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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거침없이 제주이민

thezine 2012. 3. 16. 13:39


 '거침없이 제주이민'은 제주도에 이주해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작가 한 사람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인터뷰한 후에 각 꼭지를 써내려간 것 같다. 작가 본인도 제주도에 이주해 몇 년째 살고 있는 '육지' 사람이다.


 언젠가부터 제주도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제주도를 가본 사람들은 제주도가 좋다는 것을 많이든 적게든 느끼고 오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끝이 안 보이도록 톱니바퀴를 돌려야 하는 도시 생활의 탈출구로 제주도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게 아닐까 싶다.

 도시 사람? 혹은 직딩? 이라고 할 수 있는,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 신세인 사람들은 늘 언제나 탈출구를 꿈꾼다. 그래서 가당찮은 로또 당첨을 기대하기도 하고 호주나 어딘가로 취업이민 같은 것을 꿈꿔보기도 하고 귀농이나 창업을 선택하기도 한다. 좀 더 현실적으로 약간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이나 전문대학원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그 중에, 낯선 땅에서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해외 이민도 내키진 않고, 그렇다고 가뜩이나 레드오션인 자영업 시장에 뛰어드는 것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같은 한국이면서 자연환경도 우수하고 아직은 시장이 파란 빛을 띄(는 것처럼) 보이는 제주도는 나름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해외든 농촌이든 제주도든 창업이든, 결국 인생 전환점은 '그래서 어떻게 먹고 살건데?'라는 질문에 거의 모든 게 달려있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도 결국 제주도에서 자기가 바라는 먹고 살 길을 찾아내서 잘 정착한 사람들이고, 책의 내용은 어떻게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는지 하는 이야기가 큰 부분을 이룬다.

 게스트하우스, 자전거대여점, 케이크하우스, 카페, 농사...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이 나오는데 공통적인 건 제주도의 자연이다. 눈과 바다와 여름과 산... 자연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춘 곳에서, 해수욕장에서 문어와 물고기를 맨 손으로 주워오는가 하면 눈 때문에 차량이 통제된 한라산의 도로에서 눈썰매를 타고, 산에 지천으로 널린 풀로 나물을 만들고 차를 끓여 마시는 이야기. 서울에 살면서는 1년에 한 두번, 그것도 작정을 하지 않으면 경험하기 힘든 일들이 제주도에선 일상이 된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매력인 듯 하다.

 책에 나온 각각의 소재들은 어떻게 보면 너무 간단한 이야기들인데, 저자가 글을 잘 쓰고 살도 붙이고 해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대필을 해놓고 본인이 쓴 것처럼 자서전을 내는 CEO나 정치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너무 포장을 잘 한 것 같아서 약간의 거부감도 들긴 했다. 전체적으로는 제주도 이민, 이주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도 되고, 꼭 그렇지 않아도 재미 삼아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제주도의 땅값, 임대 관행, 공사 관련 이야기처럼,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솔깃할 이야기들도 많다.




 제주도는 비도 흔하고 바람도 흔하다. 비행기가 수시로 캔슬되다 보니, 풍문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들이 기피하는 근무지라는 이야기도 있다. 수시로 항편이 취소되면 천재지변을 항의(?)하는 클레임도 많을 테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차를 몰고 성산일출봉으로 가는 길가에는 조용하고 한적한 풀밭과 작은 숲들이 많았다. 바다와 일출봉이 보이는 언덕에 집 짓고 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한강을 남향으로 보는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처럼, 시골 언덕에 살고픈 마음만으로도 언젠가는 이루어지겠지.


이런 집? 나무는 이것보다 약간 덜 우거진 편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