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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간츠:오

thezine 2022. 5. 11. 02:04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네이버 영화평을 여러 개도 아니고 딱 한 개 읽어보았는데, "앞뒤 잘 잘라서 깔끔하게 만들었다"는 취지의 그 평이 딱 맞다.

간츠 만화책은 여러 권이다 보니 영화로 만들려면 20세기 한국 드라마 스타일의 '기승전멜로'를 만들 게 아닌 이상, 전투 장면의 '그림'과 삶과 죽음이 갈리는 '드라마'에 집중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긴 하겠다.

오랜만에 보는 일본 애니메이션인데 마블이나 DC의 히어로물이 떠오르는 건... 나뿐은 아닐 것 같다. 선과 악(?)이 싸우는 동안 도시는 엉망진창으로 파괴되고, 그렇게 엉망진창이 되는 것에 비해서는 (마치 텅빈 세트를 부수기라도 한 것처럼) 그다지 잔인하지도 않고, 나중에는 그 누구도 재건에는 신경쓰지 않는 듯 하지만 언제나 도시는 평소처럼 돌아가는 듯한 느낌.

물론 '시간 관계 상 내용에 다 담지 않았을 뿐'이라는 설정으로 편리하게 퉁쳐도, 딱히 이 영화만 나태하다고 비판할 정도는 아닌 듯 하다. 다만 한강의 다리나 백화점이 무너지거나, 카페리가 침몰하는 (재난 장면에 나오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작아보이는) 사고 하나만 일어나도 온 국민이 큰 충격에 빠지고, 침체되고, 애도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미국과 일본 히어로물의 결은 다르지만) 히어로물의 세계에서는 인간이 겪는 피해도, 충격도, 히어로의 능력만큼이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 SF적 재미, 마치 고등어 조림의 몸통조각처럼 가장 맛난 부위만 추려 담은 듯한 각본은 맘에 든다. 일본애니 특유의 화면연출은 시대와 장르를 떠나서 공통적인 부분이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공각기동대 떠올린 사람.... 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