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ZINE

일본여행-Osaka day#3+4, part#2: 오사카의 마지막 밤 본문

여행-가출일기

일본여행-Osaka day#3+4, part#2: 오사카의 마지막 밤

thezine 2007. 3. 9. 13:12
혹시 순서를 챙겨서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제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다.

첫편: 오사카 도착 -> 숙소에 짐풀기 -> 오사카 시내 저녁 나들이&술 한잔
둘째: 아침에 쿄토로 이동 -> 숙소에 짐 풀고 -> 몇 군데 구경하고 저녁에 또, 술 한 잔
셋째: 아침에 쿄토를 마저 구경 -> 오후에 히메지성으로 이동 -> 다시 오사카로 이동

이번에는 셋째날 히메지성에서 다시 오사카로 출발한 이후의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오사카로 돌아왔다. 다행히(?) 저녁을 먹고 와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_-a
밥 제대로 안 챙겨먹으면 예민해지는 성격이라. 끼니는 제때 챙겨먹는 게 중요하다. ㅎㅎ

이곳은 사진에도 작게 보이는 이름대로, TOYOKO INN이라는 체인점이다. 일본에 많은 곳에 지점이 있는 숙소 체인인데, 비교적 저렴하고 깔끔해서 출장자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무역상사에 근무하는 지인들의 조언.

숙소를 어디로 갈 것인지도 정하지 않고 오사카에 돌아온 후에야 이 곳을 생각해내고 찾아갔다. 전화는 미리 해봤는데 방이 있었고 5명이 15000엔 정도 들었을 것 같다. 자세한 건 기억 안남. 아무튼 일본, 오사카 시내 물가로선 괜찮은 곳.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디든 숙소에 가면 여권 내밀고 뭐 적고... 아 귀찮어.

3인실이 없어서 2인실 2개, 1인실 1개를 달라고 했는데 결국 1인실은 가위바위보에 이긴 대근이형 차지.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유일하게 담배를 안피는 내가 1인실을 썼어야 하는데! (다음날 아침에 이런 생각이 들어서 무지 억울했다.)


숙소를 먼저 잡은 후 우진이의 후배를 만나기로 했다. 콘서트 반주를 맡아줘서 알게 된 여자앤데 마침 오사카를 여행한다고 해서 저녁에 만나기로 한 터. 우리가 오사카로 들어온 시간이 조금 늦어서 약속도 늦춰졌다. 대신 저녁은 사주기로 했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집 메뉴판은 다 찍어왔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다. 먹어보고 싶은 게 아주 많지만 의욕대로 다 먹을 순 없고 아쉽구만. 물론 여기가 특별한 곳은 아니지만 일본의 이자카야들은 대게 이렇게 음식이 괜찮은 것 같다.

메뉴판을 봐도 그렇고, 팔고 있는 음식을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 술집들이 많이 따라가는구나 싶다. 광고쟁이들은 cf 베끼고, pd들은 프로그램 베끼고, 술집이나 놀이문화도 일본 유흥가를 벤치마킹하고, 싫으나 좋으나 뒤에서 쫓아가는 입장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먼저 도착한 시원한 맥주 한 잔

일본 술집에는 여러 종류의 일본소주, 청주, 가벼운 칵테일을 파는데 대체로 맛이야 뭐 그럭저럭이지만 너무 약해서 쥬스 같다. 술도 음식문화의 일부니 호기심에 이것저것 맛보긴 했지만 술 자체로는 맥주가 제일 나은 것 같다. 일본도 나름대로 자기네 맥주 브랜드를 갖고 있고 맛도 괜찮은 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 음식, 하면 떠오르는 나베 요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건 요새 유행하는 오므라이스 전문점의 음식 같아 보이기도 하고 계란말이나 오믈렛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름은 '오코노미야키'의 일종으로 나와있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오코노미야키랑은 좀 다른 변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녀석도 감자전 비슷한 녀석인데 '오코노미야키'의 일종.


------------
일본의 술집은 방바닥에 앉으면 상 밑으로 다리가 내려가는 일본식 구조의, 홀보다는 주로 방에서 술을 마시는 듯 하다. 음식도 한국 사람 입에 맞는 게 많고(물론 너무 달거나 짠 것도 많지만) 분위기도 한국 사람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 인테리어. 게다가 밤에 시내에 이런 술집이 많다는 것도 한국하고 참 비슷하다.

외국에 몇 군데 가보니 한국처럼 밤에 술 마시고 싶으면 아주 쉽게 술집을 찾아 밤을 샐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중국에서도 밤에 술 마시고 달릴 만한 곳이 워낙 별로 없다. 너무 비싸거나 고급스런 분위기, 혹은 택시타고 좀 멀리 가는 곳까지 포함해도 몇 곳 안되는 상황.

반면 일본은 밤에 시내에 가면 새벽까지 영업하는 술집이 많은 게 참 한국과 비슷한 느낌이다. 처음에 오사카 시내에 갔을 때 외국이라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아서 뭔가 억울했던(?) 생각이 난다.

