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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가을] 다섯째날, 타이동과 즈번온천 본문

여행-가출일기

[대만의 가을] 다섯째날, 타이동과 즈번온천

thezine 2007. 10. 24. 00:31
 벌써 여행을 다녀온지 한 달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마음은 바로 며칠 전 다녀온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슬슬 하나씩 올린 여행기가 다섯번째 날 차례가 되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 여행은 이미 일찌감치 끝났지만 다시금 여행이 끝나가는 기분을 느낀달까.

 대만에 새벽에 도착해서 바로 잤으니 여행을 7박7일, 만7일 한 셈인데 그 중에 5번째 날이니 후반부로 들어선 셈이다.

 중반 이후로 한 곳에서 하루씩만 머물며 이동을 했는데, 이날은 전날 묵은 '루이쑤이' 온천에서 출발해서 '타이동'이라는 곳으로 이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타이완'에 '타이베이', '타이난', '타이동'... 이라고 하면 뭔가 감이 오시는지? 바로 대만을 뜻하는 '타이'에 북, 남, 동이 붙어서 만들어진 지명이다. (북=베이, 남=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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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쑤이의 아침, 그리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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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관에서 아침밥을 먹을까 했더니 아줌마가 나가서 사먹는 게 나을 거라는 눈치를 주네. 간단히 세수만 하고... 아니 안 했나? 아무튼 맑은 아침에 온천여관 앞 길을 나섰다. 사진은 내가 묵은 '루이쑤이 여관'의 입구와 현판. '루이쑤이 온천 산장'이라고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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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길은 기차역으로 가는 반대편 길이다. 길고 길게 산쪽으로 길이 나있네. 반대편도 분위기는 대충 비슷하다. 햇빛은 정말 눈부시게 밝고 길거리는 깔끔하고 한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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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밥을 토스트로 때우는 장면은 훌쩍 건너 뛰고, 어느새 짐을 싸서 기차역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이다. 아침에 여관에 더 있어봐야 할 일이 없어서 곧장 짐을 싸서 나왔다. 원래는 택시를 타고 나왔어야 하는데 얼결에 그냥 걸어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너무 멀어서 걸으면서 후회도 했으나 지나고 나니 그것도 추억...^^

 길가에서 지나친 초등학교의 모습이다. 대만은 학교들이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훨씬 예쁘다. 이 학교 외에도 나중에 지나친 학교들을 보면 날씨 덕분에 풀과 나무가 무성하기도 하지만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같은 따뜻한 색도 많이 쓰이고 시설도 꽤 좋았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의 우울한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음침한 곳이 학교와 군대가 아닐까. 차가운 돌바닥, 어두운 복도, 낡은 시설들, 암회색과 회색, 흰색 같은 무채색만 보이는 벽과 바닥... '여고괴담'이 정말 무서웠던 것은 한국인의 기억 속에 각인된 무서운 공간, '학교'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과연 저런 예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학교를 소재로 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며 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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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 뜨거운 햇살 속에서 땀을 찔찔 흘리며 1시간 조금 넘게 걸어서 역에 도착했다. 가방을 끌고 4km를 걸었으니까 1시간이면 계산도 대충 맞는다. 한 손에 든 종이로 나름 햇빛을 가리며 걸었지만 그래도 꽤 햇빛을 쪼였을텐데 그래도 별로 타지 않은 걸 보면 철벅철벅 발라댄 선크림이 확실히 효과는 있나보다.

