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대만의 가을] 도착 첫 날 - 우중충, 하루에 비가 15번 내림 본문

여행-가출일기

[대만의 가을] 도착 첫 날 - 우중충, 하루에 비가 15번 내림

thezine 2007. 10. 4. 10:28
 추석 연휴 동안 대만에 다녀왔다. 작년 이맘때 대만에 짧게 출장을 다녀온 것, 대만에서 공부했던 세영이에게 간간이 들었던 이야기들 (주로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 ㅎㅎㅎ), 대만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던 추상적인 이미지들만 갖고 목적지를 결정했다.

 원래는 년초에 일본에 다녀온 것처럼 가을에도 친구들과 여행을 가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날 잡으려고 하면 각자 이래서 안되고 저래서 안되고 하다보면 계획 잡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휴가를 붙여서 하루라도 길게 다녀오려고 하다보니 친구들과 일정 맞추는 건 일치감치 포기를 했다.

 대만으로 목적지가 정해진 후로 대만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1. 여행안내서: Just Go 시리즈, '대만'편. 책 내용은 허접하지만 대안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만에 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책. Lonely Planet은 대만 한글판은 아예 없고 영문판도 대형 서점에 모두 재고가 없다. 내키진 않지만 안내서가 한 권쯤은 필요하니 Just Go를 사서 일단 끝까지 일독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대만역사서: 블로그에 서평을 썼던 적이 있다. '대만-아름다운 섬, 슬픈 역사'였나, 검색하면 나옴..^^ 중국의 일부로서가 아닌, 대만 그 자신의 역사를 한 권으로 간략히 정리한 책이다. 내용은 딱딱할 수도 있지만 사진과 그림이 많아서 금방 읽혔다. 소박하지만 소신이 있어보이는 저자의 대만에 대한 애정, 국제역사교류에 대한 희망이 느껴져서 좋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일본 자본주의와 한국, 대만: 일본 역사가들이 주축이 되어 한국 역사가들과 함께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을 고찰한 논문형식의 글을 모은 책이다. 여기에 대만 역사가가 참여해서 일본>한국>대만 순으로 참여해서 나온 책이다. 예를 들면 각국의 운수/교통의 발달, 각국의 방직업의 발달...과 같이 산업별 발전과정을 비교하는 글들이 주를 이룬다. 좀 딱딱하고 글자도 많다. 아직도 읽는 중. 대만에서 기차를 타고 가던 중에 철도교통의 발달에 대한 글을 읽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4. 외국인의 입장에서 대만을 소개하는 책: 책 제목은 '대만 (Curious 시리즈)'. 표지 디자인, 커버 재질같은 외적인 요소만 봤을 때는 '뉴요커 되기; 뉴욕 쇼핑의 모든 것'과 같은 스타일의 제목에 겉멋 든 유행서적의 느낌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충실했다. 미국인과 결혼한 대만 여성이 (서양 백인) 외국인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 여행안내와는 무관하지만 대만의 일상생활, 문화, 정치, 역사를 쉽게 풀이한 책. 시리즈라고 소개한 걸 보니 다른 시리즈가 많은 것 같다. 여행 목적지를 정하기에 앞서 후보지 3-4곳을 정해서 각 지역에 대한 Curious 시리즈를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만에 여행을 가서 만난 사람들도 그렇고, 여행 가기 전에 이렇게 책 챙겨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도 중국에 처음 가려고 하던 때를 제외하면 목적지에 대한 책을 여럿 구해서 본 적은 별로 없다. 일본이나 베트남에 갈 때는 아마 여행안내서에 더해서 1-2권을 더 찾아본 정도.

 대만에 대한 책을 검색해봤지만 여기에서 보고 싶은 느낌이 드는 책을 더 찾긴 어려웠다. 기껏해야 '그대만을 사랑' 같이 글자가 겹치는 관계없는 책들이 대부분. ^^a

 늘 그렇듯 서론이 길었다. 여행기는 이제부터 시작~

-=-=-=-=-=-=-=-=-=-=-=-=-=-=-=-=-=-=-=-=-=-=-=-=-=-=-=-=-=-=-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마무리 해야 할 일들도 많았고, 금요일이라 원래 바쁜 탓도 있었다. 추석연휴라고 점심 먹고 바로 퇴근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정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일을 마무리했다. 전날 미리 싸둔 짐을 회사에 끌고 왔기에 퇴근 후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행기가 연착을 해서 예정보다 한참 늦게 도착했다. 버스를 탄 게 아마 1시 정도. 싼 항공사일수록 항공기 탑승 게이트가 멀다. 거리가 먼 만큼 택싱도 무지 오래 걸린다. (비행기가 게이트에서 활주로로 이동하는 것을 Taxiing이라고 한다.) 위치가 좋으면 1-2분이지만 인천공항 왼쪽 끝쪽이라면 7, 8분은 걸리는 것 같다. 아무튼 싼 비행기를 타면 어쩔 수 없지.

