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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출일기

[대만의 가을] 셋째날, 타이페이를 떠나 화련으로 가다

thezine 2007. 10. 12. 14:30

 두번째날 이야길 되돌아보니 '여행감각'을 대단한 제6감(the Sixth Sense)라도 되는 양 쓴 건 아닌가 멋적은 생각도 든다. 아무튼 두번째날 밤이 되고 나니 앞으로 남은 일정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감(感)'도 생기고 현지에 적응이 된 느낌이었다.

 두번째날의 이야기에 쓰진 않았지만 그날 밤에 숙소에서 이미 안면을 튼 한국 사람 A와 함께 다음날 대만에서 여행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식당인 '딘타이펑'을 가기로 약속을 해두었다.

참고로 말하면 '딘타이펑(鼎泰豊)'은 유명한 딤섬 레스토랑이다. '뉴욕타임즈'에서 세계 10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 해서 모든 사람들이 '세계10대 레스토랑'으로 알고 있는 곳이지만, 실제로는 1993년인가 해당 잡지에 한 차례 실렸을 뿐이다. 게다가 뉴욕타임즈 말고도 세계 유명 레스토랑에 순위를 매기는 매체는 다양하다. 분명 식당 마케팅의 승리라고 할 만한 곳이다. 우리나라에도 명동과 강남에 2곳이나 프랜차이즈 식당이 있다. 세계에 250곳인가, 꽤 많은 곳에 지점을 냈다고 하니 좀 고급스런 대만버전 맥도널드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어찌나 외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일본어와 한국어 메뉴판을 따로 갖추어놓은 곳.

 아침에 일찍 일어나 기차표를 예매했다. 오후에 화련으로 떠나는 기차표인데 다행히도 표가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화요일) 아침에 가서 저녁에 돌아오려고 하던 A는 가는 표만 있고 오는 표는 없다는 말에 그냥 돌아와야 했다. 생각해보니 대만도 추석연휴를 쇠는데 화요일이 마지막날이라 귀경차편은 매진이 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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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모닝세트... 어딜 가나 똑같다



 기차표 예매 후 약간 이른 점심을 딘타이펑에서 먹기로 했는데 우선 혼자 부지런히 맥도널드에 가서 아침을 먹었다. 세계 어딜 가나 맥도널드 아침 메뉴는 똑같다. 아침에 먹기에는 텁텁하고 별로지만 가깝고 빨리 나오는 곳에 가야 해서 이걸로 아침을 때웠다. 그러고보니 출장을 가건, 여행을 가건 사정상 이걸 한 번씩은 먹게 되는 듯. 아무튼 아침은 빵 한 조각이든 뭐든 꼭 먹어야 한다는 주의라 부지런히 아침을 먹고 딘타이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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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타이펑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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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딘타이펑은 중정기념당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전철을 타고 중정기념당으로 향했다. '중정기념당'은 대만의 초대 총통이자 중국 국민당 정부의 수반이었던 '장개석'의 기념당이다. 따지고보면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박정희처럼 평가가 엇갈리는 사람이다. 중정기념당은 지난 번 대만 출장 때 들른 적이 있다. 그때 찍은 사진들이 어디 있더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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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은 날씨가 정말 쾌청했다. 그 전의 이틀은 수시로 비가 내려서 우산을 접었다 폈다 반복했는데 셋째날이 되니 비로소 선크림의 필요성을 느꼈지. 날씨가 쾌청하고 맑아서 광각으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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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정기념당에는 아주 커다란 광장 비슷한 공터가 있다. 중학생쯤 되보이는 애들이 단체율동을 연습하고 있었다. GIF로 움직이는 걸 올릴까 하다... 귀찮아서 그냥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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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중정기념당에 이르러서야... 지난 번 출장 때 못본 곳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러 가지 물품이 전시된 곳이 있었다니.. ㅠ_ㅠ 시간이 많지 않아 간단히 둘러보았다.

