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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누가 시켜서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읽는 책인데도 이렇게 짧게 마무리되는 글이 반갑다. 여러 편의 초단편 소설을 묶은 얇은 책이다. 얼마 전에 우연히 누가 좋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골라들었다. 작가가 누군지 말고는 전혀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세 번 혼란스러워졌다. (혼란스러워지는 횟수는 사람마다 다르겠다.) 우선,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지 않는 단편집이었구나'(꽤 읽고 난 후에야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생각 나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쓴 책이구나'(동물하고 사람이 대화를 한다). 마지막으로 오래 전에 쓴 글이구나(EU의 전신 EC가 뉴스에서 어쩌구 하는 내용이 나와서 '설마' 했는데 그 EC였다.) 이런 정보를 모른 채로 읽는 것도 스스..

송길영 부사장, 이제는 송길영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던 시절 회사 교양 강좌에서 처음 접했다. data mining이라고 하는 게 그때는 big data가 유행이던 시기여서 더 유명세의 파도를 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 스스로가 송작가의 책을 뽑아들면서 뭘 기대했는지, 책을 읽으면서 살짝 헷갈렸다. data mining 전문가라는 개념이 본능적으로 이해가 되지는 않고, data mining에서 파생된 '미래의 트렌드 읽기'에서 다시 나아가서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은 data mining은 이미 세상에 나온 정보 기반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최근의 과거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맞을 것이다. 처음에는 미래에 대한 통찰보다는 송작가..

커피 원두라는 게 시기 별로 좋은 원두 수급 상황이 달라질 테니 메뉴 자체에 '원두가 바뀔 수 있다'고 표시해두었다. 원두 종류를 산미나 향이 다른 5종을 구비해둔 터라 원두가 바뀌더라도 그때 그때 준비된 원두 중에 취향에 맞는 걸 고르면 된다. 이런 커피에 맛들이면 맛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는 마실 수 없게 되어버린다. (혹은 아예 저렴하고 맛도 마실 만한 수준인 회사 구내 카페가 낫다.) 디저트 메뉴는 계절과일을 얹는 메뉴(이름은 이튼매스인데, 이튼매스를 검색해보니 좀 다르다. 이 가게 스타일로 많이 변형을 한 것 같다.), 바스크치즈케이크, 카이막이 있다. 디저트 메뉴는 모두 신선 식품이긴 하지만 개수 자체가 아주 많진 않아서 로스가 생겨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일 것 같다. 운영은 '금토일월', 주 ..

연희동 지도 뒤지다 발견한 곳. 춘장에 양파가 새롭다. 먹다보면 양념이 자꾸 밑으로 빠져서 면을 먹을 때 숟가락으로 양념을 챙겨야 하는 것도 근본 간짜장의 전형이다. 중국인들 없이는 대한민국 식당가 운영이 안된다는 말에 나오는 중국인들과는 세대가 다른, 아마 화교 사장님이 운영하는 식당이 아닐까 싶다. 이 날도 옆 테이블에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분들일 것 같은 노인 여러 명이 중국어로 이야기하며 식사중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건 내가 문닫을 시간이 가까운 저녁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 아니면 이 집 면 특징인지 모르지만 약~간 불은 느낌. 아무튼 요즘 시대에 찾기 힘든 진짜 간짜장을 하는 것만으로 2km를 걸어서 다녀왔다.
휴일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맛 좋은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 하지만 오후였다면 내가 수면 문제가 없었어도 크게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적당히 알딸딸한 귀갓길에 연속으로 마음에 드는 노래가 추천으로 떠서 들을 때는 음악에 몰입하게 된다. 출근길 쨍한 햇빛이 스며들어오는 버스 안에서는 그런 느낌은 느낄 수 없다.겨울에 스산한 공기도 경치가 좋고 옷을 따뜻하게 입었을 때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논산 훈련소에 10월 15일에 입소해서 11월 말쯤 의정부로 옮겨갈 무렵, 아침 저녁으로 꽤 쌀쌀했지만, 힘든 일과를 마칠 즈음 국기 하강 시간에 발을 멈추고 바라본 가을 하늘과 공기와 나무에 비친 노을빛은 참 아름다웠다.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이렇게 갑자기 생각이 나서 몇 몇 순간을 꼽아보자니 그 중 여럿은..
작가의 특징을 묘사하는 글 중에는 200자 원고지에 면도칼로 직접 깎은 연필을 열 개쯤 준비한 후에야 글을 쓴다던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젠 핸드폰으로 단문을 생산해야 하는 환경에서 원고지 몇 천 장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고, 지금처럼 컴퓨터 키보드를 꾹꾹 눌러 쓰는 것 정도로도 복고 감성을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가끔 귀찮은 이유로 핸드폰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곤 한다. 어차피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기에, 사진이 필요한 대부분의 글에서 어차피 핸드폰을 써야 한다. 핸드폰으로 제목 정도만 쓰고 일단 사진부터 모두 업로드한 다음에 컴퓨터에서 글을 쓰기도 한다. 어찌됐든 핸드폰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디카로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노..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아주 오래전은 아니고 대선 낙선 이후 한창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때쯤부터인 것 같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그리고 퇴임 이후 SNS계정에 책을 소개하는 느낌으로 쓴 글을 모은 듯 하다. 애초에 일기장 끄적이듯 남긴 글이 아니고 대중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어서, 정치 활동을 한창 할 때와 겹치는 것이 당연하겠다. 책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영세한 출판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괜찮은 책들을 나라도 소개해서 약간이라도 판매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SNS에 짧게 책을 소개하고 감상을 덧붙이는 정도의 글이라서 꼭지 하나 하나가 길이가 길지 않고 쉽게 넘어간다. 내 취향에 괜찮다 싶은 책들은 소개 글들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분량으로는 퇴임 ..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시리즈를 쓴 저자의 책이 있길래 그 세 권을 읽어보았으니 이 책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1쇄로 끝나는 책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던데 십 몇 쇄까지 인쇄가 될 정도로 '베스트셀러' 서가에 놓여진 경력이 있는 책, 저자인가보다. 고등학교 친구 사이였던 대기업 직원과 건설사 사장의 이야기에서 그 둘의 아들들의 사업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다양한 사업 철학, 재테크 철학을 줄줄 읊는다. 고등학생이나 대학교 1학년 때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사전 지식이 없는 이 바닥(?) 초보에게 적합한 책이다. 내 나이에 읽기에는 솔직히 너무 유치해서 딱히 추천은 못하겠다. ㅡㅡ;;

겉절이도 아닌, 보통 김치보다는 단맛이 살짝 묻어나는 김치맛이 특이했다. 비싼 가격은 그냥 그러려니 싶다. 고소하고 진한 국물은 맛이 좋긴 한데 잘 만든 시판 제품도 이 정도 맛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본 콩국수는 좋은 콩만 쓰면 차별화가 어려운 메뉴가 아닌가. 나에게 최고의 콩국수는 제주도 조천에서 먹었던 콩국수였는데, 땅콩이나 뭔가 부재료가 곁들여진 것 아닐까 싶다.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가미 여부보단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맛은 조천이 더 좋았다. 콩물은 순수하게 콩만으로 맛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진주회관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진주회관은 기본 간은 되어있고 따로 달라고 해야 소금이나 설탕을 준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진주집보다도 슴슴한 느낌이었다. 원래 슴슴한 간에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