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기변병(機變病:기종 변경 병) 본문

잡담끄적끄적

기변병(機變病:기종 변경 병)

thezine 2007. 2. 23. 16:21
사용자 삽입 이미지

Canon에서 새로운 기종을 발표했다고 한다.
1D Mark-II n 이라는 기종의 후속으로  1D Mark III n 이라는 기종이 나왔다고 한다.

이 전 기종은 줄여서 '막투엔'으로 불리웠는데 '1초당 8연사'로 흔히 '프레스 기종'으로 불렸다.
프레스 기종은 말 그대로 기자들이 많이 쓰는 기종을 말한다.
기자들이 쓰는 카메라는 초점을 빨리 잡고 연사가 빠른 등 순발력과 화질 둘 다 중요한데
그 전까지 이 분야에 강자로 군림하던 기종의 후속 기종이 발표된 거다.

그런데 이렇게 그 반응이 장난이 아니다. 우선 기능 개선이 엄청나다. 초당8연사를 초당10연사로 더 개선하고 ISO를 6400까지, 상용 ISO를 3200으로 잡았다고 한다. (ISO는 필름의 감도를 표시하는 수치인데 숫자가 높을수록 어두운 데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만 ISO가 무한정 높다고 좋다고 볼 수 없는 게, ISO가 높을수록 '노이즈'라고 하는 거친 입자가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캐논은 디지털이미지 처리 프로세스를 통해 이런 노이즈를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난 편이었다. 여기에 상용ISO를 3200으로 잡았다는 건 왠만한 어두운환경에서도 무리 없이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LIVE-VIEW 기능을 추가했다. DSLR은 일반 디카와 달리 액정을 보면서 찍을 수 없고 VIEW-FINDER를 통해서 피사체를 보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DSLR에서도 일반 디카처럼 액정을 보면서 찍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액정은 3인치로 상당히 커졌다.

또한 센서 청소 기능을 추가했다. DSLR은 일반 디카(일명 똑딱이)보다 센서가 10배 정도 이상 더 크다. 그 만큼 센서에 먼지가 묻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렌즈를 바꿔끼면서 먼지가 들어가는 경우도 더 많은 만큼 센서 청소 기능은 유용하다.


말하자면 참 길지만 여기에서 새 카메라 기능 설명하는 건 애당초 목적이 아니었고..^^; 아무튼 무지 좋은 성능을 가진 카메라다. 카메라 좀 안다 하는 사람들에겐 '괴물'이라고 불릴 만큼 엄청난 기능을 1-2개도 아니고 여러 개를 왕창 개선해서 등장했다.

게다가 가격마저도 예상을 뒤엎는 저렴한(동급 기종에 비해서) 가격으로 출시됐다. 그렇다보니 경쟁사(니콘...) 뿐 아니라 기존의 캐논 제품의 중고가격이 확 떨어질 상황이 되버렸다.

막투엔은 단종이 되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고 한 단계 아래 급에서는 돈 조금 보태서 사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 만한 카메라이다보니 연쇄 반응으로 초중급 기종들에 마저도 영향을 미칠 듯 하다.

얼마나 카메라 동호인들이 놀랬는지 게시판을 뒤져보면 관련글이 무지 많이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LR클럽 캐논동호회 게시판



물론 앞서 말한대로 프레스 기종이다보니 가격도 비싸고 사용자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현재 고급 기종은 대부분 캐논이 독식하고 일부만 니콘이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하지만 숫자만 따졌을 때는 보급, 중급기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고급 기종의 출시를 낮게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많이 안 팔린다고 페라리를 얕잡아 보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신문이나 TV에서 사진 기자들이 야구장이나 농구장, 테니스 코트에 몰려 있는 사진을 보면 캐논의 상징인 하얀망원렌즈를 낀 카메라들이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최상급 기종이다보니 나에겐 직접적인 관심이 없는 물건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워낙 엄청난 성능에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출시가 됐고 사람들이 술렁이는 걸 보면서 나도 '어 뭔 일 났나?' 하면서 재미있게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보고 있다.


한 편으론 이렇게 새로 나온 괴물 카메라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 '사진을 찍는' 일 자체보다는 '좋은 기능의 카메라 자체'에 집착하는 것으로 주객이 바뀐 상황도 참 재미있다. 물론 그걸 꼭 나쁘게 보진 않는다. 취미 생활이란 것에서는 그런 매니아적 깊이와 외곩수 집착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그런 집착이 높은 단계까지 오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클래식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속도나 편의성이 아닌 '골동품'에서 느낄 수 있는 멋과 역사를 즐기기데 가치를 부여하듯 어떤 사람들은 훌륭한 성능을 가진 카메라 자체를 감상과 숭배의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남자들은 나이가 들어도 장난감을 좋아하는데 다만 대상이 카메라, 자동차, 오디오..등 다양하게 바뀌는 거라는 재밌는 말이 있다. 뭔가 수집을 하거나 뭔가 만들거나 하는 것도 다 크게 보면 기본적으로 같은 행위로 보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 볼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가 선택한 제품에 대한 칭찬이다. DSLR의 경우에는 캐논과 니콘이 일반적으로 경쟁 업체로 여겨진다. 시장 점유율만 따지면 캐논이 2위인 니콘과 큰 차이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니콘도 훌륭하고 나름의 특징이 있는 카메라를 만들고 있고 이 때문에 니콘 유저들은 대체로 캐논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있다.
 
그래서 캐논의 카메라나 렌즈를 훌륭하게 묘사한 글에는 쌩뚱맞게 '저는 그래도 니콘이 좋습니다' '저는 니콘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리플이 달려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에 썼던 디카, '코니카 미놀타'의 'Z3'는 단점도 있지만 나름 훌륭한 화질과 특유의 색감이 마음에 들었던 카메라다. Z3를 쓰면서 단점이라 생각되는 점을 묻는 글을 Z3 동호회에서 봤는데 약간 신경질적인 리플이 달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말하자면 구입해서 애착을 갖고 쓰고 있는데 누군가 단점을 지적한 걸 보니 기분이 나빠지는 거다.

누구든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믿고 싶어한다. 물건을 사기 전에는 제품 리뷰 사이트나 가격 비교 사이트를 통해 꼼꼼하게 따져보지만 일단 물건을 사고 난 후에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본능적으로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물건 사고 난 후에는 가격 정보 사이트는 쳐다도 안본다는 말이 생긴 것인가.)

아마 나도 카메라에 대해서 어떤 형태로든 그런 게 있겠지... ^^ 그래도 사실에 귀를 막게 되는 정도로는 되지 않기 위해선 약간의 노력은 필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MarkIII n 샘플 이미지


사진에는 exif정보라는 게 실려져 있다. 위에 나온 것처럼 제조사, 모델명, 셔터 스피드, 노출, iso감도 등 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다. (이미지 편집 과정에서 exif 정보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위 사진은 MarkIII n으로 찍었다는 샘플 이미지다. 촬영 날자가 작년 12/12이니 이미 11월 전에 개발이 완료되었나보다.

위의 '모델명 Canon EOS-ID Mark III 라는 글자가 눈에 쏙 들어온다. 참고로 full size의 원본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보시라. 저런 멋진 사진을 보면 나도 사진을 멋지게 찍어보고 싶다는 '뽐뿌'가 밀려온지 않는가? ^^

http://web.canon.jp/Imaging/eos1dm3/downloads/landscape2.jpg


'잡담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결합  (0) 2007.04.01
hsk project  (3) 2007.03.19
Ennio Morricone  (2) 2007.02.13
여행작가 '오기사'  (0) 2007.02.08
비교문학  (2) 2007.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