 위 사진은 왼쪽에 장개석(장제스/Chiang Kai Shek), 오른쪽에는 손문(쑨원)이 앉아있는 장면이다. 사진 설명으로 '두 명의 위대한 인물이 함께 앉아있다'고 쓰여있다. 손문은 삼민주의를 주창하고 중국 최초의 공화국을 수립한 사람. 호가 '중산'인데 중국, 대만 어느 도시에 가도 '중산로'는 모두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다.

 장개석은 중국측에서는 아주 졸렬하고 무능한 인물로 묘사하고 있고 대만에서도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다. 아마 '두 명의 위대한 인물'이라는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은, 두 사람이 동서 지간이라는 사실. 손문은 중국의 유명한 부호집안(?)이었던 송씨 집안의 송경령(쏭칭링)과 결혼했고 장개석은 그 자매지간인 송미령(쏭메이링)과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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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개석이 대만 총통으로 일하던 집무실을 재현한 곳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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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개석이 탔다는 2대의 차량이 전시되어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이끌고 있는 한국인(?) 가이드의 한국말 설명도 조금 엿들을 수 있었는데 차번호가 888인 것은 특권층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한다. 똥차에도 888번을 달면 차값이 금값이 된다고 하니 아무튼 한족들은 8자를 참 좋아한다. 최근에는 중국2008년 올림픽의 개막식이 열리는 8월 8일 오후8시에 아이를 낳기 위해 지금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올림픽베이비 열풍이 분다고도 하니 참..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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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정기념당을 나와 길을 따라 걸었다. 딘타이펑 가는 길에 본 곳인데 모델하우스 같기도 하고... 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자세히 못봤다. 어쨌거나 이런 특이한 건물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건축은 정말 너무해..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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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딘타이펑 도착. 다행히 가자마자 자리가 났다. 위에 나온 것이 유명한 '샤오롱바오'다. '샤오'는 작다는 뜻이고 '롱'은 만두를 찌는 저 동그랗고 밑에 구멍 뚫린 용기를 말한다. '바오'는 만두. 뜻만 따지면 그냥 만두라는 말인데, 보통은 돼지육수가 들어있는 만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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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만두 위에 뭔가 얹어진(?) 건 '샤오마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딘타이펑에 가도 아마 같은 이름으로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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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음식은 종류별로 골고루 시켜서 조금씩 나누어 먹었다. 위에 나온 건 계란탕과 돈까스라면(?) 비슷한 음식. 그리고 오른쪽에는 계란볶음밥이 살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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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음식에 아주 흔하면서도 값도 싸고 한국인도 잘 먹을 만한 탕이 계란탕이다. 토마토가 음식에 들어가는 게 한국 사람에겐 익숙치 않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다만 이곳 계란탕은 일반적인 본토 계란탕과는 약간 달랐던 기억.

 딘타이펑의 음식이 그렇게 대단한 수준은 아니자. 값도 그리 싸진 않은 편. 몇 명이 가면 1인당 만원 정도씩 내면 골고루 배불리 먹을 수 있다. 한국에선 1인당 2만원 정도 든다고 한 것 같다.

 '프랜차이즈'를 하는 식당을 명가로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다만 10대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은 무시하고 큰 기대 없이 딤섬을 먹고 싶을 때 가면 좋을 듯. 인터넷에 딘타이펑을 검색하면 무수한 자료가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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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짐을 챙겨서 나오는데 창밖으로 보이는 타이베이이 시내를 찍었다. 창문이 너무 지저분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그냥 찍었던 게 좀 아쉽네.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주황색 지붕이 타이베이 기차역이다.

