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대만의 가을] 넷째날, 타로코 협곡, 그리고 루이쑤이온천 본문

여행-가출일기

[대만의 가을] 넷째날, 타로코 협곡, 그리고 루이쑤이온천

thezine 2007. 10. 18. 13:58
 전날 밤까지도 수시로 비가 내리더니 이날부터 날이 개기 시작했다. 전날 밤에 호스텔 로비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앉아있는 것도 운치 있고 좋았지만 협곡 관광을 떠나기에는 맑은 날이 더 좋지.

 이 날 사진을 정리해보니 최대한 뺀다고 뺐는데도 50장이 넘어간다. 나누어 올리기도 애매해서 무리를 무릅쓰고 한 번에 다 올린다. 장수가 너무 많긴 하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약간 삐걱대긴 하지만 깔끔하고 편했던 침대. 단 하루만 묵고 옮기려니 왠지 섭섭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스호스텔 로비. 내 사진은 손에 들고 찍은 셀카 아니면 이런 타이머샷 뿐... ^^; 로비에 앉아 낡은 론리플래닛을 뒤적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 갈 곳은 '타로코 협곡'이라는 곳이다. 중국어로는 '타이루거'인데 영어로 일반적으로 '타로코'라고 불리는 큰 협곡. 전날 숙소에서 예약한대로, 관광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고 오는 일정이다.

-=-=-=-=-=-=-=-=-=-=-=-=-=-=-=-=-=-=-=-=-=-=-=-=-=-=-=-=-=-=-=-=-

타로코 협곡 투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투어버스가 화롄 공항을 지나간다. 일반 공항 겸 공군 기지인 것 같다.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군대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하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바다로 향해 흐르는 강줄기를, 기차를 타고 올 때도 자주 마주쳤었다. 이 사진을 보니 '일도창해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천천히 머물다 가라'던 황진이의 노래가 생각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맑고 상쾌하고 녹색은 더할 수 없이 짙고 푸르다. 대만의 동부 지방은 그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휴게소 비슷한 곳에 들렀다. 깔끔하게 잘 만들어놨는데 편의시설이 좀 부족해서 아쉽다. 간식거리도 팔았으면 좋았겠단 생각이 드는데... 지금 내가 배가 고파서 그런 건지도... ^^a

