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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영화 '링컨'

thezine 2013. 4. 15. 00:48

TIME에서 여러 페이지를 할애해서 소개를 했기에 진작부터 관심은 있었지만, 일요일 저녁 황금 같은 개인시간이 생겼을 때 딱 하나 볼 영화로 고르기엔 망설여졌었다. 결과는 예상과 대충 비슷... 잘 만든 영화가 있고, 가슴을 울리는 영화가 있는데 잘 만든 영화인 건 맞는데 즐겁던지 슬프던지 아름답던지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장애인 역할을 할 때는 실제로 걷지도 않을 정도로 배역에 푹 빠진다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나 주연 못지 않게 칭찬(?)을 받은 주인공 부인 역할 전문 샐리 필드나, 이 정도 영화 아니면 연출엔 관심이 없는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나 하나 하나 '잘 만든' 영화의 보증수표들.

 

어쩌면 감동 받고 싶은 마음만 있지 그럴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라는 말만 해도 머리 속이 복잡해질 만큼 여유가 없이 살아서.

 

 

 아무튼, 백악관에서 이걸 틀어줬다는데, 마침 링컨처럼 키도 크고 본인이 흑인이고 (그냥 흑인도 아니고 친부는 케냐인, 양부는 인도네시아인이라니) 대통령으로 재선 직후인 오바마 입장에서는 재선 직후 노예 해방을 이뤄낸 이야기가 큰 의미는 있었겠다 싶다.

 

 링컨이 노예 해방을 명시한 수정헌법을 통과시키긴 했지만 그 역시 흑인이 완전히 평등하다고 믿은 건 아니라거나 하는, 링컨에 대해 실망하게 만드는 역사책들이 있었는데 영화 말미에 그에 대한 소극적 변명 같은 대사들도 있었다. 링컨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은 애당초 아니었을 테니, 인물에 대한 평가는 별개로 해야겠지. 아무튼 수정헌법 13조는 링컨의 유산으로 남아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끄트머리에 링컨의 사망을 선고한 의사가 4월 15일 7시 22분...이라고 하는데 마침 4월 15일이다. 오래 전에 케니디와 링컨의 암살 사건의 여러 가지 공통점을 분석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문득 어릴 때 읽은 두껍고 무겁던 그 책이 생각나네. 어릴 때 그 책의 크기와 두께 속에는 끝없는 지식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읽고 또 읽어도 다 읽을 수 없을 것 같던 느낌. 그 책이 다시 읽고 싶다.

 

 

 아무튼 가장 인상 깊은 건 4월 15일이라는 날짜. 그리고 지금은 당연한 인종 평등, 남녀 평등이라는 가치가 (물론 지금이라고 완전히 실현은 되지 않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급진적이기 그지 없었던 현실을 생각해보면, '인간'과 '시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확신했던 가치들과 판단들이 시간이 지나니 그렇게 뒤떨어지고 야만적인 것으로 보인다니 말이다.

 

보스턴에서 역사적인 건물들을 돌아볼 때도, 자금성에서 황제의 권력을 상상해볼 때도, 경복궁의 '정n품' 비석들을 지나칠 때도 느꼈던 과거와 현재의 겹칠 듯 겹쳐지지 않는 시간의 유구함 속에서 인간의 일생은 참 작게 느껴진다. 참 작은 인생인데... 아기 장염 걸린 걸로 한 주일간 고생하고... 그런 게 인생이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