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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예술평

[서평] 중국근현대사

thezine 2008. 4. 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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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근현대사' 표지


 책을 고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신문에서 추천 기사를 읽고 고를 때도 있고 서점에서 무작위로 들춰보다 고르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키워드 무작정 검색하기'라는 방법. 역사에 대해, 특히 중국, 한국, 일본, 대만 같은 인접 국가의 역사에 궁금함이 생겼던 어느날 역사, 중국... 같은 키워드로 책을 고르다 찾아낸 책이다.

 위에 책 표지 사진을 보면 저자의 이름이 한자 4개로 된 이름이다. 얼핏 봐도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하는 이름은 아니다. 우리나라 이름은 중국식으로 3글자 이름이니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라는 말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코지마 신지(小島普治), 마루야마 마츠유끼(丸山松幸)라는 사람들이고 중국 역사를 전공한 도쿄대학의 교양학부 교수들이다. 86년에 처음 출판된 책이고 우리나라에는 98년에야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번역자는 박원호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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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처럼 이 책은 중국의 근대사를 다루고 있다. 이해하기 쉽게 숫자로 표현하자면 1840년대부터 1984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근대'라는 것은 원래 봉건사회의 다음 단계, 현대의 전단계를 말한다고 한다. 공동체와 구분되는 '나'라는 개인의식, 개인존중 사상이 생겨나는 시기라고도 하고 자본주의가 형성되거나 시민사회가 성립되는 시기를 뜻하기도 한다.

 위에 말한 '근대'라는 설명이 백과사전류의 지식에서 설명해주는 '근대'의 정의이건만 이 책의 제목에 쓰인 '근현대'는 이와는 약간 다른 뜻이다. 그저 '현대=현재와 연속성을 가진 시대'라는 기계적인 정의를 내려서 그 앞의 일단의 시기를 가리키는 뜻으로 쓰였다.

 저자는 중국의 근대를 청나라에 망조가 들기 시작한 아편전쟁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쓰고 있다. 청나라 왕조가 이미 그 전부터 나라를 말아 잡숫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시대가 바뀐 건 아편전쟁 때문에 본의 아니게 대문을 열어젖힌 시기라는 말이다.

 드나드는 문이 여러 개였던 대저택에 아편전쟁으로 그 문 몇 개가 걸레처럼 뜯겨 나가고 양놈과 왜놈들이 슬슬 침범해 들어오면서 중국의 근대가 시작한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이 마침내 중국의 패권을 장악하고 등소평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는 단계까지다. 그냥 근대라고 하면 애매하니까 '근현대'라고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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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었던 중국의 역사 관련 책들

 전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국어를 공부했다는 사람으로서 중국의 역사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가장 먼저 '신중국사'라는 책을 읽었다. 서양에서 중국 역사 전문가로는 한 때 '짱 먹었던' 학자다. 하버드인가 예일인가 하는 학교의 교수였다. 그래서 '신중국사'는 아래 나오는 '중국의 붉은별'과 함께 손꼽히는 유명한 책이다. 이 두 책은 모두 오래된 책이지만 중국 역사를 읽을 때 한 번은 봐야될 책들인 것 같다. (봐야될 책들이라고 썼다가, 그만큼은 자신이 없어서 고쳤다.)

 '중국의 붉은 별'은 일반적인 역사책이 아니고 중국공산당의 성립 초기의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에드가 스노우'라는 사람이 때로는 기자처럼, 때로는 다큐멘터리 작가처럼, 때로는 인물 평전 작가처럼 공산당과 모택동이라는 인물을 바라보며 기록하고 묘사한 결과물이다. 대체로 공산당과 모택동에 우호적인 내용이라서 그런지 상해의 큰 서점에서 중국어판을 볼 수 있었다. '귀여니'류의 소설보다는 구석이지만 인문 서적 중에선 나름 괜찮은 자리에서 말이다.

