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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의 감정적 대립: 신쾌보(新快報)의 오보에 대해

thezine 2008. 8. 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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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도 '한국의 서울대 교수 박 머시기라는 교수가 ...라고 했다'는 식의 기사가 중국에서 화제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경우다. (관련링크) 아무래도 지어내는 내용이다보니 형식이 비슷하다. 한국의 대학 이름을 빌리고 김, 이, 박, 최씨 같은 흔한 성에 이름은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드는 '교수'를 창조해낸다. 링크의 기사에 소개된 교수도 이름이 '박분경'인데 분경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은 아니다.

  기사에 거론된 광동성의 신문은 '신쾌보(新快報)'라는 신문이다. 저번에도 비슷한 식의 소설 기사를 게재했다고 하니 지난 번의 기사의 효과가 쏠쏠했던 것 같다. 미디어의 속성상 이름을 널리 알리고 주목을 끌기 위해 여러 가지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기업활동을 하면서 기업의 이익을 위해 공익과 윤리는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친기업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신쾌보가 가짜로 지어낸 기사에서 한국 최고의 황색 언론인 조선일보를 인용했다고 보도한 점이다. 어쩌면 조선일보가 신쾌보에게는 최고의 롤모델일 수도 있다.

 사실이건 아니건 미디어는 자신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만 하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주류 미디어가 아닐 경우에는 잃을 것도 별로 없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케이블 채널에서 신생 채널인 tvN인가 하는 채널이 초기에 사회적 물의가 될 만한 수준의 내용을 무리해서 방영한 것도 결과적으로 지명도를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이런 노이즈 마케팅 역시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서 마케팅 담당자들은 유혹을 느끼게 되고 결국 그 중 개인적인 소양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을 지언정 '능력'을 인정받겠다고 마음 먹은 이들의 과감한(?) 결정에 따라 이런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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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쾌보의 고의적인 오보 시리즈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신쾌보의 성공(?)을 보고 자극을 받은 중국의 타언론사들도 이에 가세할 수 있다. 창의성을 발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이렇게 많은 중국 네티즌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쓰는 말로 꽤 훌륭한 떡밥인 셈이다. 중국 네티즌들에게 반한/반일 감정을 일으키는 기사라는 떡밥을 던지면 네티즌은 그 떡밥을 덥석 물어준다.

 그런데 이런 반목의 감정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가발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일본, 러시아, 중국이 섬의 영유권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적으로도 관련된 일이 많았으며 현재도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 세 나라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반목할 건수가 많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이나 남미의 볼리비아 사람들이 서로 반목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인접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익의 충돌이 일어날 확률도 높고, 교류를 통해 이득을 볼 확률도 높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은 한국에 중국인 유학생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한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당하는 차별, 중국인에 대한 무시를 접하면서 반한 감정을 갖고 중국으로 돌아가 신쾌보의 기사를 보고 리플을 다는 사람의 숫자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유학생 숫자가 한국인이 1위를 차지했다고 할만큼 중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이 많다. 사업 때문에 중국에 가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숫자가 상당할 듯.

 요즘 들어 한국의 언론에서 중국의 언론의 기사 원문을 바탕으로 보도하는 일이 많아진 것과, 중국의 티엔야 같은 토론 사이트에 DAUM의 기사, 리플을 캡쳐한 파일이 돌아다니는 것도 모두 한국어를 하는 중국인, 중국어를 하는 한국인이 많아진 결과다. 오래전부터 자세히 관찰하지 않아서 정확한 추세는 모르지만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급증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일본 사이의 네티즌들 역시 상대 국가의 언론 기사, 네티즌들 반응을 접하는가 하면 한국어와 일본이 자동으로 상대방 국가 언어로 번역이 되는 사이트를 통해 직접적으로 교류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한중일간에 뉴스에 나오는 소식치고 훈훈한 소식은 드물다. 당연히 리플도 악플을 주고 받는 식. 어쨌거나 저쨌거나 한국의 악플과 중국, 일본의 악플들끼리 경쟁하는 양상. 이 분위기가 달라지길 기대하긴 어려울 듯. 인접한 나라들끼리는 원래 이런 법이라고 생각해버릴 수도 있고, 어차피 수준이 떨어지는 악플러들끼리의 대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왜곡된 기사로 밥벌이를 하는 언론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악플 놀이가 재밌으면 실컷 재밌게 놀되, 인종차별주의적인 'xx인들은 원래 저렇지' 하는 식의 주장에 기대진 말았으면 하는 바램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