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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ZINE
최근에 뜻하지 않은 헤어스타일 변화가 있었다. 거울을 보다가 원상태로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러다가 문득, 글 끝에 ctrl+z를 적던 친구가 생각났다.(한글로 '컨트롤+z'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ctrl+z가 '되돌리기' 단축키로만 쓰이지만, 그땐 아마도 PC통신 터미널에서 글을 쓰다가 누르는 글쓰기 완료 단축키 였던 것 같다. 아무튼 남들은 뜻도 잘 모르는 말꼬리를 항상 쓰던 그 친구는 누군가와 짝사랑 중이었다. 그 친구의 짝사랑에 나도 조금은 (이야기 들어주기, 그런 행동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북돋아주기 등으로) 일조한 끝에, 그 친구는 짝사랑에 성공해서 결혼을 했다. 그 친구가 다니던 회사에 알바 자리가 생겼을 때 나를 불렀던 것도 근무중 연애상담 때문이었다. (이제야 밝힌다 은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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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으로는 홀케이크(4.4만정도), 미니(1.2만)으로만 판매해서 레몬치즈케이크로 사왔다. 같은 이름으로 가게가 더 있는 걸 보니 프랜차이즈인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지점이 꽤 많은 프차다. 크림이 올려진 부분은 맛도 질감도 연해져있고 가장자리 부분은 꾸덕함을 조금 넘겨서 살짝 건조한 느낌. 원래 재료비가 높은 메뉴인데 직접 굽지 않고 본사에서 받아오니 가성비가 나오긴 힘든 방식일 거다. 안그래도 목이 좋지 않은지 가게들이 오래 못버티는 곳에 생긴 가게인데 이곳도 오래는 못 갈 것 같은 안타까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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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이 제주도의 대표 음식 중 하나가 된 이유가 뭘까. 제주 사람들은 해장할 일이 많았을까? 제주는 소보다는 돼지가 유명한데 해장국은 소 선지와 내장이 위주다. 언뜻 이해는 되지 않는다. 이날 나는 해장국을 먹기 위해 전날 소맥과 백주를 마신 것일까? 접시에 담아 나온 부추를 수북히 국물 깊숙히 쑤셔넣고 부추의 풀이 죽는 동안 열심히 건더기를 건져 먹었다. 양념장은 익숙한 고추기름 베이스가 아닌 담백하고 매운 소스였다. 식사에 국물이 꼭 필요한 입맛은 아니지만 국물이 꼭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함께 해준 국물이 지금도 고맙고 그립다. 산방산 근처 강풍해장국의 내장탕이다. 밀크쉐이크를 늘 그리워하는 나란 사람... 제주에 가면 평소 자제하는 메뉴를 마음껏 고른다. 우선 쉐이크를 급하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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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제목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2, 정대리 권사원 편"이다. 지난 번에 읽은 김부장 1편(https://thezine.tistory.com/m/593)에 이어서 3권까지 나와있다. 지난번에는 김부장은 그 나이대&세대의 평범하게 비루한 인물이었고, 이번에는 대리, 사원급의 나이와 관점에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사회 초년생 인물의 이야기다. 두툼한 하드커버 표지에, 큰 글씨에 넓은 줄간격에 자주 나오는 간지(interleaf, 間紙)에, 분량으로 따지면 꽤나 양이 적은 책이다. 신국판(152×225mm)으로 나오는 책들의 보통 글씨, 보통 줄간격이었으면 세 권 합쳐서 한 권 정도로 나왔을 것 같다. 그래도 뭔가 트렌드에 맞아서 잘 팔리는 책일 텐데 그래도 너무 날로 먹는 분량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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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를 위해 하루 300명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도착하니 입구 사무소에서 직원 아주머니가 나오셔서는 "김용욱씨?" 물으신다. 혼자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입산 서명록 같은 종이를 힐끗 보니 목록에 이름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걷다 보니 좀 단조롭다. 크게 힘들지 않고 산책하기 좋다. 이 깊고 깊은 산속에 집터가 있다. 해도 별로 들지 않는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간 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해도 늦게 뜨고 일찍 지면 칠흙같은 긴 어둠이 지긋지긋하지 않았을까? 말할 수 없이 고독하지 않았을까? 멀리 외출 나간 가족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지 않았을까? 깊고 어두운 산속에서 정주定住의 흔적을 마주하니 한없고 지독한 고독의 감상이 밀려온다. 시험림이라는 곳은 다양한 식물의 식생 변화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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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식민지 역사 부분을 읽고 있는데 대만에도 나름의 식민저항운동이 있었다는 점을 새롭게 알았다. 