 비행기 줄을 설 때부터 슬슬 중국어가 귀에 들려오고, 어느새 비행기는 대만에 도착했다. 밤에 가니까 창밖도 어둡고 좀 지루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밤이 늦어서 그런지 남은 승객들을 모두 태워가려는 것 같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차는 나중에 출발했다. 비도 오고 밤도 늦었고. 내가 책 같은 건 미리 챙겨읽지만 숙소나 일정 같은 준비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국은 큰 빌딩에도 번짓수가 크게 알아보기 쉽게 붙어있는데 대만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중국은 '남경동로 50호'라고 하면 남경동로만 찾아간 후에 20호를 찾았으면 숫자가 더 높은 방향으로 걸어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비까지 오는데 여러 번 왔다갔다 한 후에야 간신히 빌딩을 찾았다. 11층부터는 사진처럼 가운데 부분이 뻥 뚫려있다. 건물 내부에 빈 공간이 있어야 풍수적으로 길(吉)하다는 중국 특유의 건축 양식을 여기에서도 발견했지. 이후로도 이 여행은 대만과 중국의 유사점/차이점을 발견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에 빌딩 내부 사진 저 멀리에 불이 켜진 위에 가려진 반원이 국제유스호스텔연맹(Hosteling International)의 로고다. 하지만 알고 보니 내가 예약한 곳은 이곳보다 몇 층 위에 있는, 이름만 호스텔이지 연맹 소속이 아닌 개인 운영 호스텔이었던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날 아침에 내가 묵는 빌딩을 밖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알고 보니 K mall(Key mall) 이라고, 이곳 호스텔은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 중 하나였다. 내가 이곳을 정한 이유는 타이페이 기차역 바로 앞이기 때문. 물론 방값도 싸고..^^ (dorm에서 자는데 우리돈 15000원 정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숙소에 어렵사리 도착해서 발만 씻고 누웠는데 AM 03시였다. 방은 덥고, 비는 오고, 시간은 늦었고 몸은 피곤하고, 다른 침대들에는 이미 자는 사람들 때문에 움직이기도 조심스럽고.

 여행 초반에 밀려오는 어색함, 약간 막막함이 가득했던 밤. 마음가짐이 '여행 모드'로 전환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았다. 내가 누운 2층 침대 옆 창문으로 비 내리는 타이페이의 밤거리가 보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잠을 별로 못 잤지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 후 길을 나섰다. 이틀 후 타이페이를 떠날 기차 시간표를 얻기 위해 잠시 기차역에 들렸다. 대만의 수도인 타이페이의 기차역인데 규모에 비해 기차시간표가 단촐했다. 제대로 받아온 게 맞나 싶을 정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날, 아니 그날 새벽 숙소 부근에 왔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 반기문 UN사무총장이 대만의 가입신청을 반려했다는 뉴스를 본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이후로도 이런 포스터, 현수막, 광고판을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자존심 뿐 아니라 예전의 한국과의 단교 과정, 그리고 가입신청을 반려한 UN사무총장이 하필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한국에 대한 반감이 생길 이유도 약간은 있어 보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자가 한자이다 뿐이지 한국에서 흔히 보는 현수막이다. 위에는 '평' 단위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쓰던 '평'과 한자가 같은데 아마 1평이 가리키는 넓이도 같은 것 같다. 그 밑에는 학원 광고 현수막인 것 같다. 누구누구 물리, 누구누구 화학... '평'은 일본 식민지였으니까 그렇다 치고 저런 형식의 학원광고가 무지 웃겼는데, 나만 그랬나? ^^ 거기에 덧붙이자면 아래에 보이는 패밀리 마트 광고판 색깔도 우리에겐 익숙하다. 대만 편의점 사업은 '패밀리 마트'와 '세븐일레븐' 거의 대부분 장악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시로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여러번. 이 사진도 우산을 받쳐들고 찍었다. 청나라 때 만들어진 '북문'이라고 한다. 도로와 빌딩 숲 속에 외롭게 남은 숭례문(남대문)과 흥인지문(동대문)을 떠올리게 한다. 만리장성처럼 겉모습 자체가 화려한 고대 건축물 외에도 이처럼 크게 볼 거리는 없지만 역사가 느껴지는 건물들이 언젠가부터 좋아졌다. 숙소에서 거리도 가까워서 가장 먼저 목적지로 정했던 곳.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북문 앞의 한 지하도 입구다. 보다시피 대만의 지하도들은 입구가 작았다. 공간절약형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지붕이 낮아진다. 한국의 지하철역 입구에 비하면 훨씬 작은 게 특이해서 찍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이페이市의 카메라 상가 거리. 이곳 말고도 연결된 길 몇 군데에 모두 카메라 관련 상가들이다. 특이했던 점, 간판들에 모두 필름 가장자리 모양으로 무늬가 들어있었다. 여기에선 그렇게 탁월한 디자인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간판, 건축, 표지판 같은 도심환경 정비에서 저렇게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밥집을 찾아 헤메는 중. 그나저나 왜 신호등이 뜬금없이 빌딩에 붙어있는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앗! 당산중이다. -_-;; (아마 실제로는 중국식으로 오른쪽부터 읽어서 '중산당'이겠지. '중산'은 중국과 대만 모두가 국부로 추앙하는 '손중산(=손문)'의 호다.)

