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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나비 효과 - 메신저의 ♡CHINA

thezine 2008. 4. 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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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메신저에 등록된 중국 사람들의 대화명에 똑같은 부분이 눈에 띈다. 티벳 문제에 대한 서방의 반응 때문이다. 어떤 중국인들은 이번 문제를 서구 열강이 중국을 분할해서 지배했던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의 상황에 빗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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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벳 문제에 사람들이 주목한 이후 중국인들은 방어 본능적으로 반격을 시작했다. 주된 대상은 프랑스와 미국이다. 일단 미국은 CNN이 티벳의 시위에 대한 소식을 많이 전했고 그 중에는 비판적인 내용도 많았다. 뉴스 매체라는 속성 때문일 수도 있고 일부 진행자의 과격한 발언(중국상품은 쓰레기junk이고 그들은 도둑떼들goons and thugs)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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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는 올림픽 성화가 3번이나 꺼졌다. 덕분에 프랑스계 기업인 까르푸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까르푸는 중국에 진출한 대형할인매장 중에 가장 크다. 덩달아 프랑스의 화장품, 와인, 샴페인에 대해서도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본 메신저 대화명에는 '♡CHINA'만 보이지만 그 뒤에 ♡CHINA-抵制家樂福(저지 카르푸)가 달린 대화명을 퍼트리는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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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과 상관없이 사마실 수 없는 로마네콩티, 살빼고 싶은 게으른 사람들에게 희소식이었던 로레알 PERFECTSHAPE



 와인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품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그리고 로레알은 호주 현지 사무소가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도와줬기 때문에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국가지도자가 올림픽 개회식 불참을 선언한 독일 등 다수 유럽국가도 '투쟁'의 대상이 되었다. '투쟁'의 대상이 하도 많다보니 중국 사람들로선 적으로 둘러싸인 느낌이 드는 걸까. 포털의 뉴스 댓글에는 조선족으로 보이는 댓글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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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티벳을 서장이라고 부르는 것, 역사를 력사로 쓰는 것 등



 CNN 배격운동을 벌이며 안티CNN 사이트까지 만들어졌는데, 외국의 매체와 외국의 관점에 익숙치 않은 중국 사람들은 안티CNN에 올라온 내용만 알지, 실제로 CNN에서 뭐라고 했는지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라고 한다. 심지어 CNN이 신화통신처럼 미국의 관영매체인 줄 아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매체를 통제하다보니 외국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CNN 등 매체가 미국 정부를 대신해 중국을 비난한다고 여기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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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인들의 시위 장면(네팔에서)

 중국의 일반인들이 얼마나 제한된 정보만을 접하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탄징에 대한 글에서도 일부 거론했다.

 중국의 상황에 대한 비판에 맞서서 국수주의적인 태도로 반응하는 것은 나름 당연한 반응이다. 당의 방침에 어긋난 행동에 대해 자아비판하던 시절은 있었지만 당의 방침을 비판해본 시절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19세기 후반, 20세기 초 열강들이 중국을 침략하고 유린했던 기억은 생생하지만, 스스로 티벳을 무력점령하고 식민지화한 것에 대해서 무감각한 것은 균형잡힌 사고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에 비행사도 태워 내보내고, 일치감치 핵도 만들었고, 경제규모는 곧 일본을 따라잡아 세계2위가 될 예정인 데다가 올림픽을 통해 그동안 발전한 나라를 자랑하고 싶었던 중국인들. 그런데 갑자기 2등 국민으로 조용히 살면 좋았을 티벳인들이 독립을 부르짖고 여기에 동조하는 서방 국가들의 지지 소식이 연달아 들려온다.

 중국인들로서는 왜 남의 잔치에 재 뿌리냐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그것이 무지에서 비롯된 보수주의의 특징이다. IMF 직전, 외국의 전문가들이 외환위기를 경고할 때 '경제는 잘 나가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외국인들이 괜한 소리 한다'던 조선일보의 사설이 생각난다. 그때 한국은 제3자의 시각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스스로 변화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했던 역사가 이제는 중국에서 반복되는 것일까.



 그나저나 이번에 티벳 소식이 뉴스에 매일같이 등장하고 미국도 마지 못해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과 티벳 문제로 시끄러워지는 것이 미국 정부 입장에선 반갑지 않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시위무력진압에 대한 국제적 비판 여론을 외면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도덕적 압박감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은 일언반구의 입장도 표시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도덕이나 윤리에는 무관심한 사회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학만 잘 보내주면 비리 사학이라도 입학시키는 학부모들, 뉴타운만 해준다고 하면 친일파라도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는 유권자들, 경제만 살린다고 하면 범법자라도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유권자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침략전쟁에 파병하자는 국민들, 어디에서나 실용과 실익을 외치는 것이 사회 분위기다. 실용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결국 실용實用이 될지 실용失用이 될지 모르겠다. 물불 가리지 않고 '이익'이 될지 안될지만을 따지는 사회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가 과연 실제로 이익이 될지 안될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