여전히 조선의 독립 의지나 저항운동과는 많이 다르지만. 한편 당시 문학계의 상황을 다루는 부분에서 '일본어 문학 황금기'라거나, 식민 해방 이후 일본어 사용 작가들이 '말을 잃어버린 세대가 되었다'는, 한국인의 정신세계에는 맞지 않는 표현도 보았다. 대만의 전반적인 식민제국에 대한 인식이 한국보다 긍정적이라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객관적인 자료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제껏 접한 간접적인 인상 정도 수준에서는 맞는 말 같다.) 나는 "대만은 청일전쟁이 뭔지 겪지도 못했는데 그 결과로 조국의 버림(?)을 받은 상황이었고, 조선은 온 백성이 내 나라의 주권강탈이라는 공통된 인식이 명확했기에 일제를 대하는 마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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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초기 증세(?)를 보이는 가족구성원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청소년기의 감정변화나 심리 관련 책을 몇 권 찾아봤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인데 청소년을 대상으로 편한 어투로, 코믹한 삽화와 함께 쉽게 설명한다. 스트레스나 우울감 같은 부정적이고 피괴적인 감정은 막상 닥쳤을 때 본인의 감정상태가 어떤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본인 감정상태의 본질을 정의하지 못하고 짜증, 무기력, 분노, 자책, 충동적 행동 같은 표면적인 증상만 인식하는 식으로 말이다. (줏어들은 지식으론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세가 무기력인데 본인들은 우울증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원인을 모르니 해결책-우울증 진단과 치료-도 못찾는 경우가 있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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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문체도 '와 진짜 슬렁슬렁 썼다' 싶은 책이다. 처음에 저자가 김부장 캐릭터와 스토리가 떠오르자마자 1박2일 만에 다 썼을 것 같은 단순하고 편한 어투로, 김부장의 상황을 엿보면서 단순히 전달만 하듯 쉬운 문체다. 그래서 회사에서 점심시간 3번 만에 다 읽었다. 점심시간에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런건 처음. 내용은 평범한 대기업을 다니는 김부장이 평범한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회사에 잘리고 그 과정에서 깨닫는 인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소설치곤 너무 간단하지만 개인에겐 절실할 수 있는) 통찰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되게 쉽게 썼구나 싶으면서도 순간순간 다가오는 장면들이 있다. 분량도 적고 워낙 쉽게 읽히다 보니 몇 안되는 짧은 인상깊은 장면만으로도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든 것 같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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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 때문에 앞이 안보여서 밑에 깔린 화살표만 보고 티샷을 한다. . 앞이 안보이는 안개를 보니 영화 미스트 생각이 자동으로 난다. 결말을 보고 '이게 뭐지? 별로다...' 정도의 담담한 감상이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은 '이게 뭐야!! 허무하고 황당하고 이상해!!' 같은 (글로 써놓으면 내가 받은 느낌과 거의 동일한데 느낌표로만 차이를 표현할 수 있는) 감상을 느꼈던 것 같다. 오래 오래 전에도 안개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회사 동료들과 티샷을 했던 적이 있다. 그 땐 11월 찬 공기 때문에 안개가 심했다. 그 땐 화살표 대신 안개 저 편으로 불빛이 느리게 깜빡였다. 고민할 것 없이 그 불빛 방향으로 치면 됐다. 그 때나 오늘이나 생각보다 공은 잘 찾아진다. 보이는 게 없으니 과한 힘을 빼고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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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근대화의 길을 걷고부터 국가의 전폭적인 후원 하에 엘리트를 양성하는 고등 교육기관을 세웠다. 주요 거점 지역을 대표하는 구제고등학교는 제1고 제2고 같은 번호로 이름 붙여졌고 오늘 날의 고등학교 학제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의 고3~대학1, 2학년 정도로 대학의 예과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교육기관으로 제국대학이 설립되었다. 초기 구제고등학교의 정원은 제국대학의 정원과 비슷해서 구제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제국대학 입학이 보장되었는데 다만 그 안에서도 동경제국대학은 '동대'라 불리고 제국대학 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몰렸다고 한다. 입학시험은 주로 어문학, 외국어, 글쓰기가 전부였던것같다. 당시 한국에는 경성제대, 일본에는 도쿄, 교토, 홋카이도, 오사카, 도호쿠, 나고야, 큐슈 7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