 타이베이에서 보낸 첫날 저녁, 두번째날 저녁 모두 처음 본 한국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날 아침 딘타이펑에서 같이 식사를 한 사람들은 첫날 저녁에 본 사람들인데 밥을 먹고 헤어지면서도 어찌 이리 하나도 아쉽지가 않은 건지. 사람의 인연의 종류도 참 가지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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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이후에도 언제나 기차를 탈 때면 느꼈던 점. 기차에 타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여행을 하는 동안은 늘 다음 일정, 밥은 어디서 먹을지, 어디서 잘지, 무슨 물건은 어디에서 사야 할지,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숙소에서 가만히 앉아있거나 커피숍에 오래 앉아있으려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기차에 타고 나면 도착시간은 무조건 정해져있다. 정해진 도착시간까지 얼마나 시간이 있는지도 명확하다. 느긋하게 부족한 휴식을 취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다음 일정을 천천히 검토해보기도 한다. 창밖을 보며 경치를 감상하고 차분하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긴다.

 그러고 보면 첫 배낭여행이었던 미국여행 당시에 기차를 10시간씩 타고 여기저기 다니던 생각이 난다. 그때도 눈덮힌 창밖 풍경을 보면서 음악을 듣던 것 자체가 여행의 커다란 즐거움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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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열차 중 '새마을호'에 해당하는 열차다. 한 단계 낮은 열차나 이 열차나 거의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의 새마을호보다 시설이 떨어지긴 하지만 나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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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분리대가 도로에 나뒹굴고 있다. 며칠 전 대만을 지나간 태풍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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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탄 기차가 가는 길이다. 타이베이를 출발해서 동쪽 해안지방으로 향하는 열차. 나중 일정은 이 방향으로 계속 가서 타이완을 한바퀴 도는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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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규모가 작지 않은 하천을 자주 지나갔다. 대만은 정말 '다습'하고 '다우'한 지역인 것 같다. 온도도 높고 비도 많이 오니 풀이 자라기엔 아주 좋은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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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빗방울이 날리기도 했다. 높지 않은 산인데도 구름이 덮고 있는 모습. 도시를 벗어나 바라본 대만의 자연은 꼭 이런 느낌이다. 산과 숲은 울창하고 눅눅하고 비가 자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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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무슨 성분이 섞인 건지 회색빛이 짙은 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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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멋지기도 해서 오히려 황당할 정도. 가파른 산위에서 내려오는 폭포가 도처에 있다. 이 정도 폭포는 하도 많아서 이름도 못 붙이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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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폭포 줄기가 많기도 하다. 집 근처에 저런 폭포 줄기가 하나 있으면 가끔 가서 폭포수로 냉수마찰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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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과 폭포는 봐도 봐도 재밌다. 대만 이 동네, 정말 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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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착한 화련. 이곳은 관광도시라서 소규모 호텔도 많고 관련 인프라도 잘 되어있는 편이다. 깔끔한 여행자 안내소가 있어서 들어갔더니 화련 뿐 아니라 인근 지역을 포함한 여행 정보가 골고루 다양하게 비치되어있었다. 여행안내책자가 필요 없고 오히려 더 나은 자료가 많이 있다.

 한 아주머니가 방을 구하지 않느냐고 묻길래 약간 경계를 했는데 자기네 숙소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숙소 정보나 기타 내가 필요한 자료도 찾아주며 친절하게 해주던 게 정말 인상 깊었다. 중국이나 다른 관광지에선 언제나 속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다르다. 도시라고 크게 불친절할 건 없지만 시골은 특히나 대개 다 친절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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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예약했던 숙소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없어서 다른 숙소를 잡았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느라 $3.5 정도 지불을 했지만 그거 포기하고 더 좋은 숙소로 왔다. 화련은 작은 호텔이나 호스텔이 많아서 어지간하면 방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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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방에 묵게 되면서 '야, 이제껏 묵은 숙소 중에 그래도 제일 괜찮다.'고 생각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곳이 겨우 2번째 목적지였다. 여행지의 하루는 길다. 매순간 새로운 걸 하기 때문에 여행지의 하루는 일상보다 길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기억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 짐을 놔둘 공간도 충분하고 윗 침대도 비어있으니 타이베이에 있을 때보다 마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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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눈에 익은 국제유스호스텔연맹의 표지판. 저 마크가 붙은 호스텔들은 대개 시설이 괜찮다. 호텔보단 못하지만 깔끔하고 필요한 것도 다 있다.

