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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2015. 11. 4. 23:18

이력서를 쓰는 입장에서 보는 입장이 되어본 것은 오래 전이지만 (아주 오래전, 우연찮게 채용 관련한 일을 조금 경험할 때), 면접관으로 면접에 들어간 건 오늘이 처음.


 학과 사무실에서 지원서를 아무 거나 골라서 입사하던 시절은 나에게도 전설인 먼 옛날이고, 취직이 어려운 일이 된 것도 이미 15년? 이상 된 것 같다. 그래도 당시만 해도 캠퍼스 리크루팅 중 사무실이 지방이라고 하니 학생들 다수가 우루루 일어나서 나가던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그때 그 시절보다도 훨씬 혹독한 상황인 것 같다. 


실제로 어떤지는 간접적인 경험 뿐이지만, 실제로도 괜찮아보이는 지원자들도 구직 활동이 1년 이상 긴 경우가 수두룩한 걸 보면 확실히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내게 주어진 A의 개수가 딱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평가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나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고자, 아침부터 지난 번 면접관 교육 내용을 되새기고, 면접관의 노하우를 검색해서 찾아보고 하며 출근했다. A가 아닌 한 어차피 2차 면접 기회는 주어지지 않겠지만, 나름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하고자 했는데, 아쉽지만 B+, B-의 차이 같은 것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전달할 방법은 없을 듯 하다.


 지원자가 질문과 관련된 이야길 하면서 부모님 이야길 할 때면, 오늘 자식이 면접보러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을 지원자의 부모님들의 마음도 그려지고, 나름 사연이 있는 지원자의 이야기를 듣자니 이것 때문에라도 다음 면접 기회를 꼭 주고 싶기도 했다. 


 성의가 부족한 경우도 있긴 했지만 오히려 열정이 과해서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었고, 막연한 방향성은 갖추고 있지만, 정말 이 일을 하고 싶은 건지 초점은 모호한 경우도 있었다. 


 사람이 당연히 긴장을 하게 되는데, 본인의 충분한 표현을 위해서라도 긴장하지 않는 것이 좋을 뿐더러, 보는 입장에서 안스럽기도 하고, 때론 나까지 같이 긴장하게도 되었지만, 아직 내겐 긴장을 풀어주는 스킬은 많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아 이거 물어봐야지!' 했던 회심의 질문이 지원자들에겐 너무 어려워서 한 번만 써먹고 다음부터 묻지 않게 된 질문도 있었고.


 두어명 빼고는 모두 짠한 마음에, 생각 같아선 끝나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사주고 싶었던 사람들. 중국의 청년 문화를 대표하는 세대를 빠링호우(8-0-후, 80년 이후 출생자)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지우링호우(90년대를 전후해 태어난) 지원자들을 보고 있자니 내 앞에 놓인 면접관용 간식이라도 하나 챙겨주고 싶었지.


 회사에서 면접비는 얼마를 주는지 모르겠지만 그걸로 뭐라도 맛난 것 챙겨 먹었기를.(요즘은 5만원 정도 주려나?)


 임원면접 기회라도 가지게 된 친구들은 몇이 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도 마음 같아선 하나 하나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가 부족한 게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쪽으로 가는 길은 문이 너무 좁아져버린 것이라고. 쉽게 말해서 "상황이 X같은 거지 너 잘못은 아니다" 라고. 


 한국의 지우링호우들 중에는 개차반들도 많겠지만, 적어도 오늘 나와 짧은 시간 이야기 나눈 인생후배들게는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고생해서, 다행히 일이 잘 풀려서 최종 합격되면... 신입사원 발표회에서 똑같은 옷들을 입고 무대에 올라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춤을 추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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