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공간 본문
한 달 키워 잡아먹을 닭의 닭장도 최소 이 정도 공간은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명체에게는 각자 어느 정도의 기본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대전 본사에 오니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는 에스프레소 기계도 그렇고 이 공간이 부럽구만. 중국에서 오는 손님은 북경에 폭설이 내려서 도착이 늦어진다고 하고, 마땅히 할 일도 없고, 짐 없이 오느라 속주머니에 접어서 들고온 잡지나 읽어야겠다.
언젠가 나의 서재가 생기면 저런 원형 책장을 두르려고 한다. 외관을 위해 타원으로 만든 듯 하지만 모양은 원형이 좋다. 가운데 의자와 책상이 있고, 원형 책꽂이에는 책도 있고 스피커도 있고. 원형이어서 어디로든 손을 뻗으면 멀지 않은 곳에 책이 있고 물건들이 손에 닿는 공간.
고등학생 때 집 모형을 만들었는데 도안을 열심히 그린 기억이 난다. 공간에 대한 꿈, 소원, 흔히 말하는 로망이 있었나보다.
그래서 그런 건지, 이곳의 남아도는 공간들이 영 아깝고 아쉽구만. 내 것도 아닌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