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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중국산 미끄럼틀

thezine 2018. 9. 1. 13:12

통신사 서비스 중에 매달 음악 스트리밍 300곡과 영화, TV프로그램, E BOOK 무료 보기가 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와 책은 그때 그때 바뀐다. 랜덤으로 주어지는 책들이라 흥미가 가는 책은 그 중에서도 일부이고, 독서시간도 많지 않으니 그 중에 다 읽는 책은 별로 없다. 저 책은 그렇게 무료로 읽을 수 있엇던 책인데 처음에 천천히 읽던 것을 열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막판에 스퍼트를 해서 다행히 다 읽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사람들이 그렇게 예언해왔던 중국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2020년을 전후해서 중국의 GDP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도 이미 불가능하다. 그리고 필자의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몇 십년 안에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GDP를 추월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로 대충 기억나는 것들은 이렇다.

1)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었더라도 중국이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2) 위안화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노리는 것은 절대로 미국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3) 중국은 너무 샴페인을 일찍 터트렸다. (칼을 칼집에 숨겨두라는 '도광양회'에서 할 일은 한다는 '유소작위'로, 평화롭게 일어선다는 '화평굴기'로 가는 과정이 너무 성급했다.) 그래서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반항하다가 결국은 이래저래 처맞게 될 것이다.

4) '이래저래'의 구체적인 방법은 자원수급 방해, 금융 공격, 기술력 활용, 무역 공격, 환율 공격, 식량 공격 등 미국이 무력 외에도 강점을 가진 분야 전반에 걸쳐 다양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미국은 뭐.. 사기 캐릭터가 맞구만...)

대략... 띄엄띄엄 읽었지만 인상 깊었던 이 책의 내용은 이랬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 책은 지난 4~5월에 집중적으로 쓴 책으로 보인다. 아직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인데, 그 후에도 그런 변화들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비교적 최근의 상황들이 담겨 있는 셈.

아마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그래 내 생각도 그랬어'까지는 아니지만, '음. 그러고 보니 그러네. 요즘 뉴스들과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다.'라는 감상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얼마 전 출장으로 중국에 갔을 때 이런 저런 사업을 하는 한 사장님이 '여기도 땅값 올라가고 어쩌고 하고 있지만 뭔가 불안하다. 뭔가 일이 생길 것 같다.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길 했다.

북경에서는 (나름 위치가 좋은 동네라고는 하지만) 낡은 아파트가 한국돈 10억이 넘고 마당이 딸린 고급스러운 개인주택은 15-30억원.

막연히 생각해도 중국은 사회의 모순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좋은 대학을 졸업한 맞벌이 부부가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수도에 대출 끼고 괜찮은 집 하나 살 수 없는데, 한편으론 여기저기서 끝도 없이 새로 도시를 짓고 아파트를 올리고 있다.

중국 부동산이 미친 듯이 끓어오르던 시절에는 매도호가와 임대료를 터무니 없이 높게 책정하는 일이 많았다. 비워두면 비워뒀지 가격을 낮춰서 팔거나 임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도 결국은 집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올라 부동산이 승리하는 것이 현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버블이 부풀고 부풀어 오른 지금, 이제 들어와 살 사람도 없는 집들이 지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사람들의 생각은 10년 전 부동산 활황기에 멈춰있거나, 또는 그럴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아닐까.

부동산 외에도 부정부패, 양극화, 환경오염... 중국은 설탕으로 만든 유리창처럼, 어느 한 곳에 작은 충격이 가해지면 와장창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영향이 많겠지. 금융위기를 겪으며 중국 내 한인사회가 크게 변곡점을 겪은 느낌인데 (많은 기업이 철수하고, 그들이 이용하는 한인타운 식당, 여행사, 미용실 등 자영업자들도 철수하고, 거기에 엮여서 연동되기 마련인 유학생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다.) 다음 번 충격은 금융위기보다도 훨씬 더 충격이 크겠지. 금리도 오를 것이고, 정부 대책에도 오르기만하는 한국 부동산 가격도 내려가기 시작하지 않을까.

별개로... 요즘 축구 감독이 한국사람이어서 더 친근해진 베트남, 인구가 젊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높은 베트남 역시 나중에는 비슷한 길을 갈 것 같다. 베트남 역시 공산당이 권력을 놓지 않을 것이고, 중국보다 부패도 심한 상황이고, 사회 제도도 정비가 덜 되어있고, 이미 빈부격차가 심하다. 지금의 고도성장이 언제까지나 똑같이 이어질 리는 없다. 그래도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10년 이상은 무난하게 발전하겠지만 말이다.

결국 법치주의, 민주주의, 투명성 같은 것들의 뒷받침 없이는 더 발전하기가 어렵고, 우리나라도 그동안 숨겨져 있던 불합리한 사회구조와 모순들이 세상에 드러나고, 재판으로 거래를 하고 군인이 쿠데타를 모의했던 것들을 까발리고 기무사를 해체하고 (다른 판사에 의해 매번 영장이 기각되긴 하지만) 판사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하면서 결국은 중국이, 나중에 베트남이 거쳐야 하는 관문을 먼저 통과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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