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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thezine 2008. 2. 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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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대에 있을 때 지겹도록 보고 만졌던 차다. 바퀴가 달린 판대기에 누워 차 밑에 들어가서 오일이 새거나 하는지 점검을 하러 들어갈 때가 있었는데, 장난감으로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모양이어서 신기해했던 적이 있다.

 짐칸의 저 문은 수백번 열고 닫았다. 트럭 타이어 가는 일이 생각보다 무지 빡셌다.

 부대에 갓 들어간 신병 시절에, 겨울에 저 지붕을 열고 앉아서 국도를 달리던 것도 생각난다. 추운 것도 문제지만 찬 바람이 부니 숨 쉬기도 힘들었지.지붕에 난 구멍을 '터렛'이라고 하는데 저기에 앉을 때는 의자가 없어서 안전벨트 같은 걸 걸어놓고 거기에 앉는다. 시간이 지나면 엉덩이에 띠모양으로 줄이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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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몸도 아니고, 이런 저런 장비를 몸에 덕지 덕지 붙이고 메고 둘러차고 저 공간에 들어가려면 무지 좁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저런 장갑차를 타본 일이 없으니 알 수는 없지만...^^ 저런 걸 타는 사람들은 '기계화 보병(Mechanized Infantry)'라는 주특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미군의 군사주특기는 '숫자두자리+알파벳 한글자'인데, 보병들은 11B, 11M 같은 주특기 번호를 가진다. 그래서 보병계열을 'eleven series'로 지칭한다. 훈련은 고되지만 육군의 꽃이라고들 표현하지. 할 게 없어서 총 한 자루 쥐어준 게 보병일 수도 있지만 육군 전력의 기본은 보병인 듯.

 그러나 카투사들 사이에서 11 series의 주특기를 가진 사람들은 동정의 대상자였다는 사실. 후반기 교육 받고 자대에 배치받는 동기들끼리 돈 걷어서 보병부대 가는 친구들 저녁 사줬었다. 물론 JSA(Just Standing Army)에 배치받은 친구들보다는 나아보였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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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그리 소중했는지 박스 위에 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이것저것 많이도 적어놨었다. 청소년이 아닌 청년이 된지 10년도 넘어서 그런지, 이젠 미련을 버리고 모두 버렸다.

 시간을 버티는 것과 버티지 못하는 것의 차이를 모르겠다. 어떤 것들은 집구석에서 먼지가 쌓인채로 오래오래 버티기도 하고 그보다 훨씬 소중한 어떤 것은 영영 내곁을 떠나기도 한다. 중요하지 않은 것부터 차례차례 포기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사는 게 그렇지가 않네.


 그나저나 저 조그만 박스 안의 물건들을 버리는 데 이렇게 오래 걸렸다. 살림이 늘어나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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