'라는 단어는 자주 등장한다. 저자가 직접 겪지 못한 부모님의 고향이나, 독일의 문화, 음식, 역사가 친숙하게 느껴지는... 물품, 공간 모두에 쓸 수 있는 단어인 것 같다.
이 책에는 사진 오른쪽에 나오는 화풍의 삽화가 많이 등장한다. 위 장면은 작가가 독일의 부모님의 고향을 방문했다가 들른 술집이, 사실은 외할아버지가 어릴 때 드나들었다고 전해 들었던 식당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내용이다. 조부보, 증조부모가 생활하던 공간이 지금도 식당/술집으로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문화재를 제외하면 50년 넘은 무언가를 찾기가 쉽지 않은 한국에서 살아가다 보니 유독 눈에 띄었던 장면.
이 책의 영어 제목은 Belonging: A German Reckons with History and Home 이다. 가족의 역사를 파고드는 과정 자체가 관심을 끈다. 어른이 된 후 부모님께 들었던 그 세대의 삶의 기억이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고 고되었던 것을 깨닫고, 그 시기의 일상은 지금 상상하는 것과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신기함, 이질감,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정리하고 2세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이 개인적인 것이 창의적이라고 했는데, 한편으론 개인적인 것이 역사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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