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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 폭력 사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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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 폭력 사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

thezine 2008. 4. 2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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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토론 사이트 Tian Ya의 메인 화면

 Tian Ya는  중국의 유명한 토론 사이트다. 자세히 보진 않았는데, 뉴스 형식의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누군가가 주제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답글을 다는 형식으로 사용된다. 그 중에 추천을 많이 받을수록 메인 페이지에 노출이 되는 방식인 듯.


 중국 웹사이트의 특징은 메인 페이지가 무지 길다는 점이다. 한국 웹사이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마우스의 휠을 한 번 돌리면 다 볼 수 있지만 중국의 웹사이트는 휠을 서너번은 돌려야 사이트의 맨 아래까지 볼 수 있다. 그만큼 메인 페이지에 한 번에 많은 내용을 표시한다. 그래서 검색창에서 검색을 하지 않고 그냥 메인 화면에서 ctrl+f키를 눌러서 '한국'이란 단어를 찾아봤다.

 내가 발견한 내용은 3가지. 위 사진 가장 위에 큰 글씨로 나온 것은 저번에 나도 글을 썼던 '탄징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과 경찰 측의 인식이 다르다는 내용이다. (아직도 다수 중국 네티즌들은 탄징 사건에 음모론을 믿고 있는 듯 하다.)

 나머지 두 건이 바로 이번 성화 봉송과 관련된 내용이다. 한 건은 장나라가 성화를 들고 있는 사진을 필두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성화가 '환영 받는' 내용을 담았고 나머지 한 건이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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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an Ya에 이번 폭력 사태에 관련해 올라온 사진

 중국 사이트에 올라온 시위 모습 사진이다. 알파벳 ZD는 藏獨(장독: 티베트 장족 독립)의 약자이다. 뒤에 '분자'를 붙이기도 하고 간단하게 ZD로도 표기하는 듯 하다. 한 마디로 '티벳독립분자'라는 의미. 포럼을 둘러보다 보니 이런 알파벳 약자가 무지 많았다. 몇 개는 알 수 있었는데 내가 알 수 없는 표현도 상당수.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용어는 인터넷을 자주 하는 사람들만 아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듯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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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화 봉송 반대 시위자들이 펼쳐보였던 현수막. 한자로 쓴 내용은 위의 한글과 동일한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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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에 나왔던 중국인도 어딘가에 맞아 다친 것 같다. 아래에도 관련 글이 나온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번 폭력 사태가 한국인과 티벳 시위대가 먼저 촉발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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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조금 쌩뚱맞았던 장면. 폭력 사태에 묻혀 우리나라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은 부분인 것 같다. 티벳 무력 점령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지만 주로 '개고기를 먹지 말라', '동물을 학대하지 말라'는 주제인 것 같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못본 장면이라 의외였는데 해당 사이트에는 이 사진이 자주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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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글에 달린 리플들

 누군가 글을 올리면 위 사진처럼 리플이 주루룩 달린다. 중국 네티즌이 2억명을 넘는다고 하는데, 리플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 대충 읽었는데도 한참 걸렸음.


 위에 나오는 것처럼 DAUM에 실린 동영상의 주소도 소개되어있다. 링크를 올려놓고 "난 한국말을 모른다. 아는 사람은 저 화면의 내용 좀 설명해달라."고 쓰여있다. 한글을 모르는데 어떻게 링크는 구했는지 신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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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누군가가 올린 DAUM 동영상의 링크를 실제로 들어가보면 나오는 화면이다. 내용 자체는 인터넷과 TV에서 몇 차례 나온 유명한 장면이라 링크는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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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인터넷에 가장 많이 퍼진 사진 중에 하나다. 여기에도 위 사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발차기가 멋지다.'는 리플이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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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가지 재밌었던 점, 누군가 한글로 된 글을 퍼왔다. 아마 DAUM 같은 포털에서 뉴스나 토론 게시판의 리플을 복사해온 듯 하다. "발제자가 번역해서 리플로 달아달라. 한국사람이 좋은 말을 했는지 어쨌는지(난 한국말 못함.)" 이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 한국말을 모르는데 어떻게 DAUM 동영상과 리플을 퍼올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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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의 잭 캐퍼니가 중국을 비난한 장면과 해당 기사

 CNN의 잭 캐퍼티라는 사람이 중국인들을 goons and thugs라고 표현해서 중국인들이 들고 일어난 적이 있다. 한국 뉴스에도 여러 번 등장했던 내용이라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이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이라고 반발하고 청원을 내기도 했고, 관련 내용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우리나라의 연합뉴스의 역할을 하는 관영매체)가 영문으로 발표했다.

 이 사건을 왜 거론하냐면 중국 사이트에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글에 잭 캐퍼티의 사진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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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캐퍼티를 참수한 모습을 합성해서 컴퓨터 배경 화면 size로 제작한 파일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듯 하다. 위 사진은 내가 size를 줄였는데 원본은 큰 사이즈.

