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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책 읽기의 세 가지 방법

thezine 2019. 2. 10. 00:51
1. 종이책
- 역시 책 읽기에는 종이책이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가장 좋다. 표지와 내지의 질감과 종이 종류, 판형의 크기, (낡은 책의 경우) 종이 냄새 같은 것들도 독서라는 경험의 일부가 되기 때문.
- 책장에 책이 늘어나면 뿌듯한 장점도 있지만 집이 자꾸 좁아지는 문제가 있다. 애들 장난감, 애들 옷, 애들 퍼즐 같은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속도는 약소하지만, 그래도 은근히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아이들 교재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볍게 버리는 책도 있지만, 내가 사는 책의 대다수는 기약 없이 자리를 잡고 들어앉게 된다. 후딱 읽고 쿨하게 중고로 팔아버리는 트렌드도 있던데, 아직은 쓸 데 없는 책 욕심에 중고 처분이 내키진 않는다.
-전자책을 읽을 때 손으로 원하는 곳을 슥슥 찾아 읽기가 어렵다. '검색' 기능이 있으니 특정 문구를 찾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종이책의 '훑어보고 둘러보기 기능'은 독보적이다. 특정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오는 여러 권의 책 중에 어떤 책을 살지 고를 때는 종이책을 둘러봐야 어떤 책이 나에게 맞는 책인지 감이 잘 온다.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정보는 어떤 책인지 파악하기에는 너무 정보가 부족하다. 여전히 서점을 찾아가는 이유다.

2. e book 전용 리더기
- 일반적인 국판 크기나 4*6판 책과 비슷한 크기에 두께는 절반도 되지 않는 크기에 아주 많은 책을 넣어다닐 수 있다. 한 권을 끝내고 새로운 책을 읽지 않고, 여러 권의 책을 그날 그날 내키는 걸 골라 읽는 스타일이라, 책을 많이 넣을 수 있다는 것은 특히 출장이나 여행 시 큰 장점이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처럼 여러 권을 다 가지고 다니다간 가방 무게가 훨씬 무거워지기 때문.
- e book 전용이다보니 화면표시장치도 눈이 편하다. 종이책과는 다른 편안함이 있다. e-ink인지 뭔지, 이 디스플레이 만든 회사도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종이책보다 더 읽기 편한 면도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 번거롭게 종이를 넘기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비좁은 출근길 전철 안에서 책을 읽을 때는 이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옛날에 전철 안에서 '타임'을 읽던 시절에는 페이지 한 장 넘기는 것도 상당히 빡셌다. 세로로 반을 접어서 들고 다녔는데, 페이지 넘기려면 여러 개의 구분동작으로 진행해야 했지.
- 종이책보다 편한 다른 장점은 손에 쥐기도 편하고, 전자기기이지만 왠만한 책보다는 가볍고, 제본이 딱딱해서 자꾸 책이 닫히거나 하는 불편함도 없다.
- 핸드폰보다야 훨씬 낫긴 하지만... 나름 꾸준히 충전을 해줘야 한다. 아마존 킨들은 더 가볍고 배터리도 더 오래 가고 sw도 더 가벼워서 반응이 빨랐는데, 이놈의 크레마는 더 무거운데 배터리는 더 빨리 닳고 반응도 느리다. 발적화의 표본인 듯.

3. 핸드폰 e book reader APP
- 핸드폰에 책 읽는 APP이 3개다. 교보, YES24, 원스토어북스(SKT)... 공통적인 문제도 있고 특정 APP이 문제인 경우도 있는데, 대체로 UI가 허접하다. 삽화/삽입이미지 사이즈가 작아서 알아 보기 힘들다. 종이책에서 강조 목적으로 박스에 넣은 부분을 핸드폰 액정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 부분만 배경이 밝은 노란색에 글씨는 흰색으로 하는 식으로, 시인성이 거지 같아서 글을 읽기 힘든 경우도 있다.
- 글이 눈에 들어오는 감성적인 품질로 치면 종이/전용리더기/핸드폰 중에 독보적으로 화질이 나쁘다. 사진과 동영상이 주목적인 핸드폰 액정 자체가 책 읽기에는 약점이 있다.
- 휴대성, 아무 곳에서나 책을 읽기에는 세상에 이렇게 편리한 것이 없다. 핸드폰이야 언제 어디나 갖고 다니는 거니까, 언제 어디서든 쉽게 책을 펴들 수 있다. 다만, 핸드폰 리더기 자체의 단점은 아니지만, 핸드폰으로 책을 읽게 되는 상황 자체가 보통은 산만한 환경인 만큼, 핸드폰으로 책을 제대로 읽기는 어려웠다.

오늘처럼 밤에 조용하게 식탁에 앉아 책을 읽는 기회는 흔치 않다. 책 읽을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더 많아지길 바래야 할까, 아니면 마음 먹기에 달렸어, 라고 스스로를 격려해야 할까. 그 부분은 차차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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