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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소 고르는 책이 월 4~6권인데 보통은 내가 고른 책만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땡기는 책이 별로 없었던 달도 있고, 가끔은 드물게 내가 선택해놓고 막상 펼쳐보니 맞지 않는 책이라서 마저 읽지 않고 덮은 책도 있기에 두세달 이상 길게 보면 내가 고른 책 수 = 내가 읽은 책 수가 되는 편이다. 회사 도서관에 신간 코너, 정확히 말하면 새로 입고된 신청 도서들이 꽂히는 공간이 있다. 오래된 책을 신청할 수도 있으니 신규 입고 코너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많은 책이 꽂혀있진 않지만 서점에 온 양 어떤 책들이 있나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그 중에 '왜 못잘까', '슬기로운 수면생활'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어쩌면 나와 비슷하게, 잠생활이 과히 편치 못한 동료 누군가가 함께 신청한 도서가 아닐까, 라는..

Dies Irae는 원래 '진노의 날'인데, 승무원들이라면 사건사고가 많은 비행을 '이레'(irregular한 상황)가 많다고 하니 Dies Irre도 말이 될 것이고, 어제 오늘 천재지변에 가깝게 비가 많이 온 상황을 가리킬 수도 있겠다. 오늘 아침에 버스가 늦어지고 평소보다 미어터지고 출근시간이 길어지고 하는 상황을 보니 문득 사회생활 시작하던 시절에 비 많이 오는 날이면 경험했던 짜증나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오늘은 그냥 마음에 여유가 있었지만, 그 시절 나는 이런 날이면 더 걸리는 시간, 인파로 부대끼는 불편함, 신발과 옷이 젖는 불쾌함, 우산을 접지 않고 타는 이들의 무신경함 등등이 겹쳐서 억울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지금도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1년에 몇 번 정도는 겪음직한 상황과, 기분..

동네에 원래 있던 수제버거집 바로 옆에 또 버거집이 생겼다. 매번 그냥 지나치다 이번에 가봤다. 큰 상권도 아닌데 바로 옆에 오픈한 이유는 아직도 궁금. 빅오리지널이 와퍼같이 큰 사이즈인가 했는데 그냥 기본 버거인 것 같다. 더블 패티는 없고 무게 추가는 가능해서 조금 추가해봤다. 수제맥주를 같이 파는 점이 특이하다. 냉동패티가 아니면 수제버거라고 봐야할지, 프랜차이즈 버거도 수제라고 봐야하나 기준이 뭘까 혼자 수제버거의 정의를 고민해봤다. 카라멜라이즈된 양파(이 말은 한국어로 번역된 말이 없을까 문득 궁금하다)가 약간 들어있고 패티는 육향이 느껴진다. 양파는 좀 더 들었으면 어떨까 싶은데 많다고 무조건 좋은건 아닐 수도 있어서 아쉽다기보단 궁금함 정도. 번은 살짝 불판에 구워서 버터나 오일이 묻었으면 ..

옛날부터 유시민 작가의 책을 종종 읽어왔지만, 한 번은 출판 기념 강연에 가서 사인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은 헐레벌떡 반가움에 읽고 보는 책은 아니다. 정치 고관여층에 속하는 사람으로서는 유시민 작가의 정치 관련 저작을 읽자면 이미 부분적으로 유튜브, 방송, 다른 정치 인플루언서의 코멘트 같은 경로를 통해 아는 내용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으로 피로해지는 경우가 있다. 어느 정도는 아는 내용이고, 내용은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고, 그럼 굳이 읽지 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작가의 '유럽도시기행' 같은 책에서도 정치의식이 드러나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접하는 정치 현실이 담긴 책에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출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 시대를 선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의 신간에..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시리즈 3권도 드디어 읽었다. 반납을 했다는 알림문자에 바로 갔을 때는 책이 없더니 하루이틀 후에 가니 책이 있다. 어떤 상황이려나. 이 책 시리즈는 내가 본 책 중에 만화책을 제외하면 가장 빨리 읽은 책이자 시리즈일 거다. 고등학생 때 학교 도서관에서 대여한 '레 미제라블'은 작은 글자로 1,000페이지 정도씩 두 권으로 되어있어서, 재밌게 읽으면서도 시간은 꽤 걸렸던 생각이 난다. 김부장 시리즈는 점심시간 1번 퇴근시간 2번만에 읽고 내일 반납 예정. 빨리 읽는 맛(?)도 있다. 송과장은 아마도 저자 송희구 본인 경험과 현실과 지향점이 섞인 인물이겠지? 읽고 나니 특이하긴 특이하다. 김부장 정대리 권사원 송과장으로 이어지는 직장인 블루스 연작인가 싶다가도 3권..
최근에 뜻하지 않은 헤어스타일 변화가 있었다. 거울을 보다가 원상태로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그러다가 문득, 글 끝에 ctrl+z를 적던 친구가 생각났다.(한글로 '컨트롤+z'였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ctrl+z가 '되돌리기' 단축키로만 쓰이지만, 그땐 아마도 PC통신 터미널에서 글을 쓰다가 누르는 글쓰기 완료 단축키 였던 것 같다. 아무튼 남들은 뜻도 잘 모르는 말꼬리를 항상 쓰던 그 친구는 누군가와 짝사랑 중이었다. 그 친구의 짝사랑에 나도 조금은 (이야기 들어주기, 그런 행동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북돋아주기 등으로) 일조한 끝에, 그 친구는 짝사랑에 성공해서 결혼을 했다. 그 친구가 다니던 회사에 알바 자리가 생겼을 때 나를 불렀던 것도 근무중 연애상담 때문이었다. (이제야 밝힌다 은주야..