 이 사진은 예전에 여행기 번외편에 나온 사진이다. 번외편에도 썼지만, 이날 여관에서 이 기차역까지 걸어오는 길은 꽤 고달펐다. 하지만 공기 맑고 고요한 시골도로를 따라 걸었던 그 시간은 대만 여행 최고의 순간 중에 하나였다. :)

 마침내 역에 도착해서 헥헥대며 열차표부터 사던 순간, 오랜 시간 걸어서 햇빛에 열이 오른 채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던 때의 시원함, 기차역의 작은 대기실에 앉아 산들바람을 맞던 순간의 고요함. 잠결에 듣는 소리처럼 조그맣게 들리는 시골 사람들의 대화소리. 몽롱한 루이쑤이 역의 정오가 다시 생생하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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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시골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비슷한 풍경. 창밖에 늘 보이던 야자나무나 사탕수수밭이 안보이니까 꼭 우리나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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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동(臺東)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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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에 빠트린 '루이쑤이'는 '화롄'과 '타이동'을 연결한 선 중간에 있고, 타이동에 더 가깝다.

 타이동은 대만 동남부의 작은 도시다. 대만섬은 왼쪽에 평원이 있고 오른쪽은 산악이 많은 지형이다. 대만의 원주 토착 소수민족은 주로 대만 동부 해안에 많이 살고 있다. 타이동은 다양한 열대 과일이 모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숙소 잡기 - 주인 할머니
 여행책에 나온 조그만 숙소로 갔다. 아주 작고, 낡고 깔끔한 곳. '진안뤼셔'라는 곳이었다. 소수민족인 듯한 젊은 아가씨와 꼬부랑 할머니가 텅 빈 작은 여관을 지키고 있었다.

 숙박계를 쓰려니까 외국인이라고, 숙박계 종이 꾸러미를 한참 뒤져 영어로 된 종이를 찾아주며 이걸 보고 적으라고 한다. 내가 중국말을 하는 걸 듣고 같이 중국말로 대화도 해놓고는 굳이 영문으로 된 걸 찾아주시는지 참... ^^;

 방에 짐을 내려놓고 나와서, 이번에는 버스터미널 위치를 물어봤다. 할머니는 "그러니까 그거 여기 나가서 저어기...." 하더니 아예 내 팔짱을 끼고 나와서 "저기 저 높은 건물이야." 하신다.

 그래서 나가다가 다시 들어가서 "근데 은행은 어디에 있어요?" 하고 물어보니까 이번에도 설명을 하려다가 다시 내 팔짱을 끼고 나와서 "저~기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하고 설명을 하신다.

 자꾸 일부러 나와서 설명을 하시게 한 게 송구스러워서 멋적은 표정으로 고맙다고 하면서 나오는데 어두운 로비에 앉아 소수민족 아가씨와 함께 잘 다녀오라고 손짓을 한다.

 너무 조그맣던 백발의 꼬부랑 주인 할머니. 그 할머니랑 사진 한 번 찍고 와야 하는 건데, 너무 더워서 그랬는지 이번엔 사진을 많이 안 찍었던 게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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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의 더위를 피해 시장을 구경했다. 아줌마가 피곤한지 의자에 기대서 졸고 있는 모습. ^^ 다른 아줌마는 더 웃긴 자세로 자고 있었는데 차마 사진은 못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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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책자에 소개했길래 가본 식당. 일본음식을 파는데 내가 메뉴를 잘못 골라서 그런지 형편없는 맛이었다. -_-;; 본토 일본 음식하고 너무 달랐다. 냉모밀국수를 시켰더니 거의 와사비맛만 나고 무즙은 들어가지 않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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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동 뿐 아니라 대만 곳곳에서 도심 상공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수 있었다. 민항기 말고 전투기도 자주 눈에 띄었다. 어쨌거나 무지 밝고 덥다. 대만 곳곳에 야시장이 발달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대만의 날씨를 겪어보면, 낮에는 실내에서 일을 보고 밤에 선선해지면 돌아다니는 게 이해가 간다.