사용자 삽입 이미지
 휴게소에서 내려다본 협곡. 양쪽에 모두 길이 있었다. 건너편에도 협곡의 허리를 파서 만든 도로가 보인다. 저 모든 것을 발파작업이 아닌, 인력으로 망치와 정을 갖고 했다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쩔 수 없는 dslr 셀카...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협곡 입구 휴게소 2층에 이런 테라스가 있었다. 이런 전망을 가진 까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바깥을 향해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주말마다 이런 곳에 묵으며 아침에 일어나 체조도 하고 테라스에 앉아 책을 읽는다거나,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족구를 한 게임 한다거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약간 지루했던 휴게소 휴식을 마치고 드디어 출발~ 물색깔이 어찌 이리 이쁘단 말인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나... 에메랄드빛 물줄기는 일부에 불과했다. 협곡에는 시커먼 잿빛의 격류가 흐르고 있었다. 하나도 비쳐보이지 않는 세찬 물줄기를 보니 좀 오싹하기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하얀 게 다 물줄기다. 도로에 허옇게 뭐가 묻은 건 아닌가, 바위의 무늬가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저게 다 콸콸 흐르는 물줄기. 하여튼 이 동네는 물은 넘쳐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창춘사'였던가, 불교 사찰이 아니라 협곡 도로 공사 도중 사고로 죽은 인부들의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사당이다. 물줄기가 세차게 떨어지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름 명당이라고 본 걸까? 잠시 후에 저곳까지 직접 가봤는데 나중에 저 왼쪽 통로로 걸어가서 구름다리로 건너가는 장면도 나오니 기억해두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침 dslr을 쓰고 있는 대만 사람들을 봤다. 내가 먼저 말을 걸어서 사진 좀 찍어달라고 했다. dslr을 쓰는 사람이 아무래도 더 미덥다. ^^ 사진을 별로 안 찍어본 사람들은 아무래도 구도나 자세가 엉성하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창춘사'로 건너가기 위한 '창춘교'. 끝이 동굴로 들어가는 마냥 어둡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으로 보기에는 그냥 협곡의 허리를 깎아 만든 통로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굴 안이 아예 캄캄하다. 앞도 잘 안보이고 물도 많이 떨어져서 카메라 가리느라 옷 다 젖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물줄기가 구름다리 위로도 줄줄 흐르고 있다. 그냥 보면 물이 안 보이지만 앞에 가는 꼬마 발이 물에 완전히 잠긴 상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리를 건너니 풀밭에도 물이 많이 흐른다. 미끄덩~ 하면 계곡 따라 미끄러져서 절벽 아래의 바위 위로.... ^^;;; 통로는 안전하게 만들어놨지만 이런 장면을 보면 꼭 이런 아슬아슬한 상상을 하게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람이 디디고 서라고 만든 바닥인데 물이 가득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기에 적힌 수 많은 이름들이 협곡 도로를 건설하다 죽은 사람들의 이름이다. 무사했던 사람들도 얼마나 고생을 했을꼬.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만은 물도, 바위도, 햇빛도 풍부한 곳이다. 식물이 잘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 바위에 나란히 붙어 자라는 풀과 이끼들... 좋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사람은 차 세우고 뭐 하는 건지 알 수 없었음. 어쨌거나 바위 사이로 소화전 터진 것처럼 뭔 물이 그리 많이 쏟아지는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폭포가 흔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저 정도 폭포라면 '구룡폭포'같은 류의 이름이 붙었을 법 한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줄기가 굽이져 흐르는 곳. 중간에 홀로 솟은 언덕이 특이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높은 곳에서부터 줄줄줄 흘러내리는 물줄기. 동물이 저 높이에서 굴러떨어지면 중상 아니면 사망일테고 카메라나 노트북도 못쓰게 되버릴텐데 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내리고 떨어지고 한다. 전혀 비교대상이 아닐텐데 왜 난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a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장면을 보면 '아, 여기가 협곡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좁은 계곡이다. 비가 많이 올 때는 사진 속에 흰 색과 녹색의 경계선까지도 물이 불겠지? 타로코 협곡의 도로는 바위를 깎아만들었기 때문에 낙석사고도 빈발하고 종종 통행이 통제되기도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같은 버스를 탔던 사람들이 틈틈이 등장한다. 건너편의 바위에 새겨진 무늬를 보니 지구과학시간에 배웠던 지층, 암반의 형성 과정, 암석의 종류... 같은 제목들이 생각난다. (암석의 구분, 이름 같은 내용은 생각 안남.) 건너편의 바위 틈으로 난 구멍, 그 속엔 뭐가 있을까? 으흣..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른 관광객들과 흐르는 물줄기를 담기 위해서 사진을 약간 기울여서 찍었다. 물줄기만 담으면 협곡의 크기가 짐작이 잘 가지 않을텐데 사람이 나오니까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함께 여행을 온 노부부가 열심히 사진을 찍는 동안 나는 산과 협곡을 찍는다. 모두 암반으로 이루어진 곳일텐데 워낙 햇빛이 좋고 물도 많다보니 산이 풀과 나무로 덮혀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에 얼핏 보이는 것처럼, 바위를 깎아서 그 옆으로 도로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터널처럼 내부를 시멘트로 마감하지도 않았고 내부의 조명도 거의 없다. 그래도 암반이라 무너질 위험은 없으니 이렇게 해놓고 쓰겠지. 다만 협곡을 타고 떨어지는 낙석이 많은 곳은 안쪽에 터널식으로 새로 파놓은 곳이 몇 곳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스는 여기저기 구경을 시켜준 후에 협곡 정상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부페 식사가 포함된 패키지였기 때문에 먼저 식사를 했다. 기념품점에 들렀는데 대만의 소수민족 캐릭터가 눈에 들어왔다. 사려고 보니.... 저 안에 작은 인형 하나가 우리돈 만원 정도. 사진에 나온 액자 세트로는 28만원... -_-;; 일일이 손으로 만든 거라 그렇단다. 실제로 품질도 괜찮은 편. 하지만 너무 비싸서 그 중에 인형 하나만 샀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산골에 절이 있네. 근데 버스는 절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다른 관광객들도 이렇게 탑 사진만 찍는 분위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스는 다시 내려가는 중에 한 산책로에 관광객들을 내려줬다. 직접 산 허리에 난 돌길을 걸을 수 있는 곳. 많이는 아니지만 여기도 물이 뚝뚝 떨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젠 너무 많이 봐서 감동도 안 올까? ^^; 폭포가 참 많다. 여기에선 그 위쪽의 흐름도 보여서 좋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제일 앞장서서 산책로를 따라 걷는데... 웁스, 낙석 조심~ 저 밑에 일행 두세명이.... 깔린 건 아니고, 오래전에 낙석이 떨어진 것 같다. 낙석도 아니고 완전 커다란 바위. 그래서 그런지 오른쪽에 얼핏 보이는 포크레인은 몇년째 그 자리에 버려진 것 같다. 바위 때문에 꺼내갈 수가 없었나보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구도로 보니 산 중턱의 산책로다운 분위기가 물씬.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산책로의 하이라이트(?)다. 이렇게 보면 주전자로 붓는 정도의 물줄기인 것 같지만 막상 지나가려면 거의 소나기처럼 퍼붓는다. 카메라는 면티 밑에 집어넣고 뛰어서 통과~ 우산 갖고 온 아줌마들은 여유있게 우산 쓰고 지나가더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에 나온 물 떨어지는 산책로 옆 도로를 버스타고 지나갈 때 찍은 사진이다. 올라갈 때 보고 '여기는 그냥 지나가네' 생각했는데 내려올 때 들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 떨어지는 곳을 뛰어서 지나는데 발이 왠지 허전하다. 샌들이 맛이 가서 덜렁덜렁. 5년쯤 신은 샌들인데 드디어 수명을 다한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늘 진 곳 사이로 흐르는 아담한 물줄기, 일부러 조리개를 조여서 셔터를 오래 열어서 찍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건 뭐라고 부르나? 고사리의 일종일까? 아열대/열대 지방의 풍부한 삼림자원이 부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멀리 언덕에 몇 줄기의 작은 폭포들, 그리고 그 위에는 왠지 평평한 낙원이 펼쳐져있을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로코협곡 과학교육관 정도로 불러주자. 지구과학 선생님들이 좋아할 만한 자료들을 전시해놨다. 환태평양 지진대를 표시한 것 같다. 대만은 지진과 태풍이 아주 잦다. 일본과 막상막하인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깊은 산골에도 '대만을 UN에 가입시켜달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려오는 길에 들른 또 다른 휴게소. 성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인적은 드물고, 시설은 깔끔하고 이뻐서 묘한 느낌을 주더 곳. 자연도 아름답고 시설도 최고급 휴양지 같은 느낌. 사람이 조금만 더 많고 식당, 카페가 잘 되어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수민족 할머니가 전통적인 방법으로 천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건너편에 턱을 괴고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젊은 아가씨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때늦은 아쉬움. 할머니와 아가씨의 모습이 대비되는 작품이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휴게소를 마지막으로, 다시 버스를 타고 화롄의 숙소로 복귀~