플레인으로는 홀케이크(4.4만정도), 미니(1.2만)으로만 판매해서 레몬치즈케이크로 사왔다. 같은 이름으로 가게가 더 있는 걸 보니 프랜차이즈인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지점이 꽤 많은 프차다. 크림이 올려진 부분은 맛도 질감도 연해져있고 가장자리 부분은 꾸덕함을 조금 넘겨서 살짝 건조한 느낌. 원래 재료비가 높은 메뉴인데 직접 굽지 않고 본사에서 받아오니 가성비가 나오긴 힘든 방식일 거다. 안그래도 목이 좋지 않은지 가게들이 오래 못버티는 곳에 생긴 가게인데 이곳도 오래는 못 갈 것 같은 안타까운 느낌..

해장국이 제주도의 대표 음식 중 하나가 된 이유가 뭘까. 제주 사람들은 해장할 일이 많았을까? 제주는 소보다는 돼지가 유명한데 해장국은 소 선지와 내장이 위주다. 언뜻 이해는 되지 않는다. 이날 나는 해장국을 먹기 위해 전날 소맥과 백주를 마신 것일까? 접시에 담아 나온 부추를 수북히 국물 깊숙히 쑤셔넣고 부추의 풀이 죽는 동안 열심히 건더기를 건져 먹었다. 양념장은 익숙한 고추기름 베이스가 아닌 담백하고 매운 소스였다. 식사에 국물이 꼭 필요한 입맛은 아니지만 국물이 꼭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적절한 타이밍에 함께 해준 국물이 지금도 고맙고 그립다. 산방산 근처 강풍해장국의 내장탕이다. 밀크쉐이크를 늘 그리워하는 나란 사람... 제주에 가면 평소 자제하는 메뉴를 마음껏 고른다. 우선 쉐이크를 급하게 마..

정확한 제목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2, 정대리 권사원 편"이다. 지난 번에 읽은 김부장 1편(https://thezine.tistory.com/m/593)에 이어서 3권까지 나와있다. 지난번에는 김부장은 그 나이대&세대의 평범하게 비루한 인물이었고, 이번에는 대리, 사원급의 나이와 관점에서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사회 초년생 인물의 이야기다. 두툼한 하드커버 표지에, 큰 글씨에 넓은 줄간격에 자주 나오는 간지(interleaf, 間紙)에, 분량으로 따지면 꽤나 양이 적은 책이다. 신국판(152×225mm)으로 나오는 책들의 보통 글씨, 보통 줄간격이었으면 세 권 합쳐서 한 권 정도로 나왔을 것 같다. 그래도 뭔가 트렌드에 맞아서 잘 팔리는 책일 텐데 그래도 너무 날로 먹는 분량이라는 생각..

자연보호를 위해 하루 300명까지만 예약을 받는다. 도착하니 입구 사무소에서 직원 아주머니가 나오셔서는 "김용욱씨?" 물으신다. 혼자 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입산 서명록 같은 종이를 힐끗 보니 목록에 이름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다. 걷다 보니 좀 단조롭다. 크게 힘들지 않고 산책하기 좋다. 이 깊고 깊은 산속에 집터가 있다. 해도 별로 들지 않는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간 그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해도 늦게 뜨고 일찍 지면 칠흙같은 긴 어둠이 지긋지긋하지 않았을까? 말할 수 없이 고독하지 않았을까? 멀리 외출 나간 가족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지 않았을까? 깊고 어두운 산속에서 정주定住의 흔적을 마주하니 한없고 지독한 고독의 감상이 밀려온다. 시험림이라는 곳은 다양한 식물의 식생 변화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