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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

thezine 2008. 6. 21.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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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조계종의 조선일보 불매운동

 조선일보를 검색하니까 위의 사진이 나온다. 인쇄된 신문의 1면 모습 같은 이미지를 찾았는데 쉽게 찾아지지 않아서 그냥 위의 사진을 올렸다. (사실 일반적인 안티 조선운동과는 성격이 다른 불매 운동이다. 신정아-변양균 스캔들로 시끄러울 때의 일이다. 정권 실세의 배려 덕분에 특혜를 받은 사찰을 조선일보에서 보도하자 조계종에서 조선일보 불매 운동을 벌였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대형 교회 목사들의 비리를 보도하자 신도들이 MBC 앞으로 몰려가서 농성을 했던 일과 판박이다. 다만 불매운동의 타겟이 나쁜 언론의 대명사인 조선일보라는 점에서 환영을 받았다는 차이가 있다.)


 안티 조선 운동이 시작된지도 벌써 꽤 오래됐다.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의 줄임말인 '조아세'라는 모임도 있고 조선일보의 폐해를 정리한 '조선일보를 아십니까'라는 책도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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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읽었던 책

 조선일보의 문제점은 일일이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일제시대에서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매일같이 바이러스 같은 글을 퍼트리고 있다. 일제시대의 친일행위부터 독재정권의 시녀 역할, 후에는 독재 정권의 동반자 관계로 전두환 집권 시절 동안 사세를 900% 이상 확장시키기도 했다.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입맛에 맞는 부분만 보도하는 방식으로 조선일보가 추구하는 이익을 위한 보도를 해왔다.

 조선일보의 폐해가 이렇게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데 왜 조선일보는 여전히 잘 나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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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xchart.net/P000004660


 <조중동 이야기>

 조선, 중앙, 동아일보는 일반적으로 조중동 순서로 불리운다. 다만 보도 주체가 중앙일보일 경우 '중조동'이라고 쓰고 동아일보일 경우 '동조중'의 순서로 쓴다. 자사를 먼저 앞세우되 조선이 1위라는 점은 인정하는 듯 하다. 요즘은 쇠고기 파동 덕분에 조중동의 폐해, 말바꾸기 등이 선명하게 부각되다보니 안티 운동이 더 늘어났다. 요즘 추세는 '조중동'이라는 표현과 더불어 영어 약자인 CJD도 함께 쓴다. 마침 광우병의 정식 명칭은 '변형크로이펠츠야콥병'으로 vCJD라고 쓰는데 재밌는 우연의 일치다.

 조중동의 점유율이 원래 높기도 하지만 특히 강남구에서는 조중동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메이저 3사의 구독율을 중복 조사한 합계가 100%를 넘는다.


 항공산업계에서 일하는 지인 '정 모씨'에 따르면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조선일보를 찾는다고 한다. 조선일보와 중앙/동아일보의 점유율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반면, 비즈니스 탑승객들은 오로지 조선일보를 찾는 승객들이 많다. 신문별로 골고루 탑재하다보면 조선일보가 먼저 없어져서 늦게 탄 승객들이 왜 조선일보가 없냐고 항의성 질문을 하기도 한다.

 요즘 광고 불매 운동으로 광고 매출에 타격을 많이 입은 조선일보 관계자가 들으면 기분 좋을 일이요, 중앙-동아를 따로 찾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중앙동아 관계자에겐 섭섭할 일이다.

 비행기표 가격은 조건에 따라서 워낙 천차만별이라 한 마디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비즈니스 좌석의 비행기표는 일반 비행기표보다 2배 정도 비싸다. 의자도 더 넓고 편하고 비행기에 타고 내리는 것도 먼저다. 음식은 에피타이저와 디저트가 따로 나오고 제공되는 음료, 와인도 더 고급이다. 그 정도의 차이를 위해 2배 가격의 비행기표를 구입하는 사람들이니 대체로 잘 나가는 사업가들, 연예인,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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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이런 '전문직'



 나름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고 똑똑한 사람들인데 왜 조선일보를 찾는 걸까, 이렇게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한가지 답이 될 만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조선일보의 폐해를 익히 알고 있던 사람이 의사인 처남과 대화하던 중에 처남이 안티조선 운동을 비난하더란다. 내가 알아서 신문을 골라서 보는 건데 왜 남들이 보라 마라 하느냐는 거다. 자기도 배울만큼 배웠고 알만큼 아는 사람인데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다.

 이해 당사자가 아닌데도 안티 조선 운동에 대해 반발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조선일보를 끊어도 하등 손해볼 것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 조선일보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마치 조선일보를 선택한 자신에 대한 비판하는 것처럼 느낀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행동이 직간접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것 같으면 본능적으로 반발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도 있고, 또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행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많이 소비하고 쓰레기를 많이 버리지만 자신은 산이나 하천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아무런 나쁜 영향을 끼친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그렇다.

 숱한 왜곡보도와 그에 반발하는 시민 운동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가 건재하는 데에는, '내가 의사인데, 내가 교수인데, 내가 회사 사장인데, 난 언론인인데 누가 감히 내가 보는 신문을 나쁘다 어떻다 하는가' 하는 심리가 일정 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거기에 덧붙여 메이저 신문사들은 편집, 구성같은 신문을 만드는 기술적인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해당 신문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의사, 기업인, 교수, 고소득층,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흔히 하기 쉬운 착각이 있다. '전문인'을 '지성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아무리 의술이 뛰어난 훌륭한 의사라 해도 메이저 신문사가 쉽게 말을 바꾸고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기까지 한다는 사실들은 이런 시민 운동가들이 없으면 영원히 알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 물리학계의 거두라고 해도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한 분야에서 나름 지식을 쌓았다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문인들이, 사회의 opinion leader라고 하는 사람들이 겸손함을 가져보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 자신의 전문분야를 제외한 분야에 대해서는 자신도 문외한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 조선일보를 포함한 신문3사의 폐해가 널리 알려졌다. 어쩌면 어떤 시민운동가도 하지 못한 일을 이명박 정부가 해낸(?) 셈이다. 단기적으로 신문사들의 광고 매출이 대폭 줄어들었는가 하면 한겨레, 경향 같은 진보 성향 신문에 광고가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름 똑똑하다는 사람들의 다수가 조중동을 선택하고 있다. 비즈니스 탑승객들이 더이상 특정 신문만 찾지 않는 그날까지, 소수의 극우 독자들만 구독하고 지성을 가진 일반인들의 조소를 받는 프랑스의 극우 신문 취급을 받는 그날까지, 안티 조선 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