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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출일기

9박 10일 중국 남부지방 여행

thezine 2007. 6. 24.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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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도 여러 가지가 있다.

5월 말이나 6월 초엔 한 번씩 중국 몇 개 도시를 돌아보는 게 올해 2번째인데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이 출장은 유난히 체력적으로 빡센 편이다. 일단 이동거리가 길기 때문.

편하게 비행기를 탄 적도 있지만
일반 기차 좌석이나 침대기차를 탄 적도 있고
위 사진처럼 장거리 침대 버스를 타고 간 적도 있다.
침대칸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편하진 않다.
하지만 그 좁은 공간이나마 나름 아늑하긴 하다.
사람이란 그런 존재인 듯.


하도 중국말만 하다보니 중국사람의 말습관이 몸에 배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다.
왠지 멋적어서 그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자제했는데
그 이후로도 습관적으로 중국사람의 말습관이 튀어나오곤 했었다.
한국 와서도 아직은, 동료나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중국사람식 말버릇이 튀어나온다.
(ex. 말할 대 '쯧' 하는 혀를 차는 소리를 많이 쓴다.)



닝보, 소주, 온주, 하문, 심천 - 5개 도시를 돌아보고 왔다.
중국의 동남 연해지역을 대표하는 대도시들이다.
중국의 발전하는 경제, 불끈하는 활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지역들이다.
한국에서 손꼽힐 만한 대형 건물들이 줄지어 여러 채가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도시들은 대부분 아열대 지역이었고 야자수을 멋지게 심어놓은 드라이브코스도 있었다.
전부터 알아온, 익숙했던 중국의 모습을 다시 만나기도 했고,
같은 중국사람이라도 지역마다 사람마다 발음이 완전 제각각이라 때론 알아듣지 못해 몇 번씩 되묻기도 했다.

어제 올린 사진 같은 진수성찬을 거의 매일 점심 저녁으로 먹었지만
한편으론 맵고 시원한 김치가 그립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 도착 첫날 저녁엔 김치를 무지 많이 먹었다.
김치를 원래 이만큼 좋아하진 않았는데, 언젠가부턴 그 소중함을 깨달았다.)


9박10일이 그땐 꽤 길고 길게 느껴졌었다.
원래 생활이 그랬던 것처럼,
바퀴 달린 가방 속의 물건이 나의 전부였던 것처럼,
여기에서 하루 이틀 머문 후에는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원래 나의 생활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느꼈다.
보통은 쉽게 잊는 게 사람이기 때문이다.
겨우 일주일 전의 생활마저도 쉽게 잊는다.

..
..
..


누군가는 출장을 갈 때 운동용 신발을 미리 준비하고
도착 첫날부터 조깅 코스, 운동할 곳을 확인해둔다고도 하지만
나는 이동이 잦았던지라, 그런 쪽으론 준비가 적었던 지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언젠간 쿨하게 출장 가서도 운동을 빼먹지 않는 날도 오리라.

담주부턴 늘어난 군살을 날려버리기 위해
1년 반째 다닌 체육관을 보름만에 다시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일단 내일은 오랜만에 주말다운 주말을 보낼 수 있겠다.
쇼파에 찌그러진 채로 책들을 뒤적거리며 차 마시기.

그러다 책 읽는 게 조금 지루해질 때쯤,
벌써 꿈처럼 희미해진 중국 남부 5개 도시의 기억들이 문득 떠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