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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유시민 작가의 책을 종종 읽어왔지만, 한 번은 출판 기념 강연에 가서 사인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은 헐레벌떡 반가움에 읽고 보는 책은 아니다. 정치 고관여층에 속하는 사람으로서는 유시민 작가의 정치 관련 저작을 읽자면 이미 부분적으로 유튜브, 방송, 다른 정치 인플루언서의 코멘트 같은 경로를 통해 아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는 아는 내용이고, 내용은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고, 그럼 굳이 읽지 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작가의 '유럽도시기행' 같은 책에서도 정치의식이 드러나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접하는 정치 현실이 담긴 책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출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 시대를 선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의 신간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시리즈 3권도 드디어 읽었다. 반납을 했다는 알림문자에 바로 갔을 때는 책이 없더니 하루이틀 후에 가니 책이 있다. 어떤 상황이려나. 이 책 시리즈는 내가 본 책 중에 만화책을 제외하면 가장 빨리 읽은 책이자 시리즈일 거다. 고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대여한 '레 미제라블'은 작은 글자로 1,000페이지 정도씩 두 권으로 되어있어서, 재밌게 읽으면서도 시간은 꽤 걸렸던 생각이 난다. 김부장 시리즈는 점심시간 1번 퇴근시간 2번만에 읽고 내일 반납 예정. 빨리 읽는 맛(?)도 있다. 송과장은 아마도 저자 송희구 본인 경험과 현실과 지향점이 섞인 인물이겠지? 읽고 나니 특이하긴 특이하다. 김부장 정대리 권사원 송과장으로 이어지는 직장인 블루스 연작인가 싶다가도 3권..
최근에 뜻하지 않은 헤어스타일 변화가 있었다. 거울을 보다가 원상태로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러다가 문득, 글 끝에 ctrl+z를 적던 친구가 생각났다.(한글로 '컨트롤+z'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ctrl+z가 '되돌리기' 단축키로만 쓰이지만, 그땐 아마도 PC통신 터미널에서 글을 쓰다가 누르는 글쓰기 완료 단축키 였던 것 같다. 아무튼 남들은 뜻도 잘 모르는 말꼬리를 항상 쓰던 그 친구는 누군가와 짝사랑 중이었다. 그 친구의 짝사랑에 나도 조금은 (이야기 들어주기, 그런 행동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북돋아주기 등으로) 일조한 끝에, 그 친구는 짝사랑에 성공해서 결혼을 했다. 그 친구가 다니던 회사에 알바 자리가 생겼을 때 나를 불렀던 것도 근무중 연애상담 때문이었다. (이제야 밝힌다 은주야..

플레인으로는 홀케이크(4.4만정도), 미니(1.2만)으로만 판매해서 레몬치즈케이크로 사왔다. 같은 이름으로 가게가 더 있는 걸 보니 프랜차이즈인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지점이 꽤 많은 프차다. 크림이 올려진 부분은 맛도 질감도 연해져있고 가장자리 부분은 꾸덕함을 조금 넘겨서 살짝 건조한 느낌. 원래 재료비가 높은 메뉴인데 직접 굽지 않고 본사에서 받아오니 가성비가 나오긴 힘든 방식일 거다. 안그래도 목이 좋지 않은지 가게들이 오래 못버티는 곳에 생긴 가게인데 이곳도 오래는 못 갈 것 같은 안타까운 느낌..

해장국이 제주도의 대표 음식 중 하나가 된 이유가 뭘까. 제주 사람들은 해장할 일이 많았을까? 제주는 소보다는 돼지가 유명한데 해장국은 소 선지와 내장이 위주다. 언뜻 이해는 되지 않는다. 이날 나는 해장국을 먹기 위해 전날 소맥과 백주를 마신 것일까? 접시에 담아 나온 부추를 수북히 국물 깊숙히 쑤셔넣고 부추의 풀이 죽는 동안 열심히 건더기를 건져 먹었다. 양념장은 익숙한 고추기름 베이스가 아닌 담백하고 매운 소스였다. 식사에 국물이 꼭 필요한 입맛은 아니지만 국물이 꼭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함께 해준 국물이 지금도 고맙고 그립다. 산방산 근처 강풍해장국의 내장탕이다. 밀크쉐이크를 늘 그리워하는 나란 사람... 제주에 가면 평소 자제하는 메뉴를 마음껏 고른다. 우선 쉐이크를 급하게 마..

