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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왜 못잘까

thezine 2024. 7. 28. 23:57


내가 평소 고르는 책이 월 4~6권인데 보통은 내가 고른 책만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땡기는 책이 별로 없었던 달도 있고, 가끔은 드물게 내가 선택해놓고 막상 펼쳐보니 맞지 않는 책이라서 마저 읽지 않고 덮은 책도 있기에 두세달 이상 길게 보면 내가 고른 책 수 = 내가 읽은 책 수가 되는 편이다.

회사 도서관에 신간 코너, 정확히 말하면 새로 입고된 신청 도서들이 꽂히는 공간이 있다. 오래된 책을 신청할 수도 있으니 신규 입고 코너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많은 책이 꽂혀있진 않지만 서점에 온 양 어떤 책들이 있나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그 중에 '왜 못잘까', '슬기로운 수면생활'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나와 비슷하게, 잠생활이 과히 편치 못한 동료 누군가가 함께 신청한 도서가 아닐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잠시 짚고 넘기자면 슬기로운 수면생활도 읽기는 했으나 절반 정도는 수면의 중요성과 같은 기초적인 내용이었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베개, 침대, 온도, 잠자리 관리 같은 수면 환경 중심의 내용이었다. 도움이 되기는 하겠으나 지금 필요한 것과는 차이가 있어서 '슬기로운 수면생활'은 간단하게 훑어보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서 '왜 못잘까'는 일본 의사가 쓴 책인데, 번역 과정에서 어디까지 감수 혹은 현지화를 한 것인지, 군데 군데 한국화된 내용들이 보인다. 처음부터 그렇게 쓰기보다는 한국판을 내면서 현지화 원고를 일부 새로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서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 한국 학생의 수면 시간 같은 통계치를 인용하고 있다. 한국 독자를 고려해서 단순 번역이 아닌 한국 data를 대입해서 성의도 느껴지고 실제로 유효하고 참고가 되는 내용이 되는 점이 좋았다. 문체도 대체로 자연스러운 문체였는데, 일본어 번역체 티가 크게 나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 어느 언어 번역체든, 번역체 티가 나는 글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책 내용은 아무래도 정보성의 내용이라서, 책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요약'이 되어버릴 수도 있고, 낮에 달리기, 아이 자전거 튜브 수리, 재활용품 분리수거, 장보기 등으로 눈거풀이 무거워지고 있어서 내용 요약으로 가면 안되겠다.

의사로서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잠에 도움이 되는 것,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근거(이론적인 내용)와 적용 방법(실제 실천할 내용)을 너무 어렵지 않게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꼭 지킬 부분, 적당히 여건에 맞출 부분, 덜 중요한 부분을 구분할 수 있도록 이해가 되는 설명이 유용하다. 조언을 너무 쉽게 하는 사람들 중에, 경중의 구분 없이 '의무' 사항을 남발해서 결국 아무 것도 지키기 어려워지게 하는 경우와 대조되는 스타일이다.

'경중 구분'이라는 말을 한 김에 표현하자면, 책 내용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 중간, 약간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있는데, 첫번째가 '잠을 잘 못잔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진 말아라. 자려고 사는 것이 아니고 살려고 자는 것이다.'는 취지의 말이 있었다. 일요일 밤이나, 새벽 골프 접대자리 전날 밤 같이 유독 '잘 자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한 밤이 있다.

잠을 부족하게 자고 깰 때의 괴로움 때문인지, 다음 날 컨디션이 좋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서인지, 아무튼 그런 압박감 때문에 더 잠을 잘 못잘 때가 있다. 예민해서 못자고, 못자서 예민해지는 부정적인 '강화'가 생긴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문제라는 점을 짚어준 것이 많이 도움이 됐다.

"수면생활 상태가 나쁘다고 오바 떠는데, 그런 사람들 대부분 생각보다는 잘 자고 있더라, 오바하지 말고 스스로 스트레스 추가하지 말아라. 하루 이틀 잠 설친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실제로 내 상황도 그런지 어떤지는 한 번에 기 백만원 하는 수면다원검사? 같은 조사를, 사실은 여러 번 해봐야 어느 정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할 거다. 평소 수면 상태가 평일 다르고 주말 다르고 일요일 다르고 술 마신 날 다르니 말이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같은 선문답같기도 하지만, 수면 문제는 심리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가장 크게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이다.

그리고 더불어... 40-50대, 그리고 그 이상 나이가 들면 수면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노인이 되면 더 수면의 질이 낮아지며, 따라서 수면의 질이 낮아지는 상황에 대해서 '내가 예전에 이렇지 않았는데' 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 나이 때가 되면 이런 정도가 보통이구나'라는 객관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신체 현상에 대한 내용이니 노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긴 한데, 늙어가는 것의 씁쓸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나이 들수록 잠의 질이 낮아진다니... ㅠㅠ

그 외에 멜라토닌, 우유, 카페인음료 등등 일반적인 상식이나 민간요법(?)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으니 수면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회사 도서관에 수면 관련 책을 2권 신청한(동일인일지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 덕분에 알지 못했던 책을 고르고 수면 문제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얻었다. 서점에 비하면 초미니 선택지이지만, 디지털 서점이 대신할 수 없는 오프라인 서가의 매력을 다시 느끼게 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