 1997년에 카투사에 지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토익시험을 치렀던 곳, 시험을 치다가 우연히 정제호와 전홍석兄을 만났던 곳. 그곳이 당산중인데... 하는 생각으로 건축물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스토리를 떠올리며 찍은 한 컷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고파~ 숙소에서 무료로 주는 맛 없는 빵 한 조각으로 아침을 때워서 배가 고팠다. 한참을 걷다가 간신히 밥집을 찾아냈다. dslr로 셀카 찍는 거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사진을 남겨야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만두국. 부추가 많이 들어갔고 만두피가 조금 두꺼운 편. 그냥 배채우느라 먹었다. 그래도 값은 싸긴 쌌다. 한 그릇에 2천원 정도 했던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만의 총독부.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에 지어졌던 총독부는 훗날 철거되는 운명에 처했지만 이 건물은 아직도 대만 총통의 관저로 사용되고 있다. 청와대 근처에 가려면 지나가는 행인도 반경 몇백미터 앞에서부터 미리 검문을 했었는데 이곳은 울타리 안에 군인이 한두명 어슬렁거리는 정도다. 대만에 가기 전부터 일제시대 건물들을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보니 아직도 한창 쓰고 있는 건물이라 그런지 오래된 느낌은 들지 않았다. 부근에 대만국방부 같은 관청 주요 건물이 많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만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시먼띵' 거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홍루극장' 딱 봐도 오래된 건물이다. 일제 시대 건물이란 느낌도 많이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 TV에도 등장했던 쌀국수집. 아주 가느다란 면발과 걸쭉한 국물을 그릇에 담아 판다. 사람들이 거의 서서 국수를 먹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지없이 잠시 쉬었다 다시 내리는 비. 흩뿌리기만 할 때도 있지만 이번엔 제법 많이 온다.

