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칠레 대표작가 이사벨 아옌데 作 세피아빛 초상 본문

서평&예술평

칠레 대표작가 이사벨 아옌데 作 세피아빛 초상

thezine 2008. 6. 7. 23:0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사벨 아옌데'는 칠레의 유명 소설가다. '세피아빛 초상'은 그가 쓴 소설 3연작 시리즈 중에 가장 늦게 나온 책이다. 이 소설 3연작은 한 가족의 각각 다른 세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3연작 중 가장 먼저 나온 책은 '영혼의 집'이라는 소설인데 나는 영혼의 집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영화로 접했었다.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나는 칠레의 근대사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아옌데 좌파 정권이 있었다는 사실이나 그 정권이 군사 쿠데타로 무너졌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국토가 가장 긴 나라이며 와인이 유명한 나라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명박이 칠레 대통령이 됐으면 국토가 가장 길고 바다에 접한 칠레에마저 대운하를 건설했을 거라고 하는 우스개소리 정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독일어로는 das Geisterhaus, 원래 스페인어 제목은 la casa de los Espiritus


 영혼의 집이라는 영화에는 제레미 아이언스, 글렌 클로스, 안토니오 반데라스, 메릴 스트립, 위노나 라이더 같은 유명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때 영화를 보고 나름 감동해서 감상문을 써서 고등학교 교지에 기고했었다. (교지가 울산집에 있는데, 옆에 있었으면 오랜만에 들춰보고 싶다.) 아옌데 정권이 군사 쿠데타에 무너지고 칠레 사회가 일대 혼란에 빠지는 시기를 그린 소설이자 영화.

 그런데 영화를 볼 때는 원작자의 성 역시 아옌데라는 점은 몰랐다. 최근에 '세피아빛 초상'을 소개하는 글에서 원작자 이사벨 아옌데가 아옌데 전 칠레 대통령의 조카라는 사실을 알고 흥미를 느껴 소설책을 샀다. 소설책은 별로 읽지 않는 편인데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두꺼운 책을 꽤 빨리 읽어버렸다.

 아옌데의 작품은 '영혼의 집'을 영화로 접해본 것과 '세피아빛 초상'을 읽어본 게 전부이지만 나름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역사적인 배경이 내용에 중요한 일부라는 점, 가족사(史)를 중심으로 하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극적이거나 '대하드라마'같은 비장한 느낌이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칠레의 수도는 '산티아고'라는 곳이다. 칠레의 국민소득은 $9000 정도인데, 삶의 질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의 삶의 질은 국민소득 3만달러가 되도 크게 나아지기 어려울 듯 하다.) 칠레의 국민 소득 수준은 남미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멕시코가 $8000 정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는 $5000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칠레는 다른 남미 국가들처럼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소설의 한 부분에는 '칠레의 귀족들은 자녀들이 성장하면 유럽을 몇 달씩 여행하고 오도록 시켰다'는 내용이 나온다. 유럽 사람들이 뿌리를 내린 경우가 많고 원주민, 원주민과의 혼혈이 다수를 이룬다.

 주인공은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 태어난다. 중국인과 칠레 출신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어머니, 그리고 칠레 출신 부자의 아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칠레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비소설의 경우에는 서평에서 내용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소설책이니 만큼 책 내용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만.(글을 쓰면서 자료를 찾다 보니 지쳐서 그렇기도 하고.)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미국과 칠레도 자주 오가고 유럽 여러 나라들도 돌아다니곤 한다. 우리나라는 그저 아래로는 섬나라 일본이 있고 위로는 커다란 중국이라는 나라에 가로막힌 작은 세계가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세상을 살아왔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북쪽은 이제 북한에 가로막혔으니 섬나라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유럽은 그와는 사뭇 다르다. 이웃 나라들끼리 다툼도 있었고 전쟁도 수 차례 벌어졌고 한 편으로는 쉽게 국경을 넘나들며 교류해왔다. 심지어 왕조들도 이 나라의 공주가 저 나라에 시집가고 이 나라의 왕족이 저 나라에 가서 왕이 되는 곳이었다. 백인과 유럽의 세계는 그런 방식으로 섞이고 교류하고 돌아다니는 식이었고 그런 분위기는 '신세계'였던 미 대륙에도 마찬가지였나보다.

 북미는 크게 미국과 프랑스가 양분해서 미국이란 나라가 세워지고 캐나다라는 나라가 세워졌는데 남미는 전체적으로 스페인의 후예들이 지배했다. 유럽에서도 느긋하고 여유가 많은 사람들로 알려진 스페인의 후손들이 뜨거운 밀림과 원주민의 문화와 뒤섞이다보니 지금의 남미 문화가 생겨난 듯 하다.

 전에는 남미 여행을 가면 아르헨티나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남미 속의 유럽의 흔적이 많은 나라, 남미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남미 여행에 꼭 칠레를 포함시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남미 여행은 도대체 언제쯤 갈 수 있을까? 가기는 갈 수 있을까? 여행 욕심은 갈수록 커지면 커졌지 줄지를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