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중국 유학생 폭력 사태에 대한 다른 중국인들의 생각 본문

중국,쭝궈,듕귁

중국 유학생 폭력 사태에 대한 다른 중국인들의 생각

thezine 2008. 4. 30. 10:54

 어제 썼던 "중국 유학생 폭력 사태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에 인용한 중국 토론게시판의 관련 게시물에 새로운 리플들이 달렸다. 그 중에 눈에 띄는 내용들을 소개해본다. 어제 올린 글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라고 해두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석:"이것을 누가 해명해보시라"

 아이디가 아콘이라니, 어쩌면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고 한국인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중국인 유학생일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상상을 해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석:"이래도 폭도가 아닌가?"

 archon222가 올린 2번째 사진. 유학생들의 행동에 편향된 분위기에서 벗어나는 소수의 게시자 중 하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 글은 toreader86이라는 아이디가 작성한 글(위의 두 문단)에 대해 weili22라는 아이디가 인용 및 답글(아래 두 문단)을 단 내용이다.

(toreader86)반성할 부분이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이번 (성화) 봉송에서 폭력이 발생한 건 확실히 잘못된 일이다. 여러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상대방이 자극을 하더라도 최대한 힘을 사용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폭력은 정말 사용해선 안된다. 맞게 되더라도 주먹을 쓰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잠깐일 뿐이고 최후에 피해를 받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할 말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도울 것이 있을지 찾아보겠다.

(weili22)이 게시물의 WT(한국 네티즌이 쓰는 '인터넷 알바'와 의미로 쓰는 듯 함.)는 정말 역겹다. 계속 핑계거리만 찾는다. 꺼져라. 다 필요없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사기치는 말('P話'의 의미 추정)이나 한다는 것을 안다. 어쩔 수 없지. 조선족 동포의 정서가 퍽이나 감동적이어서 어찌할 수가 없군.

 그나저나 조선족(재중 동포)은 한국에서는 중국사람이라고, 혹은 중국사람보다 더 나쁘다고 배척당하고 중국에서는 한국 동포라고 배척당하는 신세인 걸까. 어느 나라의 교포이건 간에 재외 동포들에 대해선 칼로 무자르듯 '넌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 스스로도 때론 헷갈릴 정도로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쓸 생각)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네티즌이 폭력행위를 비판하기 위해 올린 자료들

 맨 위의 사진을 게시한 사람처럼, 이 글도 좀 더 중립적인 입장에서, 혹은 폭력사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사진과 글을 게시했다. 물론 다른 네티즌들이 WT(Wang Te:인터넷 알바?)로 매도하고 반대하는 리플이 주루룩 달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superjie)한국연합통신사 보도를 보니 27일 서울에서 성화 환영회에 나가서 충돌을 일으킨 중국 유학생들은 중국으로 추방된다고 한다.

(wayne_lord)애국은 칭찬해야 한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너무 충동적이었다. 우리 외교 업무가 힘들어지겠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반적인 중국 네티즌의 경향을 읽을 수 있는 글


 "살아있는 동안은 다시 중국에서 올림픽을 열지 않았으면 좋겠다. 29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희망한다. 일본의 우익단체, 한국의 탈북자가 모두 이때다 싶어 뛰쳐나와 시위를 한다. 어떤 도발을 받았을지 안봐도 알 수 있다. ..... 중국이 뭘 하든 다 잘못했다 ... 사진을 보니 사람을 때리기 시작한 유학생들은 잘못했다. 그러나 맞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지 않는가? ..... 지금 중국은 당승(서유기에서 삼장법사 고기를 노리는 요괴?가 많았던 것에 비유)의 고기나 다름없어 누구나 한 입 물고 싶어한다. 이미 시시비비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파리에서 시작해서 중국은 재난을 기다리는 당승의 처지가 됐다."

 이 글에는 요즘 중국인들의 심정이 고루 표현되어있다. 이번 성화 봉송은 세계 도처에서 반대 시위를 만났다. 나치 독일의 베를린 올림픽과 소련/미국의 올림픽 외에는 유례가 없던 일이다. 특히 최근의 어떤 스포츠 행사도 이처럼 정치적인 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없었다.