 건너편 거리처럼 건물들이 대부분 비를 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 아예 인도 위로 건물을 짓고 인도를 덮는 식으로 지은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적어도 사진 위에 보이는 것처럼 천막이라도 쳐놓는다. 시시때때로 비가 자주 오는 날씨 때문에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 같다. 이런 통로가 아니라면 이처럼 비가 자주 오는 날씨에 나다니기가 너무 불편할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익숙한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을 여기에서 볼 줄이야. 캘리포니아에는 없고 아시아에만 있다는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 트레이너는 없고 영업사원만 득시글댄다는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 1년에 특별가로 얼마라고 구라치다가 가입 안하려고 하면 팍팍 깎아준다는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클럽.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걷기도 많이 걸었고 비도 오고, 이렇게 조용하게 창밖을 내다보며 쉬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의 편리한 정거장 스타벅스. 누가 놔두고 간 빈 컵 하나 갖다놓고 책 펴놓고 다음 일정을 정리한다. 연습장과 볼펜, 지도를 보며 여기여기를 지나서 여길 가야겠다. 여기쯤에서 밥을 먹고 다음은 어디로... 여행지의 일상은 그렇게 계획이 잡히고 그렇게 흘러가는 법... 아~ 여행지의 일상이 그리워지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길거리에 장난감 노점상이 내다놓은 장난감 인형이다. 노점상 아저씨가 멀치감치 떨어져있으니 마치 장난감 인형이 주인 없이 혼자 험난한 도시를 돌아다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위험해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 조그만 다리를 계속 움직이며 자전거는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이베이市 중화 기독교 청년회'라는 건물. YMCA 비슷한 걸까? 대만에는 기독교 신자가 꽤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불교, 기독교, 카톨릭이 고루 많은 것 같다. 내내 신기했던 점. 내내 궁금했던 점.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만도 해방 이후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해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공통점이 있을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까는 찾아도 음식점이 영 보이지 않아서 썩 맘에 들지 않는 만두국으로 밥을 때웠는데 여기엔 식당이 많다. 아... 지금 보니 간판만 봐도 음식이 떠오르고 더 맛있어 보이네. 사진을 찍을 땐 그냥 찍은 건데 여행 후반에 먹어본 음식 이름들이 지금와서야 띈다. 그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던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 목적지였던 '용산사' 앞의 용산 공원. 비가 들이치지 않는 지붕 밑에 노인과 아저씨들이 바글바글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파고다공원 분위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이페이의 대표적인 불교 사찰 '용산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대만에서도 불교 사찰에서 불교만의 색깔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불교 사찰로서 기본적인 정체성은 유지하고 있겠지만, 중국의 사찰에서 느꼈던 점을 여기에서도 느꼈다. 불교 교리나 불교 자체가 추구하는 가치보다는 개인의 복을 비는 장소일 뿐이라는 느낌. 다른 종교도 중국에선 모두 마찬가지가 되어버릴까? 중국이 워낙 기복적인 요소가 강한 문화다보니 어떤 종교가 들어가도 일정 부분 피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만큼 중국의 불교 사찰에서는 '복을 비는 염원'의 기운이 강하게 느껴진다. 건강과 재물과 가족의 행운을 비는 절실한 바램들이, 굳이 자세히 보지 않아도 너무나 강하게 느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절이라고 해도 건물 자체는 전통 건물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불상이 안치된 본전에나 이르러야 불교사찰의 느낌이 전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수 많은 사람들, 그들이 피운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개수의 향들, 하늘로 향한 손, 그 손에서 피어나는 향의 연기들. 이 모든 것들에서 '수 많은 바람의 기운'이 느껴진다. 중국에서 사찰을 방문할 때마다 느꼈는데 타이페이의 용산사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도 보면 엄청난 양의 기도가 신에게 밀려오는 장면이 나온다. 기도를 포스트잇에 적으면 방 안이 모두 노란색이 되버리고 이메일로 처리하려니 순식간에 수백만통이 접수된다.
 
 사람들은 참 바라는 게 많은 존재인 것 같다. 등 따시고 배부르고 거기에 더해서 자손을 유지하는 게 전부인 다른 동물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사람을 다른 금수와 구별짓는 방법도 가지가지지만 소원이 많다는 점도 그 중에 하나로 꼽을 만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도 용산사에는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초와 향이 타고 있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동안에도 비는 그치지 않고 내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한참을 걷고 나중에는 전철을 타서 '대만 대학'에 왔다. 듣기론 '꽃보다 남자'에도 배경으로 등장했었다고 한다. 타이페이 도심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닌데 이렇게 큰 캠퍼스가 비교적 시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나중에 등장할 '중정기념관'이나 몇 개 공원도 시 중심부에 큰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아예 일치감치 이런 공간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경제가 발전한 후에는 땅값 때문에 엄두도 못낼텐데.

 야자나무가 줄 지어 서있고 끝에 옅은 적벽돌로 지은 건물이 보이는 이 사진만 보면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입구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은 학교도 우수하지만 캠퍼스 분위기가 예술이었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만 대학' 역시 서울대학처럼 일제 시대에 세워진 전신을 기초로 한 대학이다. 여행안내책자에 대만대학을 짧게 소개하며 실은 사진인데 마침 그 건물인 것 같아 사진을 찍었다. (혹시나 Just Go 책자를 갖고 계신 분이라면 찾아보시길)


 대만 대학 캠퍼스를 구경한 후에 대만 원주민 자료를 판매하는 곳에 들렀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숙소에 돌아왔다.

 추석 연휴를 맞아 대만에 여행 온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고 해서 거기에 참석했는데, 생각보다 혼자 온 사람들이 많았다. 혼자 온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을 줄이야. 단순히 이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만 시집 장가 가라는 소리를 피하는 것도 목적인 듯. ㅎㅎ  20대 후반도 많지 않고 거의 31, 32 정도.

 낮에는 혼자 이것저것 구경하고 다니는데 밤에는 이렇게 초면인 사람들끼리도 만나서 뭐라도 먹고 마시고 하는 것도 좋다.

 이렇게 첫날 밤이 저물었다. 숙소가 덥다고 했더니 에어컨도 켜주고 더 좋은 침대에서 추가 비용 없이 자라고 해줘서 기분 좋게 마무리한 첫날. 비가 자주 오고 땀도 나서 옷도 좀 들러붙지만,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별로 불편하지도 않다. ^^

 여행사진 정리한 걸 USB메모리에 갖고 다니면서 회사나 집에서 시간날 때 이렇게 나머지 사진들도 올려야겠다. 이거 올리다가 점심시간 다 지나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