 그나저나 이렇게 높은 건물들이 거의 없고 햇빛은 뜨거워서 사람을 늘어지게 만들고, 더워서 피곤해서 그런지 사람들도 말이 없는 조용하고 나른한 느낌, 대만의 동부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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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주 눈에 뜬 소형차. 일본 브랜드였다. 우리나라에는 미니 쿠퍼를 그랜저TG보다 비싸게(3천만원대 후반) 사서 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차는 흔한 미니 쿠퍼보다 모양도 좋고 값도 훨씬 쌀 것 같다. 수입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마음 같아선 이런 차 끌고 다녀도 좋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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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동에 몇 안되는 명소, '티엔호우궁'. 세계 어딜 가나 바다 생활을 하는 어부들은 종교에 많이 의지를 하는가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바다 같은 곳에서 지내다보면 초자연적인 존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티엔호우궁은 타이동 어부들의 안전을 빌던 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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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하고 한적한 내부 모습. 관리인 같은 아저씨 아줌마가 있는데 더워서 그런지 아니면 뭐가 피곤한지 축~ 늘어져서 아무 말도 안하고 앉아있기만 한다. 정말 가는 곳마다 나른하고 덥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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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후궁 뿐 아니라 다른 대만의 사찰에 가도 공통적으로 조각들이 화려하다. 작고 세밀하고 화려한 원색을 사용한 장식들이 많다. 그나마 이 벽면부조는 수수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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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태민안', '풍조어순'... 사람의 바램은 늘 대동소이하다. 사고 없이 잘 먹고 사는 것.



'즈번'행 버스터미널 - '딩동객운'
 '즈번'에 가기 위해서 버스터미널을 찾아갔다. 여관 주인 할머니가 가르쳐준 곳으로 가서 "즈번 가는 버스표 팔아요?" 하고 물었더니 매표원 아주머니가 대답은 않고 갑자기 창구 밖으로 나온다.

 그러더니 "즈번 가는 버스는 여기서 가는 게 아니예요." 하고 저벅저벅 걸어가서 쉬고 있는 버스기사 아저씨한테 사투리로 뭐라뭐라 하고 나보고 그 아저씨를 따라가란다.

 얼결에 따라갔더니 아저씨가 나를 스쿠터에 태우고 '즈번'에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버스터미널까지 태워줬다. 뜻밖에 대가도 없이 나를 터미널까지 태워준 아줌마/아저씨의 호의에 어의가 벙벙하기도 하고, 친절함이 너무 고맙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스쿠터 뒷자리에 타고 가는 기분이 너무 상쾌하기도 했다.

 소박한 낡은 여관의 친절한 주인 할머니, 그리고 버스터미널의 아줌마, 아저씨. 대만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그 중에서도 역시 인심은 시골 인심이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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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번(知本) 온천으로

 '즈번'이라는 동네는 온천이 유명한 곳이다. 대만은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기 때문에 일본처럼 지진도 잦고 온천도 많다. (덩달아 태풍도 자주 지나간다.)

 타이동에서 뜬금없이 즈번에 간 이유는?!? 타이동에서 버스로 30분만 가면 즈번 온천 지구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동의 뜨거운 낮에 거리를 돌아다닌 후에 샤워도 하지 않고 곧바로 온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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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즈번' 기차역이다. 피곤해서 버스에서 졸다가 잠결에 '즈번역'이라길래 후다닥 내렸지 뭔가. 그런데 역에서 나와 저기 봉고차 있는 데서 바깥을 보니 황망한 들판이 펼쳐져있었다. -_-