 정말 재밌던 사실, 이 호스텔에 자리를 잡고 로비에 서성이는데 이곳에 여행온 미국인을 알게됐다. 대만에도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인이 굉장히 많은데 처음엔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들이었다. 어디서 가르치냐고 했더니 '분당'이라고...^^ 추석 연휴 동안 대만으로 여행을 온 친구들이었다. 화련의 유스호스텔 로비에서 '분당'을 들을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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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들이 혼자, 동행과, 혹은 다른 여행자와 어울리는 공동 공간이다. 여행책자와 인터넷, 탁자, 커피 같은 것들이 준비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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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을 풀고 또 거릴 나섰지. 여행지에 가니 게으름이 사라진다. 화련에 있을 때까지는 비가 종종 왔는데 우산을 들고 그리 크지 않은 화련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 동네에도 어김없이 중산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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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있는 걸 보니 꽤 괜찮은 식당!?! 배도 고프길래 그냥 들어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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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오롱바오는 그 전에 딘타이펑에서 먹은 것과는 조금 다르다. 기본적인 재료는 비슷한데 이곳은 만두피가 두껍다.
 
  그리고 가느다란 면발이 특이한 탕면을 함께 먹었다. 이름 자체는 '맵고 신 맛의 탕면'이라는 뜻이다. 그리 시거나 맵지 않았고 입맛에 맞았다. 가느다란 면발을 먹는 것도 재밌었고, 두부, 버섯, 야채가 고루 들어가서 좋다.

 밑에 나오는 것이 바로 '또우화'다. 말하자면, 순두부(비슷한 푸딩?)에 달달한 국물을 넣고 팥이나 익힌 콩을 넣어서 차갑게 먹는 디저트다. 기본적으로 콩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약간 달짝지근하면서도 담백하고 콩을 주재료로 만든 음식이라 한국 사람 입맛에도 맞고 몸에도 좋을 것 같다. 작년 대만 출장 때 처음 먹어보고 이 음식의 팬이 되었다. 이곳은 국물 색깔이 진한데 국물 자체는 약간 달짝지근한 정도 외에, 다른 맛은 섞여있지 않다.

 또우화의 경우, 순두부와 팥 같은 재료는 우리나라에도 있고 국물만 적당히 만들 줄 알면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대만 간식거리들을 배워다가 우리나라에서 식당을 열까? ^^ 진짜 약간 땡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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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저녁은 비가 왔다. 호스텔의 1층은 두 면이 바깥을 향해 완전히 개방된 공간이다. 그곳에 테이블이 몇 개 있고 간단한 음료나 맥주도 팔고 있다. 이곳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친구들과 이야길 나누고... 여행지의 낭만이자 매력이다.

 천정에는 선풍기가 느릿느릿 돌고 있고 빗소리도 바로 옆에서 들려온다. 인구가 많지 않은 조용한 관광도시 화련의 여유도 느껴졌지.

 이 사진을 찍을 무렵엔 그 분위기가 너무 좋게 느껴져서 카메라에 그 느낌을 담아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역시 사진만으로는 부족하다. 버스에 타고 보는 경치보다 발로 땅을 디디고 서서 걸으며 보는 경치가 더 멋진 것처럼 말이다.

 귀로 빗소리를 듣고, 피부로 선선한 바람과 공기를 느끼고, 피곤한 하루 끝에 샤워 후 상쾌한 나른함 속에서 이 모습을 봐야 진정 이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에선 못 느꼈던, 익숙한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있는 느낌. 인터넷과 핸드폰을 달고 사는 성격인데 여행 기간 동안에는 그것들이 없이도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네.


 다음날 타로코(타이루거) 협곡 관광을 예약해두고 새로운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아~ 달콤한 고독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