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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끝나면 진짜 끝인 것

thezine 2022. 2. 14. 00:09

길지 않은 시간 사이에 몇몇 친구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오늘도 한 친구의 아버지가 얼마 전 돌아가셨는데 굳이 알리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들은 70년 내외의 시간을 살면서 호오의 감정과 유무형의 재산과, 가족과, 다양한 삶의 흔적들을 뒤로 하고 돌아오지 않을 길을 떠나셨다. 내세나 천국이나 윤회를 믿는 것과는 관계 없이 사람은 죽음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만큼은 '거의'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 굳이 이 말을 보탠다.) 모두가 진리로 받아들인다.

하버드 의대 연구소 싱클레어 박사의 노화에 대한 책 서문에는 인생을 풍부하게, 매일매일 의미있게 seize the day하며 살아온 고모(이모?)의 이야기가 나온다. 더할 수 없이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온 그 분조차 죽음을 앞두고는 점점 신체 기능이 하나둘씩 끝나버렸고 마침내는 온기도 없는 작은 불꽃처럼 생명이 사그라졌다고 했다.

그 사람이 노화를 연구하게 된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떻게 살아도 그 길 끝의 결말은 같다. 물론 그곳을 누구나 간다고 해서 그곳이 모두에게 목적지인 것은 아니다. 다만 어차피 할 일을 준비하는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종착지(어떤 이들은 종착지가 아닌 경로라고 믿는)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해두는 것이 좋겠다. 가족의 죽음을 맞고 미리 준비없이 있다가 아침에 출근 등교 준비로 허둥대는 것처럼 보내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을 글로 적은 적이 있는데, 그건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문상 다녀오는 길에 드는 생각들이다. 각자의 서로 다르고 또 비슷하기도 한 인생의 이야기를 어느 날 결국 마무리한 분들을 접하면서, 정말 끝은 끝이구나, 여기서 다른 것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내 가족과 친구에게 어떤 삶이 펼쳐지더라도 그것을 곁에서 바라보고 나눌 수 없어지는 것이구나. 마치 재미있는 비밀 이야기를 나에게만 들려주지 않는 것처럼 삶으로부터 소외당한다는 느낌. 정말 끝이 끝인 그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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