 버스를 계속 타고 갔어야 하는데 잠결에 일찍 내려버린 것이었다. ㅠ_ㅠ 결국 그 앞에 손님 하나도 없는 가게에 갔더니 아줌마가 앞치마 벗더니 자기가 운전하는 택시를 타고 가는 걸로 흥정을 했다. 정말 이 동네도 조용~하고 한적~하다. 대만 동남부는 정말 적막하고 너무 썰렁한데 날씨와 자연풍경 때문에 을씨년스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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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착한 즈번의 한 호텔 온천. 가까운 쪽은 열탕인데 돌로 칸막이가 되어있고, 저 먼쪽은 미지근한 냉탕이 원형으로 연결되어있다. 주변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자라고 있고 비치의자와 탁자들이 있다. 성수기에는 의자도 모자라겠지만 내가 갔을 땐 거의 텅텅 비어있었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가서 수영도 하고, 그러다 배고프면 왼쪽에 비치의자에 앉아서 군것질 하면 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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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에 카메라를 놓고 타이머로 찍었는데 어쩌다보니 초점이 완전히 어긋났다. ㅠ_ㅠ 온천에서는 수영모자를 써야 함. 내 오른쪽 뒤로 멀리 보이는 빨간색 글씨가 있는 곳은 온천물로 계란을 삶아주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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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장 옆에는 온천수를 이용한 각종 안마 시설이 있다. 위에서 쏟아지는 물, 등쪽에서 뿜어나오는 물, 바닥에서 발바닥으로 쏘는 물, 누워서 등으로 물을 맞는 곳... 종류가 다양.

 오른쪽 멀리로 보이는 테이블에서는 저 아래로 계곡이 내려다보인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은 곳. 언젠가 친구나 누군가와 다시 같이 갈 기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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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도 타이머로 찍었는데 다행히도 초점은 대충 맞았다. 보면 알겠지만 수압이 무지 세다. 몸이 앞으로 밀려날 정도. 어깨 안마 효과 확실. 상반신 누드 공개~ ㅎㅎ 지금 보니까 지젤 번천의 향수 광고 사진이 생각나서 아래 참고로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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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저 아래로 계곡이 흐르고 있고 저 멀리로는 낮게 깔린 구름이 안개처럼 산머리를 따라 흐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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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 구역 옆에는 실내 탕이 있다. 열탕도 있고 사우나도 있다. 반신욕을 하며 TV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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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영장을 왔다갔다 하면서 배영을 많이 했다. 누워서 천천히 숨을 쉬며 발을 슬슬 움직이면 이렇게 보이는 야자수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흐르는 물에 떠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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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천 한 구석에 마련된 계란 삶는 곳. 얼마였더라... 150원 정도 했던가? 돈을 내면 쇠고리, 그물망, 계란을 준다. 그물에 계란을 넣어서 고리를 걸어서 끓는 물에 넣어두는 식으로 계란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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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없다보니 계란 삶는 것도 나 하나뿐. 저렇게 파이프에 그물을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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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란을 삶아서 기다릴까 하다 샤워를 하고 나왔다. 그 동안 계란은 푸욱 익어버렸다. 뜨거운 계란을 호호 불면서 까먹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 모기가 많아서 계속 왔다갔다 했다. 내가 온천에 갔을 때는 벌써 오후여서 샤워를 하고 나왔더니 벌써 이렇게 어두워졌다.

 타이동에서 즈번이 이렇게 가까운 곳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편하게 신촌에서 동대문 다녀오듯 반나절만에 다녀올 수 없었을텐데. 여행의 아귀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 날이 수요일이니까 아마 추석 하루 다음날인가보다. 달이 둥그렇게 떴다. 한국에서 추석을 보낸 사람들의 머리 위로도 똑같은 둥근 달이 달빛을 내려주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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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방금 수영과 온천욕을 하고 나온 곳. 저 야자수들이 내가 배영을 하며 본 야자수들이다. 온천은 밤 늦게까지도 문을 열지만 타이동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저녁 7시면 끊긴다.

 이 온천수영장은 길 맞은편의 즈번대반점인가... 하는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이렇게 호텔에서 운영하는 온천이 많다. 친구들과 같이 이곳의 호텔에 묵으면서 밤에 조명이 켜진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운치 있고 좋을 것 같다.

 즈번은 산이 깊어 더 빨리 해가 진다.

