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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웃라이어

thezine 2011. 6. 8. 00:23


 '아웃'보다는 뒤의 '라이어'가 눈에 들어와서 '거짓말'과 관련된 내용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라이'는 거짓말의 '라이'가 아니라 '~~에 놓다/놓이다'의 '라이'다. 즉슨, '아웃라이어'는 바깥에, 좀 다른 곳에 놓여있는 그런 사람들을 말한다.

 결론은 이거다. 사람이 성공하는 데에는 개인적인 요소가 물론 중요하지만 환경적인 요소도 엄청나게 작용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월생부터 끊어서 팀을 구성하는 캐나다의 초중고 하키팀에는 몇 달 더 빨리 나고 자란 1-3월생 같이 연초에 태어난 사람이 많다는 것이 한 예이다. 1월에 난 놈이나, 11월에 난 놈이나 똑같이 경쟁을 하고 선수로 뽑히려니 몇 달 차이가 큰 어린 나이에는 그게 큰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니 나도 지금은 많이는 아니어도 평균보다는 큰 축에 들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작은 축에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생일이 빨라 학교를 일찍 들어갔으니 친구 중에는 1년 가까이 일찍 태어난 친구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회사 독서동호회에서 읽게 된 책인데, 함께 알게 된 점은 이 책에 반대하는 취지로, '성공은 순전히 개인이 노력해서 된 거다'라는 취지로 '인라이어'라는 책도 나왔다고 한다. 찾아보진 않았는데 우리나라 책인 것 같다. 아마 이 책의 의도를 20%정도 이해하고 나머지는 자기 머릿속에 있는 단단한 고집으로 잘못 이해하고 만든 책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요점은 성공이란 것이 얼마나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빌 게이츠에게는 1960년대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실컷 사용할 수 있는 누가 봐도 독특한 환경이 있었고, 게다가 구글이나 애플의 유명 경영자가 그렇듯 컴퓨터 산업 태동기라는 시기적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시기적인 환경이 주어졌다. 빌 게이츠가 지금 태어난다면 세계를 거의 독점하다 시피하는 컴퓨터 운영체제를 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책의 내용을 가지고 빌 게이츠의 천재적인 지능이나 사업가적 수완, 그리고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내 성공은 온전히 내 힘 덕분'이란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의 방어적인 히스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성공의 요건 중에 하나는 실력을 갈고 닦는 길고 집요한 노력이라고 이미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그런 기회 자체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 책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순전히 재수가 좋아서' 성공했다는 내용은 없다. 다만 순전히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이 이루어진다는 환상에 대한 반대 논거들을 제시하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성공이라는 개념을 뒤집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흥미로웠던 것 중에 하나는, 아시아 사람들이 수학을 잘 하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정설로 굳어져있는데, 이것이 읽기 쉽고 수학적으로 의미가 통하는 숫자  체계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영어로는  147을 읽으려면 one hundred forty seven... 여러 단어를 여러 음절로 읽어야 하지만 한자를 쓰는 나라에서는 백사십칠...로 비교적 간단하다. 분수를 읽을 때도 1/3은 영어로는 one third이지만 한자로는 3분의1(삼분지일)로 간단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분수의 개념을 담고 있다.

 미군 부대에서 게이트 근무를 할 때 출입자들의 신분증 번호나 전화번호를 적을 때가 있었는데 영어로 불러주는 숫자 받아 적는 게 간단한데도 헷갈렸던 이유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