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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출일기

[베트남 하노이] #1 도착, 그리고 첫날 아침

thezine 2007. 4. 6. 12:36
작년 5월 초에 다녀온 여행인데 이제서야 글을 올린다.
(게으름을 피우다 밀려버린 여행 사진&글이 많다.)

예전에도 홈페이지에 어딘가 올렸을 것도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새로 처음부터 올려본다.


작년은 5월 1일 노동절, 5월 5일 어린이날이 각각 월요일과 금요일이었다.
화~목 3일 휴가를 내서 9일짜리 연휴를 만들어버렸었다.

마침 중국의 노동절 연휴기간이어서 휴가를 낼 수 있었다.
신입이 개념도 없이 일주일 휴가를 내도 괜찮은 회사, 좋은 회사..ㅎㅎ

(중국의 노동절은 5월 1일을 포함하는 일주일간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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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싼 국적기를 타는 이유가 뭐겠는가. 한국말로 승무원한테 이야기하고 한국 음식에 한국 노래에.

'독도는 우리땅'이 눈에 띄는구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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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

베트남항공으로 표를 끊었는데 운 좋게도(?) 코드쉐어인 대한항공을 타고 갔다.

(설명을 하자면 코드쉐어란, 다른 항공사끼리 표를 몇 자리씩 교환하는 것. 나는 베트남항공에 돈을 내고 표를 샀는데 대한항공 좌석을 타고 갔고 다른 누군가가 대한항공에 돈을 내고 베트남항공을 타고 갔을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항공사 입장에서는 취항항편을 늘리지 않고도 시간대를 다양하게 서비스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 따라서 코드셰어 시간대를 미리 파악하고 있다가 값이 더 싼 외항사에서 표를 끊으면서 대한항공 코드셰어로 탈 수 있는 시간대를 예약하는 것도 좋은 방법! 시간이 많을 경우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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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바이 국제공항에는 미리 예약한 호텔의 승용차가 마중나와 있었다. 말도 안 통하고, 비가 추적추적내리는 한 밤에 3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호텔. 하루밤에 $17이었던가... 우리 기준으로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지만 베트남 시내에선 나름 중급 정도 되는 것 같다. 배낭여행객들이 묶는 숙소에 비하면 고급이다. 다음에 옮긴 숙소와 비교해보면 이 날은 꽤 고급스럽게 묵었다...^^

혼자 왔는데 침대가 2개인 것도 왠지 억울하고(두 사람치 돈을 낸 기분). 그래도 베트남에선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쉴 수 있으면 고급으로 쳐야 할 것 같다. 이 호텔에서 나간 이후론 에어컨 바람을 거의 쐬보질 못했다.

첫날 밤, 샤워를 마치고 TV를 좀 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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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아침, 창 밖에선 새소리가 들린다. 여느 한국 동네처럼 참새 소리 비슷하게 짹짹뿅뿅
낯선 곳에서 잠이 깨는 묘한 기분.

전날 미리 양해를 구하고 퇴근을 2시간 일찍 하기로 했었다가 일이 밀려들어서 5시에도 겨우겨우 퇴근했던 생각이 난다. 그땐 회사일이 한창 바쁘고 정신없던 시기였다.

그런데 나는 새소리 빼곤 온통 조용하기만 한 이곳에 누워있었다. 깨우는 사람도 없고 가야할 곳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말이다. 전날 회사에서 정신없던 순간들이 모두 꿈인 건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이 꿈인 건지.

여행지에서 잠이 깰 때면 가끔 드는 느낌, 마치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를 조종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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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옥상에 올라갔다. 슬슬 베트남 동네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정면은 좁고 뒤로 긴 건물 형태가 눈에 띄었다. 상하(常夏 항상 여름)의 지방답게 단열이니 방풍이니 하는 것엔 신경쓰지 않고 지었다는 것이 한 눈에 드러난다.

회사의 인도인 동료가 추위를 많이 타는 걸 생각하니,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색시들도 한국의 겨울이 춥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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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날 아침, 마땅히 할 것도, 가려고 작정한 곳도 없었다. 일단은 옥상에서 동서남북으로 카메라를 돌려봤다.

렌즈가 어두운 편이라 셔터 스피드가 느리긴 했지만 독특하고 진한 색감이 매력적이었던 내 카메라 Z3. DSLR인 CANON EOS-30D를 산 후 동생 손으로 넘어갔는데 지금은 망가져서 고물 신세다. 디카 가격이 워낙 떨어진 데다가 수리가 어려운 특성상 수리비가 중고기계값만큼 나올 듯 해서 일단은 창고에 있는데 옛날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다시 꺼내들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카메라마다 특징적인 색감이나 느낌이란 게 있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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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여행 책자에는 거의 등장하는 하노이 시내의 오래된 성당. 그 뒤로 멀리 보이는 현대식 건물. 칙칙한 성당 외벽과 대비되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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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건물 옥상에 자주 보이던 물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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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비슷한 슬레이트 지붕만 보이다가 뭔가 특색 있어 보이는 기와지붕을 보니 참 반갑다. 사실 베트남 문화 자체가 그렇게 특색이 강한 편은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기와, 직선적인 선, 왼쪽에 조금 보이는 대문 양식이 이 사진의 뽀인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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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들에 둘러 싸인 마당이라 프라이버시라곤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동네가 조용해서인지 마냥 평화로워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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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옆 건물의 베란다 겸 옥상. 베트남에는 이런 베란다가 아주 많았다. 옥상에 앉아 피서도 하고 음식도 먹고 수다도 떨고 야채를 다듬기도 한다. 베트남 같은 기후에서나 가능한 구조. 우리나라 사람이 이런 집에 살면 아마 자주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 활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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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도 그렇고 아래 사진도 그렇고, 지금 보니 줌을 안 땡기면 광각렌즈 비슷한 주변부 왜곡이 약간 보인다. 그땐 잘 몰랐는데 지금 보니 그런 게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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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주변을 둘러본 거라 많은 곳을 본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렇다 할 유명한 상표 같은 게 보이지 않아서 신기했다. 이 사진의 노란 표지판은 맥도널드를 떠올리게 하는데 나는 하노이에서 그 어떤 유명 프랜차이즈의 패스트푸드점도 보지 못했다. 가끔 익숙한 음식을 먹고 싶어서 지나다니며 찾아봤는데 끝내 보이지 않더군. 중국의 전철을 밟아 개방의 길로 가고는 있지만 베트남은 아직 도시근로자 연평균 소득이 $600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5짜리 햄버거세트가 잘 팔리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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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는 사람 입장에선 그냥 슬레이트 까는 게 더 나을 것 같긴 한데 나야 뭐 소소한 구경거리가 있어서 좋네. ^^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 있는 숙소를 고르느라 정한 이 곳. 아침에 잠이 깨니 조용하고 낯설기만 했다. 남의 방에서 몰래 잠을 잔 듯한 기분으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옥상에서 사진도 찍고 체조(?)도 좀 하고,

그리고 슬슬 길거리로 나섰지.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