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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출일기

중국출장 - 음식 이야기 #1 - 광동 음식

thezine 2007. 6. 26. 13:52

한국 사람 치고 김치를 필수적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론 김치를 못 먹는 한국 사람도 있긴 있더군.) 하지만 비교적 느끼한 음식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나, 작년 가을에 중국 광동에 출장을 다녀온 후로 나의 김치 사랑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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牛河niuhe 라는 광동 음식

 니우허(牛河)는 광동에서 많이 먹는 음식 중에 하나다. 작년에 출장 갔을 때 처음엔 입맛에 맞아 많이 먹었는데 너무 느끼해서 지금은 상에 올라와도 맛만 보고 안 먹는 음식. -_-; 보다시피 넓은 면발을 야채, 쇠고기와 함께 기름에 볶은 면 요리다. 느끼해서 그렇지 맛 자체는 괜찮은 편.

 짧은 지식으로 광동음식을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광동 음식은 위에차이(越菜)라고 부르는데 탕종류가 유명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래에 소개할 간식거리들(딤섬点心)과 함께 아침과 오후에 차를 마시는 풍습도 있다.(각각 자오차早茶, 우차午茶라고 한다.) 차를 마시기를 좋아해서 차 마시고 한담을 나누며 긴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하네.

 중국에 대해 들어본 여러 말 중에 유명한 말, '날아다니는 것 중에는 비행기를 빼고, 네 발 달린 것 중엔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건 원래 광동음식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종목 자체는 타 지방도 대동소이한 것 같다. 뱀이나 자라나 개고기나 전갈 등등, 자주 먹는 음식은 물론 아니지만 메뉴에는 포함돼있다.)

 이날은 점심에 장사가 잘 된다는 찻집에 갔다.

(중국의 찻집은 한국식 카페와는 다르다. 대개 차만 팔지 않고 식사, 간식거리도 함께 판다. 서양식 찻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날 가본 심천의 찻집도 마찬가지였다. 이름만 찻집일 뿐 여느 식당과 같다. 다른 지방의 식당에서도 대개 음식에 차를 곁들여 마시는데 이 동네는 특별히 차에 의미를 둬서 찻집이라 부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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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이 그 찻집에서 먹은 음식들이다. 요즘 한국에도 몇 곳 생긴 딤섬집들(Jacky's kitchen인가... 거기도 비슷한 식일 듯. 가보진 않았다. 비싸고 그에 비해 맛은 그저 그렇다는 말 때문에.)도 아마 모양새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젤리처럼 보이는 음식, 모닝빵처럼 보이는 빵, 새우가 든 만두(최고!), 닭발(정식 이름은 '봉황의 발톱'이다. 닭발요리의 중국식 표현.), 모두 맛이 괜찮았다. 겉보기엔 서양음식 같던 것들도 속엔 단팥이나 팥알이 들어있었다.

여기에 국화차를 같이 마셨다. 국화차는 그냥 마시면 텁텁한 느낌도 있고 맛이 그저 그렇다. 그런데 달달한 음식들과 먹으니 잘 어울려서 차도 여러 잔을 마셨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심천에 갔던 6월 19일은 단오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단오라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로 챙기지 않고 넘어가는데 중국에는 단오마다 하는 행사가 2가지 있다.

하나는, 용선경기(dragon boat)이고 다른 하나는 대나무잎찐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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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즈(쫑米+宗 즈子)라고 부르는 이 음식은 찹쌀에 속을 넣어서 잎사귀로 감싸서 찐 음식이다. 크게 나눠서 달달한 거, 짭짤한 걸로 나뉘는데 속에 뭘 넣는가는 엿장수 맘대로. 대나무잎사귀 비슷한 걸로 감싸는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다. 중국 동료 말로는 대나무와 비슷한 종류라는데 자기네들도 잘 모르더군.

중국 검색엔진을 찾아보니 (http://baike.baidu.com/view/3058.htm) 역사, 유파(유파씩이나.. -_-;;;), 각 나라의 다른 버전, 만드는 법 등 여러가지 자료가 소개되어있다. '구예菰葉'라는 잎으로 싸는 거라고 하네.

암튼 보다시피 기름지지도 않고 담백하고 건강식인 것 같기도 하고, 한두개 먹으면 속도 든든하다. 출장 기간에 단오가 끼었으니 이 기회에 한 개 먹고 왔다.


출장 중에 아기를 나은지 며칠 되지 않은 산모가 있는 집에 갔었는데 그 동네에선 산모가 40일 동안 문밖 출입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35일째라며, 조금만 있으면 외출도 가능하다고 하더군. 그리고 잔치국수 비슷한 걸 먹는데 계란후라이, 새우, 버섯을 넣은 구수한 국수다. 산후 조리를 그걸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산부가 있으니 손님도 먹어야 한대서 나도 한 그릇 먹고 왔다.

나도 한국에서 미역국이 갖는 의미(산후 산모가 먹는 음식, 그 후엔 생일 때마다 먹는 음식, 타지에 나가 사는 자식의 생일날 부모가 전화를 하면 먹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음식)를 설명해주기도 했다. 아무튼 이렇게 각각의 음식에 오만 가지 의미를 두는 것도 중국 문화의 특징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렇게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들은(단오절의 쫑즈, 중추절의 월병) 다른 때에는 잘 안 보인다는 점. 그래도 쫑즈는 슈퍼에 가면 파는 것 같은데 월병은 중추절 아니면 구하기가 힘들다. 월병을 좋아하는 고로 찾아봤는데 평소엔 안 보이더군.

물론 월병도 맛있는 녀석이 있고 맛 없는 녀석이 있다. 맛있는 월병에 뜨끈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친구와 이바구를 푸는 것도 아주~ 좋다. ^-^



이 외에도 중국 출장 중에 새로운 음식을 많이 먹어봤다. 여건 상 사진으로 찍지 못한 음식이 많은데 아쉽다. 그나마 찍어서 남긴 몇 안되는 사진은 다음에 또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