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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폴 스미스 스타일

thezine 2013. 1. 23. 14:35

 

 

 누군가가 유명해지면 뜬금없이 위인전 비슷한 책들이 쏟아져나오곤 한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선출되었을 때도 어린이를 위한 만화 위인전, 어른들을 위한 성공담 스타일의 책 따위가 서점 앞에 쌓여있곤 했다. 이 책도 혹시 그런 부류가 아닐까 해서 잘 보니 그런 건 아니고, 폴 스미스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정리만 해준 것 같다. 폴 스미스 본인은 난독증이 있어서 글을 쓰거나 읽는 일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포스트잇에 메모하는 건 즐겨 한다고 함.)

 

이 책은 A~Z 알파벳 순서대로 폴 스미스가 생각나는 키워드(ex. FASHION, JAPAN...)를 중심으로 짧게 언급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폴 스미스가 직접 찍은 사진 상당수를 포함해서 다양한 사진들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페이지가 컬러이고 글자 수는 그닥 많지 않다. 즉 책 값은 비싸고(정가 2만원) 내용은 적다는 말씀. 그래서 회사 공용 도서로 신청해서 점심시간동안 읽었다. --^ 이것이 바로 경제위기 시대에 올컬러 고가 예술서를 읽는 방법...

 

(점심 시간마다 서점에 가서 조금씩 읽어서 며칠 만에 다 읽은 경우도 있긴 한데... 지금은 그런 거 못하겠다) 

 

 

 

 

 

 

 폴 스미스는 가느다란 색색 줄무늬가 가장 유명한 것 같은데, 그 외에도 전통적인 디자인에 꽃무늬 같은 튀는 요소가 특징인 듯 하다. 폴 스미스는 자신의 디자인이 SAVILLE ROW(라고, 영국의 유명 양장점이 모인 길)와 영국 코미디언 미스터빈을 합친 것이라는 표현도 했다.

 

 60년대에 꽃무늬는 자유를 의미했고, 폴 스미스가 꽃무늬를 많이 쓰는 이유는 60년대의 자유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고 했다. 꽃무늬로든 뭐로든 오마주를 바칠 만한 60년대를 경험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물론 그 동네의 60년대라는 것이 한국의 60년대와는 많이 다른 것이지만) 그에 대한 향수와 존경을 담았다는 느낌.

 

 60년대의 시대정신이 자유와 해방이었다면 지금은 영국이나 한국이나, 그 어디나 이태백과 경제위기의 시대... 아쉽고 억울한 느낌 살짝?

 

 

 

 폴 스미스의 파리 매장은 오래된 가게를 상당 부분 되살려 만들었다고 한다. 석탄과 와인을 함께 파는 곳이었을까? 신기한 조합이다. (석탄 가게와 와인 가게가 나란히 있었다고 해도 신기한 건 마찬가지.)

 

 일제시대를 겪으며 강제로 옷을 갈아입어야 했고 그마저도 전쟁을 겪으며 맨 몸으로 다시 시작한 한국의 '도시'에서 '남겨두고 되살릴'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회동 한옥 마을?

 

 눈에 띄는 구절만 찍었는데 어쩌다 보니 셋 다 '과거와 향수'에 대한 내용이 되버렸다. '우리 세대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사실 변화의 속도는 60년대보다 2000년대가 더 빠르다. 60년대의(우리나라로 치면 70~80년대쯤?) 활기와 에너지라는 것도 그 배경에는 무질서와 혼돈, 불합리와 운과 (그리고 불행이) 따랐을 것이다. 어쨌거나 폴 스미스는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이고, 본인의 경험과 본인의 가치관에 맞는 창조의 작업을 하는 사람인 듯 하다.

 

 사진으로 찍어두진 않았지만 전통 패션디자인을 배운 부인과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의 즐거운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렇게 가게를 꾸려나가고 사업이 크고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 이런 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가장 큰 즐거움일 것 같다. 물론 전국에 허덕이는 수 많은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주들도 모두 처음에는 청운의 꿈으로 시작했을 테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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