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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연예인 탄징의 죽음과 중국&한국 언론의 문제

thezine 2008. 4. 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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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연예인 '탄징'이라는 사람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한국과 중국의 인터넷이 또 한차례 후~끈 달아올랐다. 속옷 차림으로 아파트 난간에서 사체로 발견된 터라 사망 원인이 아직 불분명하고 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중국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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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접한 관련 동영상 화면을 캡쳐한 사진이다. 위에서 보듯 사체는 아파트의 중간 중간에 가로로 놓여있는 기둥 같은 부분에 걸려있었다. 탄징이 추락한 창문은 여자의 허리 정도로 낮은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 기사에 등장한 관련 사진에는 사체가 이 난간(이라고 하기엔 불명확하고 '가로 기둥'이라고 해야 하나)에 걸린 모습이 아니라, 사체를 줄에 매달아 아래로 내려보내는 장면이 처음 등장했었다.

 씁쓸했던 장면은 이 동영상의 내용이었다. 스피커가 없어서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흐릿한 자막을 보니 "탄징이 3명의 남자와 매춘을 했는데 화대를 제대로 받지 못해서 다툼 끝에 살인이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이게 과연 누구의 주장인지는 자막만으로는 불명확하다.

 그 외에도 중국의 인터넷으로는 온갖 소문이 돌았다. 함께 있던 한국인들이 한국 항공사의 직원이라느니, 그 직원들이 사건을 일으킨후 멕시코로 갔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소문들. 또한 사건이 일어났던 광주 지역에서 현재 중국 최대의 무역박람회가 열리고 있는데, 그 때문에 사고를 은폐한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사건의 파장을 줄이려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긴 하다. 중국 광저우 최대의 행사인데 살인사건으로 밝혀지면 공안들에겐 부담스러울 터.)

 중국의 언론들이 이런 상상력에 근거한 내용을 기사화하는 일은 그 전에도 늘 있어왔다. 특히 그 내용이 일본이나 한국 같은 인접국가나 미국에 관련되서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일 때는 더하다. 일개 네티즌이 지어낸 내용을 빌미삼아 매체에 싣는 수법이다.

 기자들은 종종 이것이 자신의 주장/생각이라는 점을 숨기기 위해서, 혹은 틀에 박힌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가장을 한다. 지인의 이름을 빌려 '대학생 홍길동씨는...', '회사원 이순신씨는....'이라는 문장은 일단 이런 경우라고 의심을 해봄직 하다. 하지만 단순히 문장을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쓰는 경우라면 재미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끔 중국의 언론이 보도하는 '소설'이 문제. 그리고 그런 경우를 빌미삼아 네티즌을 낚아올리려고 하는 한국의 삼류 언론 매체들이 부창부수를 이루곤 한다.

 뉴스 포털에서 '중국의 네티즌들은'으로 시작하는 기사를 접한다면 이 내용은 소설이구나 하고 생각해도 좋다. 그런 기사는 대개 스포츠 서울 같은 저질 매체인 경우가 다수.


 일전에 강릉의 단오문화제를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록한 것에 대해서 중국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들끓었던 적이 있다. 이 소문은 중국에서는 꽤 많이 퍼져서 한국이 마치 단오 자체를 한국만의 명절인 것처럼 등록했다는 식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중국의 언론들이 주목을 끌 수만 있다면 사실 왜곡을 서슴치 않는 것도 문제지만 때때로 이를 받아적고 심지어 과장해서 퍼트리는 한국의 중소 언론사들도 문제는 마찬가지.

 그나마 대형 중앙 언론사들은 '중국의 한 네티즌은.....  이라고 주장했다'는 식의 기사는 싣지 않는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에 '무료로라도 좋으니 우리 기사를 실어만 다오'하는 중소 언론사들의 경우는 주목을 끌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는 집단. 언론사라는 간판만 걸었을 뿐, 극소수의 독자층을 과장해서 앵벌이로 먹고 사는 집단인 경우가 많다. (마이데일리, 뉴스엔 기사 링크)

 이래저래, 중국인들은 중국 언론에 낚이고 한국인들은 한국 언론에 낚이는 상황.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부딪힐 일이 많을 수밖에 없는 한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대만 같은 나라들은 앞으로도 이런 기사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그저 네티즌들이 눈치가 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기사가 과연 근거가 있는 것인지, 인용의 출처는 명확한지 하는 점들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보는 지혜를 갖길 바란다.

 나는 한국의 언론에 대해 여러 가지로 비판적이지만 그나마 중국의 지방 언론사에 비하면 형편이 많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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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징의 중국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려진 김종국과 찍은 사진: 김종국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었다 함.

 탄징이 누구인지, 중국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텐데 이젠 아마 상당수의 중국 사람들이 이 이름을 알게 됐을 것이다. 타살인지,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자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탄징은 그날 밤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고 한다. 술 마시다가 2차 가고, 3차 가고, 그러다가 필 받으면 친구 집으로 가서 놀았다는 걸 보면 한국인 친구들과 있었던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사실이야 알 수 없지만 같이 있던 친구들도 공안국에 가서 조사 받느라 고생하고 있을 듯. 한국 가수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고 한국인 친구들도 많았고 한국어도 공부했었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도 안타깝고, 나름 재능 있는 지한파 연예인을 잃었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도 밝혀지고 네티즌들이 이런 허접한 낚시에 걸려들지 않을 만큼 성숙해지길 바란다. 비극적인 사건을 놓고 소설을 쓰는 네티즌과 기자에게 낚이지 않는 수준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