 빨간 글씨는 "강한 사내를 범한 자, 비록 멀지라도 반드시 죽이리라(벌하리라)."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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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그 '일반적인 분위기'가 어떤지는 뒤에 간단히 설명) 눈에 띄는 리플이 있었다. 흥분한 리플들에 묻혀서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둘 다 동일한 사람이 올린 비슷한 내용이다.


 "당시 실제 상황이 어땠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 현장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없는가? 특히 그 맞았다는 중국 학생은 어느 대학의 누구인가? 여러분 모두 서로 물어봐주길 바란다. 왜냐면 외국의 신문방송들의 보도가 아주 심각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황을 아는 사람은 연락 바란다. 빠를수록 좋다. 이메일 xxxxx"


 중국을 제외한 외부 매체에서는 대체로 중국 학생들의 폭력 행위를 심각하게 보도하고 있다보니 일종의 방어 차원에서 중국 학생도 다쳤다는 사실을 가능한 알리고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확인하려는 사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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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과 일부 눈에 띄는(DAUM링크라던지, 한글 리플을 퍼왔다던지 하는) 리플만 캡쳐해서 올렸다. 이 게시물에는 현재 리플이 엄청나게 달려있다. 자세히 전달하자면 보는 사람만 열받고 양도 너무 많다.

 대체로 눈에 띈 것들만 나열하자면 아래와 같다.

 - "중국 학생들 안전을 조심하길. 조국이 너희를 지지한다."
 - 일본과 한국을 욕하는 내용
 - 먼저 ZD측 등 다른 쪽에서 폭력을 유발했다는 주장
 - "중국, 중화를 사랑한다", "이런 일들은 CIA, 미국 등에 의한 '反華(중국에 반대)' 음모다"
 - "홍색이 가득한 모습, 중국 국기가 가득한 모습에 감동했다, 눈물이 흐른다"
 - '까오리빵즈'라는 한국 비하 표현(=중국인을 짱꼴라라고 욕하는 것과 유사) 등장
 - 중국 국가(國歌)를 리플로 달았음.(폭력 사태 현장에서도 중국 국가를 불렀던 점을 떠올린다.)


 그 외 아래는 기타 소수/왕따/다구리 당한 의견
 - "앞으로 중국에서 올림픽 하겠냐. 성화 봉송 하나 하는데 이 난리니" -> 이 리플을 욕하는 리플 주루룩 달림
 - "한국인들이 그렇게 나쁘게 하진 않은 것 같네." -> 네티즌 호응 없음
 - "(기마 경찰 사진과 함께) 경찰은 친절했다. 시위가 끝난 후 우리에게 중국어로 '짜이지엔'이라고도 했다."

혹시나 궁금한 사람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라.
내용이 상당히 길고 사진도 많다. 물론 중국어.
http://cache.tianya.cn/publicforum/content/sport/1/124506.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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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에 긴 내용을 대충 주욱 훑어봤는데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짜증이 나서 못봐줄 내용도 대부분이다. 중국인들의 입장에서 봤기 때문에 우리나라 네티즌의 인식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중국인 학생도 다쳤다는 내용처럼 내가 몰랐던 부분도 있다. 밝혀내긴 어렵겠지만 폭력 사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전체적인 정황에 대한 정보도 더 자세히 알려져야 할 것이다.


 중국 네티즌의 주장 중에서, 인원수로 볼 때 비교할 수 없이 더 적었던 성화 반대 시위자들이나 티벳인들, 미국인, 캐나다인 등 외국인 시위대가 먼저 폭력 사태를 유발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상대편 시위대의 깃발을 빼앗고 폭행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리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주어가 빠진 채 '너무 폭력적이다'라는 리플 정도가 있었다.


 중국으로서도, 한국으로서도 이번 사태는 서로 득이 될 게 없다. 인접한 나라끼리 크고 작은 분쟁과 감정 싸움도 끊이지 않는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당을 무조건 추종하는 사람은 어떤 논리와 이성으로도 설득할 수 없는 것처럼 중국인들과 한국인들 사이에 인식의 차이는 좁힐래야 좁힐 수 없을 것 같다.

 흔히 지역감정, 민족감정, 국가간 감정이 상할 때 '어디 사람은 모두 이렇다'는 식의 비난은 늘 틀리다고 생각했다. 어디에나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고 어디에나 무식한 사람과 유식한 사람이 있기 때문. 그리고 보통은 누가 더 허물이 크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전혀 허물이 없는 쪽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니 중국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세계관을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시간이 오래 지나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적으로 늘 외침을 당하며 어렵게 생존해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대적인 인식이 강해서 외국의 비판과 평가에 너무 민감한 반면, 중국은 정 반대인 듯 하다.

 진중권이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해 말한 것처럼, 외부인들의 시선으로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물론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볼 때 그렇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미 공식인구 13억의 시선 대부분이 자신들만의 세계관으로 무장해있는 듯 하다. 게다가 국력까지 날로 신장하고 있다. 그들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