 승객이 한 명밖에 없는 버스를 탔다. 대낮에 뜨거운 타이동 거리를 거닐며 흘린 땀도 온천욕으로 씻어내고 땀에 젖은 옷은 가방에 넣고 새 티셔츠를 갈아입었더니 기분도 상쾌하고, 마침 mp3에서는 신나는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기분 좋은 피로가 몰려오고 기분이 너무 좋았던 귀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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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동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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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천에서 돌아와 숙소로 갔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뭔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아주 조그만 도마뱀이 계단에 붙어있네. 작은 몸집에 까만 눈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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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자, 사탕수수 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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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를 잘못 만져서 사진이 좀 밝게 나왔다. 타이동의 다양한 과일들을 보라~ 종류가 이 사진에 나온 것보다 2.5배 정도는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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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일 시장에서 산 과일은 숙소에 놔두고 식사를 하러 나갔다. 식당에 비치된 잡지를 보니 타이베이의 유명한 레스토랑을 소개한 잡지가 있었다. 타이동 촌구석에 와서 타이베이의 레스토랑 안내 잡지를 보게 되다니 참~ 그나저나 사진에서 본 레스토랑들이 너무 멋져보여서 다음에 타이베이에 가면 이런 곳을 찾아다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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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서 무슨 세트를 시켰더니 쇠고기 스테이크 비슷한 고기랑 후추 양념, 야채 등등, 거기에 오른쪽에 보이는 건 옥수수 스프 위에 패스트리를 얹은 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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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에서 산 과일들. 색깔이 알록달록하기도 하지. 녹색 과일은 귤이다. 하나도 안 익은 것처럼 보이는데 다 익은 거다. 홍시는 한국과 비슷. 까만 건 의외로 미국 자두. 노란 건 배. 설명하는데 입에 막 침이 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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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이쑤이에 이어서 타이동과 즈번이라는 곳들 모두가 참 조용하다. 사람도 많지 않고 큰 건물도 없고, 가게들도 한가해보여서 과연 이 사람들이 뭘 먹고 사나 궁금할 정도.
 
 평당 3천만원이니 하는 엄청난 땅값에, 세계에서 최고로 붐비는 지하철 2호선, 물가 비싼 강남, 코엑스몰을 왔다갔다 하면서 살다가 이런 동네에 가면 정말이지 이질적이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참 여러가지라는 것. 대학 가고 취직하고 시집장가가고 펀드 들고 집사고 하는 거 말고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살수도 있구나~ 이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이렇게 조용하고 작은 도시에서 손님도 많지 않은 가게를 운영하며 느긋하게 살고 있었구나~ 이런 자잘한 깨달음들.


 우리나라에서도 시골에 가면 그런 느낌을 얻을 수 있겠지만 외국이다 보니 더 이질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때 타이동이라는 조그만 동네를 돌아다니던 생각을 하면 삼성동 코엑스몰을 걸어다니는 오늘이 꿈만 같다.

 루이쑤이/타이동/즈번, 이 세 곳은 이번 대만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조용하고, 한가롭고, 여유롭고, 그리고 햇빛은 흰 색으로 빛나던 곳들.

 일본은 우리나라랑 비슷한 면이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간다. 거리도 가깝고 우리나라 문화 자체가 일본을 많이 모방했기 때문일 것이고, 게다가 음식도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여러 모로 익숙하고 편리하니 놀러가기엔 참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렇게 반대로 너무나 이질적인 환경에 처해보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다.



 오늘 밤에는 타이동의 거리를 걸어다니던 꿈을 꾸고 싶구만~



사족: 그런데 내 여행 취향이 아주 대중적인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사람마다 여행을 하는 이유가 제각인 탓도 있다. 취향도 사람마다 달라서 여행지에 대한 만족도는 보장하기 어렵겠다. 심지어 여행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나의 여행기는 한 눈을 보고 한 눈으로 흘려(?)가며 가볍게들 읽으시라. 물론 절대 가볍지 않은 길이의 압박은 제외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