 아침에 체크아웃(체크아웃이라고 할 것도 없다. 자기가 쓴 린넨은 직접 빨래통에 넣어두고 방에서 나오면 끝)을 하고 맡겨둔 짐을 찾은 후 길을 나섰다. 결국 망가진 샌들은 화롄의 '아미고 유스호스텔'의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몇 년 동안 여름이면 놀러갈 때 신고 다녔던 샌들인데 한국도 아니고 대만의 한 촌동네 쓰레기통에 버리려니 왠지 아쉽더군...^^

-=-=-=-=-=-=-=-=-=-=-=-=-=-=-=-=-=-=-=-=-=-=-=-=-=-=-=-=-=-=-=-=-

루이쑤이 온천으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날 기차표를 사두었었다. 기차시간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서 돌돌이 가방을 끌고 밥집을 찾아다녔다. 점심 때 협곡의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배탈이 나기도 했고, 여행와서 맥도널드 햄버거로 때우는 일은 가급적 지양하자는 차원에서 음식점을 찾아서 조금 헤멨다.

 그 동네에선 꽤 괜찮은 축에 드는 것 같은, 깔끔하고 멋진 식당에 갔다. 위와 같은 차림에... 음.. 기억은 안나는데 아무튼 비싸진 않았다. 맑은 국, 밥, 감자 같아 보이지만 알 수 없는 재료로 만든 밍밍한 반찬, 그리고 역시 맛이 그닥 익숙치 안은 줄기로 만든 반찬, 그리고 탕수육 비슷한 맛있는 메인메뉴. 거기에 '산약차(산에서 나는 약으로 만든 차)'를 후식으로 먹었다.
 
 우리나라 탕수육도 맛있긴 한데 그와 비슷한 중국식 탕수육도 꽤나 맛있다. 탕수육은 영어로 Sweet and sour pork라고 하는데, 중국식은 말 그대로 약간 더 달고 약간 더 신 것 같다. 그리고 사진처럼 소스가 더 많고 조금 더 묽다.