정확한 제목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2, 정대리 권사원 편"이다. 지난 번에 읽은 김부장 1편(https://thezine.tistory.com/m/593)에 이어서 3권까지 나와있다. 지난번에는 김부장은 그 나이대&세대의 평범하게 비루한 인물이었고, 이번에는 대리, 사원급의 나이와 관점에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사회 초년생 인물의 이야기다. 두툼한 하드커버 표지에, 큰 글씨에 넓은 줄간격에 자주 나오는 간지(interleaf, 間紙)에, 분량으로 따지면 꽤나 양이 적은 책이다. 신국판(152×225mm)으로 나오는 책들의 보통 글씨, 보통 줄간격이었으면 세 권 합쳐서 한 권 정도로 나왔을 것 같다. 그래도 뭔가 트렌드에 맞아서 잘 팔리는 책일 텐데 그래도 너무 날로 먹는 분량이라는 생각..

자연보호를 위해 하루 300명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도착하니 입구 사무소에서 직원 아주머니가 나오셔서는 "김용욱씨?" 물으신다. 혼자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입산 서명록 같은 종이를 힐끗 보니 목록에 이름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걷다 보니 좀 단조롭다. 크게 힘들지 않고 산책하기 좋다. 이 깊고 깊은 산속에 집터가 있다. 해도 별로 들지 않는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간 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해도 늦게 뜨고 일찍 지면 칠흙같은 긴 어둠이 지긋지긋하지 않았을까? 말할 수 없이 고독하지 않았을까? 멀리 외출 나간 가족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지 않았을까? 깊고 어두운 산속에서 정주定住의 흔적을 마주하니 한없고 지독한 고독의 감상이 밀려온다. 시험림이라는 곳은 다양한 식물의 식생 변화를 ..

대만의 식민지 역사 부분을 읽고 있는데 대만에도 나름의 식민저항운동이 있었다는 점을 새롭게 알았다. 여전히 조선의 독립 의지나 저항운동과는 많이 다르지만. 한편 당시 문학계의 상황을 다루는 부분에서 '일본어 문학 황금기'라거나, 식민 해방 이후 일본어 사용 작가들이 '말을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에는 맞지 않는 표현도 보았다. 대만의 전반적인 식민제국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긍정적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껏 접한 간접적인 인상 정도 수준에서는 맞는 말 같다.) 나는 "대만은 청일전쟁이 뭔지 겪지도 못했는데 그 결과로 조국의 버림(?)을 받은 상황이었고, 조선은 온 백성이 내 나라의 주권강탈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명확했기에 일제를 대하는 마음가..

중2병 초기 증세(?)를 보이는 가족구성원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청소년기의 감정변화나 심리 관련 책을 몇 권 찾아봤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인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한 어투로, 코믹한 삽화와 함께 쉽게 설명한다. 스트레스나 우울감 같은 부정적이고 피괴적인 감정은 막상 닥쳤을 때 본인의 감정상태가 어떤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본인 감정상태의 본질을 정의하지 못하고 짜증, 무기력, 분노, 자책, 충동적 행동 같은 표면적인 증상만 인식하는 식으로 말이다. (줏어들은 지식으론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가 무기력인데 본인들은 우울증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원인을 모르니 해결책-우울증 진단과 치료-도 못찾는 경우가 있다고 함.)..

제목도, 문체도 '와 진짜 슬렁슬렁 썼다' 싶은 책이다. 처음에 저자가 김부장 캐릭터와 스토리가 떠오르자마자 1박2일 만에 다 썼을 것 같은 단순하고 편한 어투로, 김부장의 상황을 엿보면서 단순히 전달만 하듯 쉬운 문체다. 그래서 회사에서 점심시간 3번 만에 다 읽었다. 점심시간에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런건 처음. 내용은 평범한 대기업을 다니는 김부장이 평범한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회사에 잘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는 인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소설치곤 너무 간단하지만 개인에겐 절실할 수 있는) 통찰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되게 쉽게 썼구나 싶으면서도 순간순간 다가오는 장면들이 있다. 분량도 적고 워낙 쉽게 읽히다 보니 몇 안되는 짧은 인상깊은 장면만으로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 것 같다.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