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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나에게 80만원을 주고 싶은 일

thezine 2020. 10. 24. 17:08

'국민학교' 시절엔 보이스카웃, 중학교 시절에는 우주소년단 활동을 했는데, 그 시절에 막 생겨난 단체인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우주 관련 사업이 얼마나 오래된 건지 모르겠지만 발사체 연구나 우주 개발 관련 정부사업을 시작하면서 출범한 단체가 아닐까 싶다. 그런 추측이야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그 추측이 맞겠다 싶은 게, 당시 우주소년단을 대상으로 러시아 우주센터 견학을 간다는 소식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취학 전에 가족들과 일본,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여러 곳 가보는 아이들이 많지만 그때는 모르긴 몰라도 우주소년단 동기 누구도 해외여행 경험은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 우주센터 견학은 누구나 손만 든다고 갈 수는 없었다.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는 단 한 명만 참가 가능하다고 인원이 배정됐다. 의욕 넘치는 젊은 과학 선생님이 우주소년단 담당이었는데 이 소식을 전하면서 한 아이라도 기회를 활용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참가는 하지 않았다. 참가비 80만원이 유일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물론 지금의 80만원의 가치는 아주 많이 다르다. 그때가 1990년이었는데 그해 대졸 초임 월급이 41만원이었고 급여가 높은 곳이 월 50~60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니 정확하게 지금과 비교하려면 80만원이 아니라 대충 500만원 정도로 비교해야 당시 80만원의 무게가 가늠될 것 같다. 뭐, 아무튼 당시 안내문에 적힌 러시아 우주캠프 참가비는 80만원이었다.ㅎㅎ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우리나라에선 우주인 선발을 거쳐 교육도 받고,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가고, 첫 한국인 우주인이 생겼네 어쩌네 하는 일도 있었는데, 알고 보면 내가 중학생 때 멋도 모르고 가입한 우주 소년단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건들이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80만원 참가비를 말했다가 결재가 반려된 우주소년단 아이들이나, 우리 학교에 단 하나 할당된 티켓인데 갈 수 있는 아이가 없구나 아쉬워했을 담당 선생님 생각을 해봤다. 저기 어딘가 누군가는 몇 안되는 티켓을 놓고 경쟁까지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다시 그때의 나에게 80만원을 주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옛날에 주어진 기회와 놓친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나간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오늘도 하루하루 더 늙어간다. 군대에서 휴가 나온 것처럼, 주말에 연차를 붙여 놀 때 느끼는 것처럼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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