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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내부자들과 딴지일보

thezine 2015. 12. 2. 23:33

검찰도 아니고 경찰이 재벌2세? 3세?의 불법행위를 파헤치고 결국 때려잡는 영화 '베테랑'에 이어 검찰이 최고 권력자를 때려잡는 내용의 영화 '내부자들'을 보고 온 날, 문득 요즘 가끔 해왔던 생각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그 전에, 히로시마 원폭이 사실 한국이 떨군 것이니 하는 그런 만화가 있었다. '불문율'이라는 만화인데, 같은 작가 만화 중에 남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을 작살낸다는 '남벌'이라는 만화도 있었다.

 

 

 

 '사실은 이렇게 대단한 나라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답답함에 그런 이야길 그려낸 것이 아닐까. '베테랑'의 '서도철 형사(황정민)'나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조승우)' 같은 사람이 실제로는 한국에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꿈꿔보는 영화가 등장하는 것 아닐까.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 말투를 빌리자면, '...라고 여겨지는' 연관성이 있다.

 

 결국 이런 영화들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꿈꿔보는 사람들의 정치 사회 판타지 영화이고, 서도철, 우장훈 같은 역할은 한국사회의 유니콘 같은 캐릭터들이다. 참 재미있고 매력적이지만, 실존하지 않는 존재.

 

 

 

조금 다른 이야기로, 안티 조선일보 운동의 혜성 같은 신인으로 등장한(?) 딴지일보가 있다. '조선일보를 아십니까'라는 책에서 조선일보가 어떤 회사인지 알게 된 후로는 딴지일보의 편안한 문체와 은근 깊이 있는 컨텐츠에 빠져서 자주 찾던 웹사이트였는데, 이것이 정권교체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김이 빠지고, 결국에는 나도 거의 찾지 않게 되었다. 집권 이후 아군끼리도 총질을 많이 해댔지만 (그것이 '틀린 일'이라고 볼 수만도 없지만) 어쨌든 딴지일보는 시들해져만 갔다. 나 스스로도 거의 발길을 끊으면서도, '명확한 악이 없으면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이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 딴지일보는 활기를 띄게 되었다. 푸른집에서 5+3년차 다시 대차게 말아먹고 있는 시류 덕이 크다고 본다. 물론 대형 커뮤니티 두 곳에서 대규모의 유민이 발생하고, 이 중 다수가 딴지에 새로 자리잡은 덕도 크다.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천하가 태평성대한 나라에서는 광대가 비꼬아 시원하게 저자거리에서 나랏님 욕이라도 하고, 대중이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일을 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현실은 서도철, 우장훈은 유니콘이라는 사실이고, 딴지일보는 한동안 밑천 들어먹을 걱정 없이 깔 거리가 충분할 것이라는 사실. 그게 언제까지가 될지 궁금하다. 일단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는 환경인 만큼 도로에선 안전 운전, 길거리에서는 안전 보행, 초록색 번호판 마티즈는 타지 않고 그렇게 잘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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