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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thezine 2024. 7. 9. 00:17

옛날부터 유시민 작가의 책을 종종 읽어왔지만, 한 번은 출판 기념 강연에 가서 사인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은 헐레벌떡 반가움에 읽고 보는 책은 아니다. 정치 고관여층에 속하는 사람으로서는 유시민 작가의 정치 관련 저작을 읽자면 이미 부분적으로 유튜브, 방송, 다른 정치 인플루언서의 코멘트 같은 경로를 통해 아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는 아는 내용이고, 내용은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고, 그럼 굳이 읽지 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작가의 '유럽도시기행' 같은 책에서도 정치의식이 드러나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접하는 정치 현실이 담긴 책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출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 시대를 선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의 신간에 대한 호기심, 이미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코멘트에 이 책을 집어들었다. 내가 읽은 책은 초판이고, 발행일은 2024년 6월 19일이다. 지금의 현실을 담고 있는 책이라서 두세달만 지나도, 지금처럼 조변석개하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옛날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쉽다. 어쩌면 그 사이에 특검법이 통과된다거나 하는 드라마틱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바라는 내 심리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전반부를 요약하자면, "도자기 가게에 코끼리가 들어가서 깽판을 부리면, 가장 시급한 일은 한시라도 빨리 가게 밖으로 코끼리를 몰아내는 것이다. 코끼리를 안락사시킨다거나, 벌을 한다거나, 그냥 숲 속으로 보내버린다거나 하는 조치는 나중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우리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지없이 흐르고 있고, 대한민국 도자기 가게에서 윤석열 코끼리의 뒷발질이 얼마나 더 비가역적으로 도자기를 깨트릴지 모른다. 우리는 한 시가 급하다." (내 생각에는 R&D예산 삭감과 유망산업들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 가장 뼈아프다. 되돌리려고 해도 단시간 내 되돌리기 힘든 사건들이다.)

이 책은 윤석열의 앞날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각자의 '느낌적인 느낌'에 따르는 뇌피셜 앞날 예측이 아닌, 사람의 본성과 '그'가 처한 상황, 이제까지 드러난 '그'의 품성과 언행, 객관적으로 확인된 범죄 혐의점, 대한민국의 대통령 '직'에 대한 법&제도, 국힘당 국회의원 집단의 성향과 같이, 현재 참고할 수 있는, 공유된 정보들을 근거로, 2찍들도 어느 정도는 들어보면 동의할 만한 방식으로 앞날과 경우의 수를 설명하고 있다. (책 제목에 '그'라고 쓰여있어서 '그'라고 몇 번 쓰다보니 약간 볼드모트 느낌)

(극우 유튜버를 묻지마 신뢰하는 상당수 사람들은 제외하고) 여야를 떠나서 정치 고관여층이라면 아마도 이 책에 본인이 아는 내용, 생각해본 부분이 듬성듬성 (혹은 고관여 정도에 따라서 더 잦게) 등장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나 유작가가 자칭하는 지식 소매상의 역할은 빈틈을 메꿔서 파편화된 지식과 생각이 정리된 결론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정치 에세이를 읽을 때의 스트레스는 없었고, 내 생각과 정보의 빈틈도 메꿔주기에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윤석열의 잔여 임기가 생각보다 짧던, 길던 간에 유작가가 설명하고 예상한 '변수'와 '환경'과 같은 요소들도 다소간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 시점에 이 책의 내용을 되돌아보면 재미(?)가 있겠다 싶다. 물론 이 책의 주된 인식은 '재미'라는 말을 쓰기에는, 지금 도자기 가게에 미치는 코끼리의 폐해가 막심하고 시간이 급하다는 것. 얼마나 더 비가역적으로 나라를 망가트릴지, 이걸 또 궁금하다고 표현해야 할지. 아무튼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해 생각 거리들이 생겨나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