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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중국 기사의 새 트렌드: 중국 포털 검색해서 번역하기

thezine 2008. 8. 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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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기사(DAUM 캡쳐)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던 중 이 기사가 눈에 띄었다. 세계일보의 기사다.  중국 정부가 기독교(개신교와 카톨릭)를 억제하는 상황인데 기독교가 올림픽 외교에 기여했다는 기사 제목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읽어봤다. 읽던 중에 위에 밑줄 쳐놓은 '전례'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보통 한국어에서 전례라고 하면 주로 '예전에 있었던 비슷한 일'을 가르키는 전례(前例)를 주로 의미한다. 하지만 이 기사에 쓰인 '전례'라는 단어는 그와 달리 '의식(ceremony)'을 의미하는 전례(典禮)로 쓰였음이 분명하다. 이 기사는 '중국에서 주일미사에 참석했던 미국인이 중국의 미사 역시 미국의 천주교회에서 드리는 미사와 형식과 과정이 동일해서 신기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쓰인 전례라는 표현은 '의식(ceremony)'을 가리키는 중국어 표현이다. 한국어에서 전례라는 단어를 前例가 아닌 典禮로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뿐더러 아마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기사가 중국의 인터넷 기사를 그대로 번역해서 사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일한 내용의 중국 신문 기사를 접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는 단순한 내 추측일 뿐이다.

 다만 요즘 중국 언론을 번역해서 국내에 소개하는 것이 언론계에서 유행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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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언론, '올림픽 이후 경기침체 없을 것' (CBS 기사 캡쳐)

 위의 기사에서도 '중국 신경보'라는 신문을 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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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감독 비난에 중국-대만 언론도 가세(조이뉴스 캡쳐)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신문사인 '조이 뉴스'라는 매체에서도 대만의 롄허바오(연합보), 중국의 텅쉰왕(등신망)이라는 매체를 인용하고 있다. 둘 다 한자만을 사용하는 중국어 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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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중국언론, "올림픽 성공, 중국의 자부심" (CBS 캡쳐)



 위 기사에서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관영 'CCTV', 중앙통신사 '신화통신', 그 외에 유명 매체들을 인용해서 중국 언론들의 분위기를 종합해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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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올림픽 성화봉송 폭력사태에 대한 글을 쓰느라 중국의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면서 느낀 건 양국 모두 상대 국가의 온라인 정보에 밝다는 점이었다. 나 역시 중국어를 공부해서 중국어로 된 토론 사이트를 보면서 네티즌들의 생각을 읽어보고 그 중 일부를 번역해서 한국에 소개했다. 그리고 내가 번역해서 소개한 내용 중에는 중국 네티즌이 한국의 DAUM 등 포털에 올리온 리플들을 캡쳐해서 올린 자료가 종종 눈에 띄었다.

 한국인들은 중국어로 된 자료를 보며 직접 중국 넷심(net心;네티즌 여론)을 접할 수가 있고 반대로 많은 중국인들이 상당한 한국어 실력을 활용해 한국 언론 기사와 한국 네티즌들의 리플을 접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때론 언론이든, 네티즌이든 일부 극단적인 악플을 유포하면서 감정을 자극하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지난 번에 블로그에 올린 "한중일의 감정적 대립: 신쾌보(新快報)의 오보에 대해"라는 글에서도 이 같은 점을 언급했었다.)

 이런 주제는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가 쉽다. 그리고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의 경우 악플을 침소봉대해서 자신의 기사에 사람들이 주목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기자가 아니더라도 상대방 나라를 싫어하는 일반 네티즌이 이처럼 왜곡, 과장을 유발하기도 한다.

 중국 사천성에 지진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을 때 한국의 일부 악플러들이 '천벌'이라느니 하며 악플을 달기도 했지만 게시판에는 이를 질타하던 리플이 그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어떤 중국 네티즌이 중국 웹사이트로 퍼간 자료에는 오직 악플만 담겨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수 언론들이 왜곡을 위해 종종 사용하는 수법이기 때문에 중국 네티즌만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식으로 감정적 대립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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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요즘 들어 중국 관련 기사의 상당수는 기존의 기사 형식과는 다른 느낌이다. 국내 기사의 경우는 기자들이 발로 뛰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해외 기사의 경우 현지 중앙통신사(한국의 연합뉴스, 일본의 교도통신, 중국의 신화통신, 프랑스의 AFP, 미국의 AP...etc)가 현지에서 취재해 영문으로 번역해 전세계로 송고하는 형식의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중국 언론과 웹사이트,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접한 정보를 번역하고 종합하는 형식의 기사는 기존에는 흔치 않았던 방식이다. 다만 영미 계열의 유력 언론 기사, 그리고 일본의 언론 기사를 번역하고 인용하는 경우는 있었는데 이제 다음 차례가 중국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익숙한 외국어인가 아닌가 하는 점과 관련이 있다.)

 경우에 따라 웹서핑으로 얻은 자료를 짜집기해서 대학생들 숙제 만들듯 하는 기사처럼 비판을 받을 만한 기사들도 있지만(주로 중소 무명 언론사의 기사가 그렇지만 가끔은 중앙 유력지가 그런 행위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가끔은 온라인의 근거 없는 자료를 사용해서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관련 기사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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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원조’가 중국이라고? (동아일보 기사, CYWORLD에서 캡쳐)



 이 기사의 경우에도 약간은 그런 의심을 해볼 여지가 있다. 란저우 대학의 '링홍링'이라는 교수가 어떤 매체에서 저런 주장을 했는지, 이 기사의 소스는 무엇인지에 대해 표시가 되어있지 않다. 이런 주장의 경우 중국의 일반인 대다수는 접해보지 못한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과도하게 자국 중심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주장 때문에 주류 학계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주장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에도 '한단고기'처럼, 역사적 사료로 인정하기 어려운 문서를 근거로 한반도가 과거에 어떠했다느니 하는 황당한 주장을 진지하게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주장의 경우 대부분 주류 학계에서 무시를 당하고 있고 일반인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내용이다. 그런에 이와 같은 주장을 가지고 중국 언론에서 "한국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고 소개한다면? 이런 기사는 분란과 감정대립을 조장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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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기사를 번역해서 소개하는 언론이 많다는 글 안에 양국 네티즌과 양국 언론들의 선정적 기사를 지적하는 이유는, 양국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양국 네티즌의 감정 대립에 대한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어, 한국어를 배운 적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다른 사람들이 번역하고 소개한 자료를 근거로 판단할 뿐이다. 언론 매체에 대해서 도덕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들이 접한 정보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올바로 전할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국어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들 역시 그와 같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혹여나 한국의 보수 언론을 비판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왜곡과 과장에 일조하는 사람이 없기를 희망한다.

 
 중국 언론의 기사를 소개하는 한국 언론 기사는 아주 많기 때문에 위에 예시로 든 기사들을 찾기는 쉬웠다. 중국 언론과 넷심을 소개한 기사는 많지만 기사의 수준은 아주 다양하고 제 각각이었다. 그 중에는 질 낮은 기사도 있지만 때때로 좋은 기사도 있었다. 그 중에 읽어볼 만한 기사가 있어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이 기사에서는 '국제선구도보'와 '환구시보'와 같은 유력 매체의 기사를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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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