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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 산문집 "여행의 이유" 본문

서평&예술평

김영하 작가 산문집 "여행의 이유"

thezine 2019. 11. 15. 00:02

 

 유튜브에서 이 책의 출간을 즈음한 북콘서트 같은 영상을 재밌게 본 생각이 나서 집어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회사 도서관에 입고 신청을 했고, 출퇴근 길에 읽어가며 완독을 했다. 두껍지도 않고 마침 날이 추워지면서 그럭저럭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 했다. 누가 보면 주머니가 보기 싫게 불룩해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작가가 여행다운 첫 여행이었던 대학생 시절 중국여행부터 시작해서, 살아오며 거쳐온 몇 차례의 의미 있었던 여행과 여행에 대한 생각, 여행이라는 것의 의미, 여행과 인생의 관계와 같은 생각거리들을 펼쳐놓은 책이다. 김영하 작가는 작가의 책 중 내가 읽어본 검은꽃의 배경인 멕시코에도 직접 다녀왔었고, 뉴욕에서는 몇 년이나 되는 시간을 살다 오기도 했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멕시코까지 답사를 간다는 것이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 중에 뉴욕에는 몇 해나 되는 시간을 보냈을 정도라고 하니, 조정래 작가의 함자에서 느껴지는 토종 한국 작가의 이미지보다는 (물론, 제대로 된 인상이라고 할 순 없고 순전히 문외한스럽고 개인적인 느낌대로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나처럼, 나의 세대처럼, 적당히 '빠다 취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영하 작가에 대해 TV나 유튜브에서 이미 현실적인 생활인, 인간으로서의 면모도 접하긴 했지만, 작가가 소설이라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산문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에는 그것만의 즐거움이 있었다. 때때로 심금을 울리는 마음에 드는 표현도 있었고, 때로는 우리가 예술가에게 기대하는 까칠함이나 특이한 면도 있었고, 한 편으로는 문학지에서 요청을 해야 글을 실어주는 기존 관행과 달리 본인이 문학지에 글을 실어주도록 요청을 하고, 실제로 글이 실렸다는 일화처럼, 예술가에 대한 편견과 달리,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앞가림을 잘 하는 예술가라는 측면도 있었다. 소설책을 읽다 보면 '평소에 얼마나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길래 이렇게 길게 썰을 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전한 책 한 권에는 작가의 다양한 생각과 상상을 담기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긴 글에서도 가상의 이야기에는 가상이라는 울타리가 처진 느낌이다. 반면 '여행의 이유'에서는 허구의 소설에서는 표현되지 않던 유명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읽는, 마치 연예인이 쓴 본인 이야기를 읽는 듯한 재미도 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 나의 호평은, 내가 김영하 작가 외모와 아주 조금 닮은 구석이 있다거나, 개인적인 인상이 아주 조금 비슷해 보인다거나, 학교 선배라거나, 성격도 아주 미세하게 조금은 비슷한 면이 있다거나 하는, 개별적으로는 호감의 이유로는 불충분 하지만 모두 모아놓고 보면 뭔가 호감을 가질 만한 분량의 동질성이 생겼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것이 좋은 이유는, 나에게는 독서가 생각 자극이 된다는 점이다. NINE-TO-SIX 직장인의 생활에는 생각다운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많지 않다. 언젠가 아이들이 사람의 '뇌'를 '생각 주머니'라는 표현을 배워와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책을 읽다 보면 생각주머니를 흔들고 새로 INPUT을 하는, 일종의 뇌 오락으로서 자극이 되는 것이 좋다. 멍하니 살고 있지 않고, 삶과 현재를 의식하며 산다는 느낌.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여행을 즐기고, 여행을 소화하고, 여행을 기억하고 내면화하는 방법, 방식이나 결과에 대해 생각해보며, 독서 중간 중간 즐거운 샛길에 빠지곤 했다는 점이 좋았다. 또한, 생각의 자극을 원하긴 하지만, 취미 생활 도중 만큼은 무겁고 우울한 걸 바라진 않는 고달픈 생활인으로서, 마음에 부담을 주는 아젠다로 가득한 그런 책은 아니라는 점도 그렇다.

 

 쓰다 보니 너무 극찬처럼 보이나 싶긴 한데, 요약하면 그냥 재밌다. 즐거운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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