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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비평

중앙선데이

thezine 2008. 1. 14. 10:22

중앙선데이의 판형이 바뀌었다. '베를리너'판형이라고 하는 작은 사이즈다.

반으로 접었을 때 A4보다 조금 큰 정도가 서류가방에도 들어간다.

신문사로서는 엄청난 거금인 350억인가를 들여서 새 윤전기를 들여왔다고 했다.

새해부터 거금을 들여 판형을 바꿀 것이며

이것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어쩌구저쩌구,

판형 변경에 부여할 수 있는 모든 의미를 부여하고 광고를 했었다.

마 지금 중앙일보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판형변경을 알리는 팝업 광고가

직도 걸려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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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소로 처음 배달된 오늘자 중앙선데이를 읽던 중에 이런 광고를 봤다.

일본의 기계회사의 광고다.

소비재도 아니고 윤전기를 만드는 기계회사의 광고다.

중앙선데이의 독자를 통틀어서 윤전기를 살 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윤전기를 만든다는 동경기계제작소가 돈 주고 이 광고를 냈을리는 없다.

아마 윤전기를 들여오면서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려고 신문사에서 제안을 하고

기계제작소에서는 모양새를 갖추는 차원에서 실린 광고였을 것이다.

광고 디자인이나 문구가 일반적인 것과는 달리

그닥 성의없이^^; 만든 듯한 것도 눈에 보인다.


온오프라인을 가릴 것 없이

미디어에게는 '지면'이 곧 '돈'이자 생존 수단이라는 점을 새삼 느낀다.


중앙선데이가 판형 변경을 하면서 개편도 단행했다.

이런 저런 변화들이 있는데 광고 배치가 특히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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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를 정중앙에 배치하고 그 주위를 둘러싸도록 기사를 배치했다.

독자들은 어차피 기사를 보려고 신문을 보기 때문에

이렇게 배치를 하면 광고가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는 그 이상의 효과도 있을 터.


이사를 하느라고 다 찢어서 그릇/컵을 싸는 데 써버려서

지난주 중앙선데이는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지난호에는 새로운 필진으로 추가된 문정인 교수의 글이 실렸다.

부시가 '뭐든지 클린턴이 했던 것은 반대'로 한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를 보면서 TIME이 생각났다.

다른 서구 미디어는 자주 챙겨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지만

TIME만을 보자면, 언론사로서 나름 진보와 보수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긴 하지만

일반 기사 외에 실리는 논설면에는

진보-민주당파 필자와 보수-공화당파 필자의 글이 번갈아가며 실린다.

Crauthammer, Eberstadt, Joe... 뭐였더라...

자주 고정적으로 등장을 했던 필자들이라 내가 이름을 대충 기억할 정도.

처음엔 무심코 지나쳤던 이름들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TV나 다른 매체에서 보수, 진보의 대표적인 논객으로 거론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현정부와도 관련이 있었던 진보 성향의 학자를 필진으로 영입하는 걸 보면

중앙선데이도 진보의 색채를 더해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 게 아닐까?


한국 언론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색채가 명확히 나뉘다보니

언론사가 스스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드물었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진보언론이건 보수언론이건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경기를 해왔지,

진보와 보수가 한 지면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별로 보지 못했다.

(낙선연대의 활동에 대해 진중권과 이문열이 재미있는 지상논쟁을 펼친 적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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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신문'

진보를 표방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주류 언론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그 중에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를 아십니까'라는 책까지 나와서 조목조목 비판을 받는가 하면

'조아세(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시민단체가 있을 정도.

언론이 문제건, 비판하는 사람이 문제건 간에 아무튼 특이한 현상이다.

내가 2000년에 책을 통해 '안티조선'을 처음 접했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주류 언론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된 건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한국 언론의 구조상 근본적인 개혁은 어려워보인다.

보수적인 새 정부는 가급적 보수 언론이 더 많은 언로를 장악할 수 있도록 신문법을 개정할 분위기다.

군소 언론이 생존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공동배달제도 같은 건 영원히 덮여질 수도 있다.

사주의 성향에 따라 논조가 결정되는 한 내부적인 치열한 논쟁 따윈 존재할 수가 없을 터.


5공시절 사세를 900% 넘게 성장시켰던 조선일보,

이번 대선에서 대놓고 한나라당 편을 들어준 동아일보.

그나마 중앙선데이에서 진보적 필자를 일부나마 만날 수 있다니 다행이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필자도 의외로 더 많다. ^^

물론 구멍가게 구색갖추는 식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져보는 건 정신건강에...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