 중국인들이 성장한 국력을 과시하고 한껏 축제로 꾸미고 싶었던 올림픽에 대해 여러 면에서 지적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중국인들에게 어떤 느낌일지 상상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이 둘러 싸고 비난을 하는 듯한 느낌일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즘 중국인의 심리


"만두 1개를 먹으면 가난하다 하고
만두 3개를 먹으면 낭비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하고
고기를 먹으면 동물을학대한다고 하고
차를 몰면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하고
애국을 하면 맹목적이고 무지하다고 하고
외세를 배격하면 민족주의라고 하고
말을 하지 않으면 언론 자유가 없다고 하고
말을 하면 흥분한 (이성을 잃은) 청년이라고 하네"

 
 아마 이것이 중국 사람들의 일반적인 감정일 것이다. 물론 따지고들면 이와 같은 한탄이 모두 옳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교육수준과 일반적인 지식을 가진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저 억울하게 느껴질 법 하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한국의 민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치 쟁점에 대해서도 한국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윗 글)"중국에서 저 많은 사람들이 집회를 했으면 모두 탱크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

오자도 있는 듯 하고 이해가 안되는 말도 있으니 아마 중국인이 쓴 글은 아닐 것 같다.


(아래의 긴 글)"사정과 원인이 어찌 됐건 간에, 폭력이 발생한 것은 쉽게 논할 수 없다. 어쨌거나 이렇게 많은 중국 학생들이 폭력을 행사하는 사진이 도처에 널려있다는 것은 특히 참담한 일이다. 마치 영광스러운 줄로 아는 듯 한다 이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다른 나라의 법률을 존중해야 한다. 만약에 폭력을 행사한다면 법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절대로 폭력으로 폭력을 다스려서는 안된다. ... 그곳은 중국이 아니다. 중국에서 외국인은 특권이 있어서 중국사람보다 좋은 대우를 받지만 외국에서는 자국인이 우선이다. 현재 우리 중국 학생들은 한국인을 때렸다. 한국이 우리 입장에서 문제를 볼 줄 아는가? 이성이 있는 중국인이라면 자성하는 법을 배울 일이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인정하는 것은 용감한 일이다. 이럴 때 비로서 불공평한 보도에 대해 분노할 수 있다. 현재 일부 사람들의 소위 '애국'은 잘못하고 잘한 것과는 상관없이 무슨 일만 생기면 중국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이래서 어찌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겠는가? 폭력은 정도와 상관없이 이유가 충분하건 상관없이 허용할 수 없다. 나는 재한 유학생들의 이번 폭력 사건이 분명히 원인이 있을 것이고 상대방이 도발했을 것이며 조국 모친의 명예가 더럽혀져서 일어난 것이라고, 그리고 어쩌면 적의로 도발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그러나 유학생이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이성적이지 못하고, 이렇게 쉽게 감정의 통제가 풀리고 이런 큰 혼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정말로 한탄스러운 일이다."


-=-=-=-=-=-=-=-=-=-=-=-=-=-=-=-=-=-=-=-=-=-=-=-=-=-=-=-=-=-=-

 중국인의 입장에서 마지막 글보다 더 객관적으로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이성을 강조하고 폭력을 비판하는 논점을 보호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도발을 언급한 측면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위에 소개한 사진과 글들을 게시한 사람들은 전체 리플 중에 소수에 불과하다. 실제로 리플들을 읽어보면 잘못된 지식에 근거한 악플성 리플들이 상당수다.

 처음에는 올림픽 공원과 시청 앞 광장에서 일어난 소요사태가 이번 문제의 시발점이 되었다. 하지만 양국 온라인 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라인 전쟁(?) 때문에 그보다 더한 격한 감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 일어났다는 살인사건이 이 일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블로그 차트에 오르는가 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양국 온라인에서 잘못된 소문이 확대재생산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실제 폭력을 휘두른 학생도 아니고 단지 언론 인터뷰 등에 응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협박 메일과 문자 메세지가 쏟아지는가 하면 인터넷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살생부 명단이 나돌고 있다. 한국 사람으로서 분노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에는 우려가 가는 대목이다.

 이번 폭력 사태에 대한 어떤 시민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왜 다른 나라에 와서.."

 "다른 민족들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는 다소간의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이 존재한다. 요즘 거리에선 십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외국인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저런 충돌이 생기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종과 민족, 국가의 차이로 상대방을 규정하게 된다.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은 그런 식으로 해당 집단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바뀐다.

 언론 보도에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중국인 학생이 머리를 다친 사진이 있는데 이런 것까지도 모두 보도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면 적어도 생색은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작은 부분에 신경을 쓴다면 한국인이 먼저 도발을 했다느니, 중국인이 다친 것을 왜곡한다느니 하는 말도 안되는 핑계들을 반박하기에 더 좋았을 것이다.

 폭력 학생들은 채증한 자료와 증거물을 토대로 철저히 검거해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찰이 게을러서 그렇지 일을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폭력학생들과 다수 중국 네티즌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자극받아 살생부니, 협박 메일이니 하는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자칫 사태의 주객을 전도시킬 위험이 있다. 정말 그들과 우리가 다르다고 믿는다면 감정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수사와 처벌 같은 정부의 조치를 기다려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