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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그들이 말해주지 않는 23가지에 대해

thezine 2011. 2. 20. 01:34
원래는 '서평'을 쓰는 폴더지만, 서평은 아직... 사놓고 읽지는 않았다.


나쁜 사마리아인..이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책으로 유명해졌던 장하준 교수, 캠브리지 교수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영어로 책을 써서 한국어로 번역되어 들어온 특이한 케이스, 나름 보수적 면이 확실한 경제학자의 책을 '금지도서'에 올려 국방부가 웃음거리가 되었던 일, 그리고 이번에 책이 나온 후로 우리나라의 진보, 보수 언론 모두에게서 관심과 비판과 찬사를 받는 특이한 사람.


얼마 전에 중앙일보 기사에서(아이패드 앱은 중앙일보가 잘 만든 것 같다. 자꾸 보게 되네.) 장하준 교수 인터뷰를 다룬 적이 있는데, 그래도 인터뷰에선 생각보다 인상적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진보, 보수, 양쪽에서 공격받는 것이 서운하다고 하는데, 악플에 상처받은 연예인 같은 인간적 느낌이랄까...^^

워낙 똑똑한 사람이란 생각이 강하다 보니 그런 이야기마저도 인간적으로 느껴졌나보다.




위에 말한 저 책이 나오기 전에, '...23가지'를 TIME의 책소개 코너에서 먼저 이름을 들었었다. 아니 보았었다.

TIME 에 나오는 서평은 문학서적인 경우가 더 많고, 이처럼 경제학 관련 책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23가지'가 소개되었다.

위에 나온 것처럼 마침 표지 색깔도 비슷한 다른 책하고 같이 비교 서평이 올라왔는데, 서평이라기보단 그냥 소개에 가깝다. 위에 나온 책은 '자본주의자로 살아남기'라는 제목인데, 좀 극단적인 경제적 자유주의자의 책이다.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간다느니, 부자를 증오하는 나라가 되었다느니 하는, 다른 나라도 아니고 미국에서 이런 소릴 하니 제정신이라고 보긴 힘든 사람이다.

그리고 그와 비교되는 책이 장하준 교수의 '...23가지'로 나온다. 국가의 역할, 특히 개발도상국가에서 국가의 적극적 개입이 긍정적 역할을 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미국 사람들 눈에는 특이해보일 거다. 국가의 역할을 극도로 싫어하는 미국의 우파들에겐 특히나 그럴 거다.

 장하준 교수는 박정희 시절의 경제 개발 방식을 찬양하고, 재벌 체제의 기업 경영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선 일찌감치 진보의 소나기 펀치를 맞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다른 부분에선 진보적인 색채도 진한데, 예를 들면 세계화에 대해 비판적인 것이 유명하다.

현재 구미 선진국들이 자기네들은 이미 오만 나쁜 짓 다 해가면서 다 발전해놓고, 이제와서 저개발국가에는 이런 저런 국제 규칙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을, 먼저 위층에 올라간 사람이 사다리를 걷어차서 뒤에서 못 올라오게 막는 것으로 비유했던 것이 유명하다.


 뭐든 진보 아니면 보수라는 이데올로기적 구분부터 하려고 드는 견해로 본다면 양쪽에서 칭찬을 받기보단 양쪽에서 욕 먹을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이라 하겠다.

 아무튼 재미있는 방식으로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이 사람의 이야기가 뭐는 맞고, 뭐는 틀리고 하는 논쟁은 논쟁대로 필요하고, 그런 이야길 던지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진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이성적인 사고의 산물일 뿐 진보/보수와는 무관한 것들이 많다. 보수파 중에는 생각하기 싫고 변화하기 싫어서 보수파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고하고 토론하게 만드는 것만 해도 그것이 진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