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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특징을 묘사하는 글 중에는 200자 원고지에 면도칼로 직접 깎은 연필을 열 개쯤 준비한 후에야 글을 쓴다던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젠 핸드폰으로 단문을 생산해야 하는 환경에서 원고지 몇 천 장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너무 오래 전 이야기이고, 지금처럼 컴퓨터 키보드를 꾹꾹 눌러 쓰는 것 정도로도 복고 감성을 느끼는 시대가 되었다. 가끔 귀찮은 이유로 핸드폰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곤 한다. 어차피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기에, 사진이 필요한 대부분의 글에서 어차피 핸드폰을 써야 한다. 핸드폰으로 제목 정도만 쓰고 일단 사진부터 모두 업로드한 다음에 컴퓨터에서 글을 쓰기도 한다. 어찌됐든 핸드폰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디카로 사진을 찍고, 카메라를 노..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아주 오래전은 아니고 대선 낙선 이후 한창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할 때쯤부터인 것 같다.),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그리고 퇴임 이후 SNS계정에 책을 소개하는 느낌으로 쓴 글을 모은 듯 하다. 애초에 일기장 끄적이듯 남긴 글이 아니고 대중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어서, 정치 활동을 한창 할 때와 겹치는 것이 당연하겠다. 책 곳곳에서 우리나라의 영세한 출판 시장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괜찮은 책들을 나라도 소개해서 약간이라도 판매가 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나온다. SNS에 짧게 책을 소개하고 감상을 덧붙이는 정도의 글이라서 꼭지 하나 하나가 길이가 길지 않고 쉽게 넘어간다. 내 취향에 괜찮다 싶은 책들은 소개 글들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분량으로는 퇴임 ..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시리즈를 쓴 저자의 책이 있길래 그 세 권을 읽어보았으니 이 책도 읽어보자는 생각으로 집어들었다. 1쇄로 끝나는 책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던데 십 몇 쇄까지 인쇄가 될 정도로 '베스트셀러' 서가에 놓여진 경력이 있는 책, 저자인가보다. 고등학교 친구 사이였던 대기업 직원과 건설사 사장의 이야기에서 그 둘의 아들들의 사업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다양한 사업 철학, 재테크 철학을 줄줄 읊는다. 고등학생이나 대학교 1학년 때 관련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사전 지식이 없는 이 바닥(?) 초보에게 적합한 책이다. 내 나이에 읽기에는 솔직히 너무 유치해서 딱히 추천은 못하겠다. ㅡㅡ;;

겉절이도 아닌, 보통 김치보다는 단맛이 살짝 묻어나는 김치맛이 특이했다. 비싼 가격은 그냥 그러려니 싶다. 고소하고 진한 국물은 맛이 좋긴 한데 잘 만든 시판 제품도 이 정도 맛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기본 콩국수는 좋은 콩만 쓰면 차별화가 어려운 메뉴가 아닌가. 나에게 최고의 콩국수는 제주도 조천에서 먹었던 콩국수였는데, 땅콩이나 뭔가 부재료가 곁들여진 것 아닐까 싶다. 취향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가미 여부보단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맛은 조천이 더 좋았다. 콩물은 순수하게 콩만으로 맛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진주회관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진주회관은 기본 간은 되어있고 따로 달라고 해야 소금이나 설탕을 준다고 하는데, 내 입맛에는 진주집보다도 슴슴한 느낌이었다. 원래 슴슴한 간에 김..

어쩌다 보니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의 서평(https://thezine.tistory.com/577) 이후 강상중 교수의 책을 다섯 번째로 독후감 겸 서평을 쓰게 됐다. 작가는 재일교포라서 일본어가 더 익숙한 사람이고, 그래서 내가 읽은 책들은 모두 일본어로 쓴 책을 번역한 책인데, 느낌은 원래 한국어로 쓴 책인 것처럼 문체의 느낌이 대체로 비슷하다. 번역자가 그때 그때 다른데도 그런 것은 번역을 잘 한 것인지, 작가의 문체의 특성 덕분인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변화의 시기가 오면, 그 변화의 시기를 가장 먼저 접하고 파도에 올라타는 사람이 있고, 그 변화가 이미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위에 나오는 '마지막 사람들'은 나쓰메 소세키가 겪었던 메이지 유신이라..

방송작가인 저자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며, 여행지에 연관된 소설이나 간단한 역사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언급하며, 소설 이야기와 함께, 소설 속 '구보씨'가 거닐었던 시청, 소공동 길거리의 옛날 명소를 소개하고, 거기에 얽힌 감상과 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아이가 느꼈으면 하는 그 장소만의 감정, 느낌들을 담고 있다. 책 뒤표지에 실린 추천사에 '역사 연구에 답사는 꼭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다. 초중고 12년 동안 짧막하게 반복되게 들어서 누구나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하는 것들도, 이젠 흔적이 많이 남지 않았더라도 현장에 서서 볼 때 느껴지는 현실감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평소 잠들어있던 것 같은 감정과 지식의 감각들이 깨어나고 새로..

지난 번에 자마버거에 다녀온 글을 쓰면서(https://thezine.tistory.com/604) 수제버거의 기준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대량생산한 패티가 아닌, 고기를 갈아 손으로 경단 빚듯이 빚어 만든 패티를 구우면 되는 걸까, 수제와 다름 없는 대량 생산 패티라면 되는 걸까, 프랜차이즈도 포함될까, 아니면 독립매장이어야 수제버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었다. 이번에 간 곳도 프랜차이즈 버거집이다. 인터넷 후기를 보니 메뉴판에 중국어가 눈에 띄게 크게 적혀있어서 혹시 중국 회사인가 했는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본사 홈페이지에는 매장이 70개가 넘는다고 나온다. (진짜 괜찮은 사업은 인기 프랜차이즈 매장 내는 게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 사업인 것 같다.) 처음 가는 햄버거집에서는 ..
나이가 들수록 체력과 함께 주량도, 회복탄성도 점점 내리막을 걷는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는데, 문득 늙어가고 있다는 것이 아쉽다. 취하도록 마시는 것은 노화를 촉진하는 행위이지만 아직 남은 젊음을 확인하는 반항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