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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쭝궈,듕귁

한국에 사는 중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thezine 2009. 12. 8. 13:21
 #.얼마 전 대학 교정을 걷다보니 나를 스쳐지나가는 여러 무리에서 중국말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중국인 유학생은 있었지만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이 숫자가 많아졌다. 현재 재학 중인 후배의 이야길 들어봐도 외국인 유학생의 상당수가 중국인이라고 한다.
 예전에, 한국 학생은 중국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가도, 중국 학생은 한국 학교에 오질 않아서 제대로 '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는데,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인민폐가 많이 비싸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곳은 정원 채우기 힘든 대학뿐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보다. 하긴 예전에 낙성대에 살 무렵 산책 삼아 거닐던 서울대 기숙사 쪽에서도 중국인을 보거나 중국어를 보고 듣는 일이 종종 있었다.

 #.유학생과는 별개로,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국적의 교포(재중교포라고도 하고, 당사자들은 싫어한다는 '조선족'이란 표현이 더 널리 쓰인다.)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식당들은 이들 없이는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도 한다.

 #.선불국제전화카드를 어디서나 팔고 있다. 옛날에는 공중전화카드를 팔던 길가의 매점이나 슈퍼에서, 지금은 국제전화카드를 팔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중국어 안내판이 붙어있다.

 #.중국인을 가리켜 '짱께'라고 부르는 일이 흔하다. (정작 중국에선 한인타운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중국인을 표현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악의가 있건 없건, 비하의 의도가 있건 없건 큰 의미를 담아 쓰진 않았지만 이젠 의식적으로라도 그런 표현은 삼가해야 할 것 같다. 일본에서 어떤 일본인이 나를 가리키며 '기무치'라고 부르거나 미국을 여행하는데 누군가 나를 '헤이 김치'라고 부르면 기분이 좋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그 외에도 요즘은 중국을 가리켜 '쭝궈'나 '대륙'으로 부르는 일이 많아졌다. '중국'이란 한자의 중국어 발음이 '쭝궈'라는 점을 아는 사람이 가끔 그 표현을 쓰는 듯 한데, 특히 인터넷에서 '대륙'이라고 중국을 표현하는 걸 자주 본다.
 아마 일본 네티즌들이 한국을 '반도'라고 부르고 중국을 '대륙'이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한 것 같다. (내 느낌으론 이 표현 자체는 약간의 비하성을 담고는 있지만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것 같다. 다만 그 표현을 쓰는 상황들은 비하하거나 비꼴 때가 많다. 엽기 사진을 올리고 그에 대한 설명글에 이런 표현을 쓰곤 한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은 본질적으로 '타자'에 대해 어느 정도 거부감을 갖고 살아간다. '왜놈'과 '떼놈'같은 표현으로 타자를 비하하는 표현이 익숙했고, 지금도 악의없이, 혹은 별 생각 없이 짱께 같은 표현을 쓰게 된 것 같다.

 #.어쨌거나 이제 중국인은 한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대학에서 마주치는 유학생, 그리고 면세점에서 중국어로 전화를 하며 수 백만원짜리 옷을 무표정하게 고르고 있는 관광객에 이르기까지.

 #.이 도시 어디에나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된 그들을 향해, 무심코라도 비하하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이라고 해서 뭔 원수진 일이 있다고 그런 표현을 쓰는 건 아니겠지만, 언어는 의식을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