 그리고 기차를 탔다. 늘 그렇듯, 기차에 타면 마음이 편해진다. 일단 기차 좌석에 앉은 후에는 내릴 타이밍만 놓치지 않으면 된다. 그동안 부족한 잠도 보충하고 책도 읽고 다음 일정도 슬슬 생각해보는... 그런 여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루이쑤이 온천'에 도착했다. 동네 이름이 '루이쑤이'인데 그 중에서도 여관 이름 자체가 루이수이온천인 곳이 있다. 주인 아저씨가 일본어와 영어를 잘 하고 사진처럼 다다미방이 있다. 원래는 다인용 dormitory인데 사람이 없어서 한 사람이 한 방씩...^^

 기차에 내려서 어두운 탓에 일치감치 걸어갈 생각을 않고 택시를 타고 이 곳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창문으로 소똥 냄새도 나고, 완전 시골길이라 밖은 캄캄하고, 내가 이 촌에서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서울에서도 가장 붐비는 테헤란로의 북적대는 빌딩숲들, 그 사이에서 사무실에 콕 박혀서 일하던 회사원이었던 내가 루이쑤이에 있다니. 이렇게 한가하고 조용한 곳, 대만에서도 촌구석에 속하는 곳에서 혼자 여관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삼성동 빌딩촌과 너무 대비되는 환경도 환경이지만, 외국의 시골 마을에서 혼자 가방을 끌고 택시를 잡아타고 가는 내 모습이 너무 자유롭게 느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의 오리지널 다다미방도 이럴까? 바닥이 좀 폭폭 꺼지긴 하지만 잠은 푹 잘 잤다. 방에 혼자라서 처음엔 좀 무서울까 싶었는데 막상 누우니 편안~했지.

 온천욕을 하는 모습은 사진에 없다. 혼자 넓은 온탕, 열탕, 냉탕을 왔다갔다 하면서 온천욕을 했다. 매일마다 물을 다 빼고 새로 물을 받는데, 지하에서 올라오는 온천을 그대로 쓰기 때문에 약간 황토빛이 돈다. 혼자 불켜진 노천 온천에서 수영복을 입고 온천욕을 하면서 심호흡도 해보고 밤하늘에 뜬 별도 보고 높은 데서 떨어지는 물줄기에 어깨 마사지도 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라, 게다가 온천에 나 혼자여서 약간 심심했는데 친구들이나 가족, 연인과 함께 가면 좋을 곳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온천욕을 마치고 나와서 시원한 타이완맥주를 한 병 마셨다. 아무 말 없이 주인 아저씨와 TV를 보고 있는데 내용은 '중국으로 간 대만 기업가들이 왜 대만으로 돌아오지 않나', '대만 경제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내용이었다.

 정말 황당하고 웃겼던 사실. 토론 도중에 이명박 후보 사진이 나오고 747공약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명박'은 중국어로 '리밍보'라고 읽는데 '한국의 리밍보는 대통령이 되면 한 해 7% 성장을 10년동안 하겠다고 했다'며, 한국은 앞으로 7%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기정사실화했다. 너무 웃겨서 주인 아저씨한테 이명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냐고 했더니 들어보았단다.

 가끔 우리나라 언론도 경제 지표, 수치 같은 걸로 대만, 싱가폴이나 기타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서 위기 의식을 부추기곤 하는데 대만도 똑같았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극하는 것 자체야 나쁜 일도 아니긴 한데 허점투성이의 747공약이 TV에 등장하는 걸 보니 어찌나 기분이 묘하던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TV가 재미없어서 신문을 보니 '와호장룡'을 만든 '이안' 감독의 소식이 보인다. 이안 감독이 새로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결혼 피로연'인가 하는 영화도 재밌게 봤고 '와호장룡'도 좋았는데 새 영화는 어떤 영화일지 궁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관의 개가 시큰둥하게 날 바라보고 있는 모습.



-=-=-=-=-=-=-=-=-=-=-=-=-=-=-=-=-=-=-=-=-=-=-=-=-=-=-=-=-=-=-=-=-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초반 일정보다 루이쑤이 온천, 그리고 이 다음날의 일정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촌동네를 외국 사람이 혼자 돌아다니면서 느낀 이질감, 말 그대로 '새로운 곳'에 왔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인 듯.

 이제껏 유스호스텔의 조금 좁은 침대에서 잤는데 이날은 혼자 편히 다다미방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루이쑤이의 밤은 그렇게 저물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친구와 함께 다시 놀러가고 싶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