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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반도半島 시민에게 '먼 곳'은 어디일까.

thezine 2007. 8. 12. 16:04

 목포 같은 곳엘 가자고 친구들에게 이야기 했는데 하나 같이 멀다는 반응.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섬을 제외하면 '가장 먼 곳은 차 타고 5-6시간 걸리는 곳'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에 박혀있는 것 같다.

'5-6시간 거리=먼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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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배낭여행을 갔던 게 벌써 오래 전 일이다. 2001년 1월을 미국에서 보냈었다. New York city, Boston, Las Vegas, LA, San Francisco, Grand Canyon, Chicago... 기차를 타면 보통 10시간 정도, 가장 오래 탔던 건 55시간(Chicago-San Francisco)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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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해에 1.5년 정도 머물렀다. 그 동안 북경, 티벳에 다녀왔다. 북경은 기차로 편도 10시간 거리. 티벳의 '라싸'는 기차24시간+기차18시간+버스24시간=갈아탄 시간 빼고 66시간.

 회사를 다닌 이후 상해-절강성-복건성-광동성을 잇는 남쪽 해안 지역을 가끔 방문한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짧으면 5-6시간, 길면 10시간 내외인 도시들 여러 곳을 이동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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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울산으로 이사 가던 날, 이사짐 트럭에 타고 가는데 가다 졸다 가다 졸다 해도 여전히 길 위였던 느낌. 다시 서울로 버스를 타고 올 때도 왜 이리 오래 걸리나 싶던 기억. 요즘은 그냥 잠 조금 자고 음악 좀 듣고 휴게소에서 화장실 한 번 다녀오고 하다보면 금방이다.

 예전에 친구들이 부산에 기차로 가면서 (무궁화였던 것 같다.) 그 중에 한 사람이(인x진 兄) '아 왜 이렇게 멀어' 하면서 투덜투덜대더란 이야길 한 적이 있다.(송x진) 아마도 이것이 평균적인 한국인의 '먼 거리'에 대한 개념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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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축척이 같은 지도로 비교하는 게 더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위에 미국 지도, 중국 지도, 그리고 그 옆에 애처롭게 붙어있는 우리나라.

 중국, 미국처럼 땅덩어리가 큰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그 넓은 곳을 다녀보진 않았더라도, '멀다'는 개념 자체가 다른 것 같다.

 평소에 왔다갔다 하는 곳이야 학교, 회사, 기껏해야 1시간 내외의 거리 안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명절이나 여행을 한다고 일단 떠났다 하면 그 거리는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스케일이 되버린다.

 반도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섬이나 마찬가지인 우리나라. 넓지도 않은 국토에 대부분은 산으로 덮힌 곳. 멀다고 해봐야 길만 안 막히면 5시간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곳.

 섬이나 마찬가지인 땅에서 근대를 살아오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섬사람의 기질을 갖게 된 건 아닐까.

 요즘은 때마침 남북정상회담과 철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과 길이 뚫리고 나중에는 중국, 러시아 등 대륙과 연결되는 날이 온다면, 기차로 부산에서 유럽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땐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먼 곳'은 적어도 10시간, 20시간 거리를 뜻하는, 그런 날이 과연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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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半島 시민에게 '먼 곳'은 어디일까. 그 '먼 곳'은 지금보다 더 멀리 있는 곳이어야 한다. 몇 배 더 먼 곳을 '먼 곳'으로 부르게 되고, 지금 우리에게 '먼 곳'이 언젠가는 '가장 가까운 곳'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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