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서평] 니얼 퍼거슨의 '위대한 퇴보',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 본문

서평&예술평

[서평] 니얼 퍼거슨의 '위대한 퇴보', 김정운의 '남자의 물건'

thezine 2013. 8. 20. 21:16

 

니얼 퍼거슨...이라는 사람의 훨씬 두꺼운 책 '문명'인가 하는 책을 사놓고 아직도 읽지 않았다. 이 책은 훠~얼씬 얇고 내용은 적다. 라디오 강연(?) 모음 성격의 책이라 읽기 쉽고 군데 군데 끊어읽기 좋다. 무슨 요약본 쓰듯이 챕터마다 내용 요약을 하는 편리한 구성이다.

 

 처음에 이 책을 펴고 좀 짜증도 났다. 분량이 적은 점을 커버하려고 글자도 키우고 줄간격도 띄우고 하드커버까지 씌우고... 그렇게 해서라도 1.5만원을 꼭 받아야 했던 건지 어떤 건지... 아무튼 그 부분이 짜증났던 책. '시크릿'이나 '밀리언달러티켓'같은 사기성 제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사기성제본 내가 본 책 중에 worst no.3다.

 

제본으로 장난 치는 거에 대해서는 여기까지 하고...

 

 저자의 예전 책에서 서구문명이, 영국이, 세계(의 전부는 아니고 상당 부분)를 지배할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면, 이 책에선 서구문명이 내리막을 걷게 된 배경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 '예전 책'을 사놓고 읽지 않아서 내용은 아직 잘;;; 그 책은 훨씬 두껍고 크다. 영국은 지금도 선진국이긴 하지만 지나간 날의 영광에 비해선 아주 작은 나라가 되었고, 저자는 영국의 엘리트로서 지나간 영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신나는 일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주장하는 서구문명이 내리막을 걷게 된 이유...란 게 나름 설득력은 있다. 상당히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이어서, 금융 기관에 대한 규제란 게 어차피 뭘 규제할지도 모르는 한박자 느린 규제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는 만큼 비효율적이라는 말은 나름 이해가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대안이랍시고 이야기하는 게 한 마디로 법이 아닌 규제기관 운영자들이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식의 웃기는 주장도 있다. 이 말만 빼곤 대체로 경제적인 보수주의에 치우쳤긴 하나 나름 논리적으로, 간략하게 썰을 풀고 있어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역사학자인데, 특히 경제적인 관점의 역사 전문가인 듯 하니. (하버드에서 그런 종류의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함.)

 

 아무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고 챕터마다 요약도 해주고 읽을 만한 책이다. 뻥튀기로 양을 부풀린 책이니 빌려서 보셔도 무관함. (뒤끝...작렬)

 

 

 

 

 심리학자의 전성시대인가보다. 김난도 교수, 황상민 교수... 이 책의 저자 김정운 교수도 심리학자다.

 

 책의 문체는 지극히 구어체다. '날 것' 스러운 언어로 적혀 있어서 읽기 쉽다. 책의 주제를 요약하면, 유명한 남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개성, 가치관이 녹아있는 특정 물건을 통해 그 사람에 대한 썰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책을 엮었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 남자들의 정신세계'에 대해 여러 가지 작은 에세이들로 책의 절반 정도를 더했다. 작은 에세이들에 인터뷰이들 별로 끊겨 있어서 읽기 쉽다. 문체가 워낙 편안한 문체여서, 이해가 안되어 두번 읽는 일도 없는 그런 책이다.

 

 차범근이 독일에서 가족과 단란하게 지내던 시절 함께 먹던 아침 식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계란 받침대(적당히 삶은 계란을 올려놓고 스푼을 떠먹는단다. 집에도 계란 받침대가 하나 있는데... 이렇게 쓰는 거였구나...--^), 신영복 선생의 벼루(설명이 필요 없을 듯. 이 책 표지에 제목도 신영복 선생이 썼다고 함), 김문수 도지사의 수첩(수첩 메모 매니아라고 한다.), 문재인 의원의 바둑판(은퇴하고 바둑이나 두려던 계획이 틀어지고 지금의 위치에 오게된 스토리가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물건들 하나 하나가 그 사람의 살아온 이야기나 인생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지인들과 비슷한 식으로 물건 하나씩 이야기해보라 했는데, 개인적인 이야기를 별로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도 간접적으로 그 사람의 취향 같은 개인적인 면모를 알 수 있었다. 이야기하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어서, 친하지 않은 사람끼리 해볼 만 한 듯.

 

 명지대 교수였던 김정운 교수는 명지대 이사장인 유영구라는 사람도 인터뷰를 했다. 내가 아는 사람....과 성이 같네. 친했던 사이는 아니지만 오래 전 알던 사람 생각도 문득 나고. ^^ 아무튼 명지대 종신직 교수였는데 이 책 쓰고 난 이후에 책 때문인지 방송 때문인지 돈 많이 벌어서 종신직도 사양하고 교수 그만두고 놀러 다닌다고 한다. 결론... 멋지군 ㅎㅎ 부럽다 ㅠㅠ

 

 

 

 

 

 오~~랜만에 책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데다, 티비도 켜놓고 썼더니 좀 중구난방인데..ㅎㅎ 주말 저녁 간만에 문화생활 좀 해볼까 하다 괜찮은 미드가 있대서 그걸 보려다, 40-50분 되는 걸 12편 이어서 볼 생각을 하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시간 쪼개 틈틈이 책 읽는 정도'가 요즘 내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문화생활인가보다 싶어 씁쓰~을 하구만. 지난 주말은 광복절 연휴 덕분에 시간이 좀 있긴 했는데 (민하 낮잠 자는 2시간... 평소엔 이렇게 2시간 연속으로 내 시간이 나는 일이 없다!), 출퇴근 전철에선 주간지 밀리지 않게 그거 읽느라 바빠 책은 거의 못 읽는다. 내 책꽂이에는 처음 펼친지 (읽기 시작한지) 몇 달 지난 책도 수두룩 하다. 나처럼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틈틈이 조금씩 읽는 사람... 또 있을까?

 

 한 때 12편짜리 미드 하루 반만에 해치우고 눈 뜨면 은행 문 닫을 시간이었던 폐인 시절도 잠시 있었는데, 그 정도의 '여유'는 물론 지금 입장에선 말도 안되지만... 틈틈이 시간 쪼개 하는 거 말고 제대로 된 문화 생활과는 참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구나. 애가 조금씩 커나갈수록 자유시간을 누릴 날이 더 가까와오고 있는 것 같지만 둘째 낳으면 다시 리셋. 부모 되기 힘들다... ㅎㅎ

 

 

 

'서평&예술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2편 - '모뉴먼츠 맨', '노예12년'  (0) 2014.03.01
[서평] 은교  (0) 2013.09.18
소설 '여울물 소리'  (0) 2013.05.12
짧은 소설 모음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0) 2013.04.22
영화 '링컨'  (0) 2013.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