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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맛

thezine 2016. 7. 21. 23:16
"교실에 들어온 준원이 몸이 안 좋은지 누워  버립니다 잠깐잠깐 일어 나기는 하지만 누워서 뒹굴뒹굴 일어나서 놀자고 하면 "싫어"하네요
그래도 집놀이 할때는 일어나 들어갔다 나왔다 두드려 보며 활동쌨어요 놀이가 끝나고 탐색이 끝났는지 또 누웠네요
날씨가 더워 놀이터에서 물장난을 하였는데 신나게 물을 친구들 얼굴에 뿌리고 첨벙첨벙 물놀이 했어요 교실에 들어와 깨끗이 닦고 기저귀 가는데 눈을 감고 자려는 준원이
 밥 먹고 자자고 하자 싫다며 밥 안먹는다고... 계란장조림을 보여주며 먹자고 하자 일어나 밥 다 먹고  약도 먹고 다시 누워 버립니다"

알림장 문구를 읽는데, 요즘 감기로 고생하는 준원이가 안스럽기도 하고, 워낙 시크한 이노무 성격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어린이집 선생님 입장에서 준원이가 돌보기 편한 아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알림장 적을 거리가 없는 경우는 드물 것 같다. 순간마다 귀여운 에피소드를 만드는 녀석.

시사인 기사 중, 박종철 사망 현장에 불려간 중대 병원 의사가 사실을 은폐하려던 경찰의 압박에 시달리다가, 집에 와서 잠자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잠자는 아이의 모습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삶의 목표나 가치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하고,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깨닫게도 해주고.


내일 아이들이 이모집으로 며칠 가기로 했는데, 어젠 민하가 (아빠, 엄마를 떠나서) 이모집에 가야하냐며 서럽게 한참을 훌쩍였다. 가기 싫다고 땡깡도 부리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며 훌쩍이기만 하는, 순하고 착한 아이에게 급 죄책감이 들었지. 민하가 못된(?) 성격이었으면 덜 미안 했을까?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어서 미안하고 또 미안했던 하루.

아침엔 출근을 하려고 샤워를 하는데 준원이가 욕실 앞에서 '아빠 보고싶어' 하며 울길래,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문에 기대 앉아 있던 탓에 문이 열려서 넘어질 뻔 한, 작은 몸을 번쩍 안아올려서 품에 안고 눈물을 닦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듯 이내 다른 무언가에 다시 정신이 팔리곤 하지만, 울던 아이가 품에서 울음을 뚝 그치는 순간은 부모에게도 커다란 치유가 된다.

 나는 자는 아이들을 보며 어떤 결심 또는 생각을 할까, 그게 더 고민인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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