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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트럼프의 기술

thezine 2018. 11. 30. 00:28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art, technic)을  기술(state)한 책. 트럼프가 1987년 경 출판해서 30주씩이나 베스트셀러에 머물렀다고 하는 책. 살까 말까 생각만 하던 책인데 11월의 무료 e-book으로 풀렸다. 그리고 잊고 있다가 11월이 끝나기 전에 읽어봤다. 번역문이긴 하지만 술술 읽히는 자전적 이야기.

 물론 트럼프가 서재에서 차분하게 직접 쓴, 그런 글은 물론 아닐 것이다. 누가 대신 정리하고 다듬었겠지만 여전히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는 묻어나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몸에 배어있고, 유리한 부분만 이야기한다거나, 진실이 섞여 있어서 반박하기 쉽지 않은 거짓말을 하는 말투 등, 이래저래 알려진 트럼프의 스타일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 보니,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 부분은 허풍이겠지, 이 부분은 과장이겠지, 이 부분은 자화자찬이겠지 하는 생각도 가끔 했다.

그리고 중간에 유튜브에서 트럼프의 과거 영상도 몇 가지 찾아서 보고 나니, 겨우 베스트셀러 한 권에 영상 몇 개 본 것만으로 트럼프라는 캐릭터를 잘 알게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하긴, 한계는 있겠지만, 트럼프라는 사람 자체가 속내를 알 수 없고, 말을 꼬아서 하고, 표현이 두리뭉실한,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래서 겨우 책 한 권이긴 하지만 전보다는 어느 정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느낌이다.

나와는 아주 스타일이 정 반대인 사람. 그렇다고 내 주변에 트럼프 같은 캐릭터가 흔하냐 하면 물론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여러 모로 나라는 사람과는 아주 다른 사람. 하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행동하고, 왜 그러는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를 인격적으로나 인생의 선배로서,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롤모델이라고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약간의 anti-dose로 트럼프 스타일이 조금 추가되었다면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고, 다만 잘 먹고 잘 살려면 필요한 덕목을 트럼프는 많이 갖추고 있다.

30년 전에 나온 책이라 책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빌딩들도 이미 지어진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책에서 트럼프가 고급아파트, 스케이트링크, 카지노를 건설한 무용담을 읽다 보니 그 건물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글을 검색하게 된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처럼 백 년 묵은 빌딩들이 여전히 랜드마크로 건재한 만큼, 30-40년 정도는 오래된 축에 들지도 않는 것 같다. 언젠가 또 기회가 되서 뉴욕에 가게 되면 저 건물들을 구경하고 싶어질 것 같다.

20세기 대중 문화에 기록된 도시의 역사 중 아마도 뉴욕의 지분이 가장 크지 않을까. 그리고 역사 상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캐릭터 트럼프는 뉴요커였다.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한 뉴요커의 이미지와는 다르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의 역사를 구경하러 뉴욕을 찾게 될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뉴욕에서 자수성가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막상 구경하려면 쇼핑몰 같은 곳을 제외하면 들어갈 수도 없는 곳들이 많겠지만 여기저기 다양한 기념비로 가득할 것 같다. 그 중에는 30년 전 전두환이 퇴임 무렵 4개 층을 통채로 구입했다고 소문이 무성했던 아파트도 있고 말이다. 그 도시 출신의 특이한 캐릭터의 부동산 개발업자가 결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말도 안되는 스토리 때문에 뉴욕을 가보고 싶어질 줄이야.

트럼프는 많은 미국 사람들에게 (비율은 모르겠다. 대충 절반쯤?) 악몽과 같은 대통령이지만, '삼인행 필유사'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다. 존경스럽지는 않고, 종종 희화화되기도 하고,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 데도, 한편으론 '이 사람은 뭐지?' 하는 생각에 돌아보게 만드는 사람. 역시 미국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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