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공짜 영화 본문
육아와 직장생활의 틈새를 활용해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취미가 영화... 그래서 틈 나면 영화 보는 게 루틴처럼 되었었는데, 생활이 더 타이트해지다보니 이젠 영화를 보는 일마저도 마치 숙제하듯 하는 기분이어서, 최근에는 영화를 조금(?) 줄이게 되었다. 워낙 주어진 시간이 없다 보니 영화를 보러 가는 것도 즐기러 가는 게 아니고 숙제하러 가는 기분이랄까. '나 짬짬이 문화 생활 한다'고, 누구에게도 보여줄 것처럼 억지로 가는 느낌이 가끔 든다.
그런 와중에도, 공짜 영화 괜찮은 것들이 뜨면 그래도 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나마도 몇 번 끊어서 볼 때가 많다. 책도 수십 번 끊어 읽는 게 습관이 되서 그런지, 영화도 한두달 걸려서 보아도 대충 연결은 된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데도 요즘 TOM HARDY가 뜨고 있다는 게 느껴질 만큼, 출연 영화가 많아진 듯 하다. 깡패 두목 쌍동이 형제로 출연한 영화가 땡겼었는데, 어쩌다 보니 이 영화를 폰으로 봤다.
이젠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러시아...아니 소련은 엄혹한 국가의 감시체계 속에서 살아가는 나라였고, 그 우울한 경찰국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게리 올드만은 생각보다 이름값에 비해 비중이 작았고, 여주인공은 보통 생각하는 여주인공 느낌(예쁜)은 아니었고, 그 시절이 배경이서 그런지 어느 장면을 찍어도 싸늘하고 을씨년스러운 영화.
내용이야 말해도 의미 없고, 문득 러시아의 근현대사 책을 하나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책을 구하는 일이 쉽지만 보는 일이 어려우니 언제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검색해서 카트에 넣어놓기는 했지만...
그리고 오랜만에 글이나 쓰자 하면서 따뜻한 우유 생각이 나던 차에, 마침 가까운 데 놓인 모스크바 머그컵에 우유를 담아 마셨다. 어떤 곳은 제대로 된 머그컵 구하기가 어려워서, 제대로 컵으로 쓸 수도 없는 컵이 있는데, 이 컵은 지금도 종종 쓰는 컵이다.
러시아에 두 번 다녀오니, 참 살기에는 척박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춥고, 물가도 비싸고, 생활 수준도 좋지는 않고, 나름 풍부한 역사와 문화가 있지만 현지인들의 삶은 뭔가 안타까운. 물론 음식도 맛이 없었고, 가격은 비쌌다. 로컬 맥주는 너무 독했고 다만 세인트피터스버그는 유럽 음식 먹기에는 좋았던 것 같고, 커피도 나름 괜찮았다.
내가 느낀 단편적인 러시아라는 나라의 인상을 더듬어 올라가면, 그렇게 멀지만은 않은 과거에 비밀경찰에 언제 끌려가도 이상하지 않은 살벌한 일상을 살아야 했던 시기가 있었지.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오래 되어서 그런 건지, 아직도 그런 나라를 이웃하고 살고 있어서 그런 건지, 영화 속의 차가운 소련의 사회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
둘째가 좀 더 커야 살 것 같으려니 싶었는데, 어린이집이 곧 문을 닫는다고 하고, 그 이후에, 또 그 이후에, 또 그 이후에 민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이런 질문들을 하다보니 앞으로도 답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혼자 영화 한 편 보고 따뜻한 우유로 속을 따뜻하게 하고 할 수 있는 게 다행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