 '현대중국경제'는 역사책은 아니지만 개혁개방 이후의 중국의 개혁조치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딱 봐도 재미가 없어보이는 제목인데 내가 어떻게 끝까지 읽었는지, 내용이 어째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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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도 중국에 대한 책들을 잡식성으로 몇 권 읽다보니 중국의 역사라는 그림이 대충 그려진다.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그 그림이 더 선명해진다. (어쩌면 책을 읽고 나면 그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리기 때문에 늘 '최근에 읽은 책은 인상이 깊은' 건지도 모르겠다.)


  원래는 이 책의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라도 묘사를 하려고 했는데 줄이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부정확하게 이해한 부분이 있으면 '요약'이 완전 어긋나버릴 수 있어서 요약은 관두고 극단적으로 압축해서 한 문단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청나라에 망조가 들고 외세가 침략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청나라는 망했다. 국내에서는 군벌이 설치고 먹고 살기 힘든 농민들의 봉기가 이어져 나라는 극도로 혼란했다. 이 중에 국민당과 공산당이 대립하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며 '중화민국'을 세웠다. 결국 노력 끝에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중국에서 외세들이 물러갔다. 국민당은 공산당에 져서 대만으로 도망갔다. 공산당은 막상 지들끼리 놔두니까 권력다툼을 하다가 대약진운동이니 문화대혁명이니 하는 엄청난 삽질을 했다. 모택동이 죽고 등소평이 권력을 잡은 후 개혁개방을 펼쳐 지금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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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옛날 지폐(제일 위)와 현재의 지폐들. 현재 돈은 모두 모택동으로 통일.


 3-4줄짜리 문단으로는 도저히 안되서 좀 긴 문단으로 요약했다. 그것도 좀 아쉬워서 하나 덧붙이자면 '모택동'은 공산당 초창기에는 훌륭한 혁명가로 활약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공산당 내부의 권력다툼에서 자신의 판단을 맹신하고 반대파는 모두 숙청했으며 대약진운동으로 수 천만명을 굶어죽게 하고 중국의 인재의 씨를 말린 문화대혁명까지 벌였다.

 열강이 침략해오는 와중에도 해군의 전비를 유용해 개인을 위한 정원을 만들었다는 희대의 'BITCH'인 서태후만큼은 아니겠지만 상당히 큰 과오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모든 인민폐에 모택동의 초상화가 들어갔고 현재에도 천안문에 모택동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걸 보면 중국 공산당에게는 아직도 모택동은 절대적인 존재인 것 같다. 시신에 방부처리가 되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는 왕년의 공산당 지도자는 모택동 뿐이다. 준 종교적인 수준이다. 현대 중국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들에 대한 지지를 통해 현재 중국을 통치하는 공산당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때문인 것 같다.

 모택동은 중국의 패권을 장악한 이후 그런 커다란 실책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더 위대한 사람으로 기록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모택동은 스스로 좌파주의를 내세웠지만 권력을 잡은 후에는 스스로 권력이 됨으로써 '반우파'를 빌미로 '개혁, 발전, 변화'를 공격하는 보수주의자가 되버렸다.

 다행히도 모택동 사후에도 권력층이 모택동 사상을 표방하고 있고, 그는 아직도 중국의 지도자로 기려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중국 내부에서도 모택동의 실책이 지금보다는 더 조명을 받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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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중국의 학교 교과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중국의 어린 학생들이 읽고 배우는 역사책을 구해서 보고 싶다. 외국인이 써서 외국인이 읽는 중국의 근현대사와 중국인이 써서 중국인이 배우는 근현대사는 어떻게 다를까? 왜 중국에 살 때 중국의 학생 교과서를 들춰볼 생각을 못했나 아쉽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일본의 학자들의 책을 번역한 책이라는 점. 이 책의 저자들은 일본의 침략의 역사를 늘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 일본의 독자들이 일본의 침략의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책이다. 물론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고, 실제로 중국인들의 항일 활동에 조선의 청년들이 일부 참가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국경을 맞대고 역사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던 중국에 대해 한국인의 시각에서 쓴 역사책을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내가 많은 책을 읽어보진 못했고 제목조차 들어보지 못한 좋은 책도 많을 것이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중국 근현대사를 정리한 좋은 책이 있을지 찾아봐야겠다.

 (중국, 일본처럼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였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제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이 쓴 좋은 책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특히 일본처럼 책 만드는 데 집착하는 나라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