이렇게 은근히 익숙한 게 많다니, 지난 역사를 떠올리게 만든다. 한국 사람으로선 좀 화나는 일.

--------------


일본에서 만난 초면의 우진이 아는 동생, 그리고 그 동생의 친구와 술 한 잔과 저녁을 마치고 1차 자리를 떴다. 후배들을 배웅하고 다시 우리 일행끼리 2차로 고고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느낌이 대낮처럼 나왔는데 밤이다. 초밥을 만드는 형상일 가능성이 99%인데 왠지 느낌은 바둑이나 장기 둘 때 알을 내려놓는 분위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술집, 저 술집, 어슬렁거리다가 내가 "북해도(홋카이도) 음식을 파는 곳인가보네." 한 마디에 바로 이 곳으로 결정했다. 뭔가 있어 보이는 거, 너무 비쌀 것 같진 않은 느낌, 여행온 사람들은 이런 느낌이 들 때 발걸음을 돌린다.

메뉴야 그림판 보고 고르곤 했지만 술주문은 거의 언제나 홍석이형의 몫.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정하기 싫지만 많은 사람들이 글리에 들어와서 한 동안은 나와 홍석이형을 헷갈려 한다. 이젠 받아들일 수밖에. !*)#($)%*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이미 1차는 했고, 여행도 끝나가니 아쉽고, 밤은 늦었고, 약간 시니컬한 표정, 하지만 그 속엔 이 순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나의 셀카라네.

아침에 면도를 해도 저녁때가 되면 저렇게 슬슬 거칠거칠~ 수염 좀 안났으면 좋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작은 개인용 기본안주, 덜어먹는 밑접시, '북'글자가 깔끔하고 이쁘다.
1편이나 2편쯤에도 나왔나 기억이 안나는데, 저 스트레이트잔보다 조금 큰 소주잔과 뭔가 액체가 찰랑찰랑한 조그만 됫박은 다 술잔이다.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소주를 담아서 유리잔을 먼저 비운 후에 됫박(?)에 담은 소주를 다시 유리잔에 옮겨 담아 술을 마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행 기간 내내 회계를 맡아 금전출납을 담당했던 이동훈. 일행 모두 나이 차이가 별로 안나지만 천상 막내 역할은 이동훈이다.

이번 여행의 금전지출 결과를 엑셀 파일로 작성했다고 하는데 같이 갔던 누구도 그 장부에 관심이 없다. ㅎ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이 안주 진짜 맘에 들었다. 저 벽돌 같은 것 안에 숯불을 넣어서 구워먹는다. 양이 너무 감질나게 적긴 한데 분위기는 좋다. 맛도 사실 특별할 것 없는데 이 구워먹는 분위기가 좋단 말이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술을 시키면 흔히 볼 수 있는 저 술병, 병술을 시키면 '도쿠리'라고 하던데 그게 아마 저 병 자체를 가리키는 말이...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3박4일의 여정을 마무리할 때가 가까운, 마지막 밤.

즐거운 마음으로 10년 지기들과 한 잔.

이제 다시 각자의 자리로.

이 친구들이 좋은 이유도 있을테고

반복되는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너무 싫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마지막 밤은 사람을 센티멘탈하게 만든다.

일행 중에 여자가 있었으면 서로 센티멘탈한 다른 일행과 사귀었을지도 모른다. ㅍㅎㅎㅎㅎ
(상상할라니 좀 그렇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터벅터벅, 그렇게 춥진 않은 길을 걸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
세 방향으로 파란불이 켜지는 교차로, 어디로 가도 파란불일 땐 방향이 어디든 일단 건너고 본다.




- - - -  - - - - - - - - -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누우면 침대가 몸을 쏙 빨아들이는 듯한 기분. 수고한 다리를 주물러주고 TV채널을 돌려보다가, 둘이 있으면 할 말이 없는 우진이와 몇 마디 나누고 잠에 빠져든다.


- - - -  - - - - - - - - -









다음날 아침 해가 떴다. 그 날이 월요일이었으니 직장인들은 부지런히 출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이미 일을 시작했을 그 시간, 씻고 가방을 정리하고 바깥 바람을 쐬어 본다.

이렇게 볕이 좋은 평일 아침, 자유롭게 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숙소에서는 아침에 모닝롤이나 크로아상 같은 빵과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나는 공짜로 주는 음식도 무지무지 좋아하고 빵에 버터발라 먹는 것도 무지무지 좋아한다. 커피는 블랙에 설탕 조금만.... 좋아~ 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볕이 좋다보니 창가 자리는 덥기까지 했다. 비즈니스호텔에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영자 신문을 읽는 이유는? 정답: 한글 신문이 없기 때문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 파크'였던가, 유명 건축가가 디자인한 쇼핑몰이다. 겨우 사진 한 장이지만 이것만 봐도 대충 지은 범상한 쇼핑몰은 아닌 게 느껴진다.

공항으로 돌아가기 전에 최대한 근처를 돌아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선물 사는 일. 여행 기간 내내, 한참 작업(?) 중인 그녀를 위해 선물을 고르는 데 열심이던 송모군.

가오 잡는 데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녀석이 선물 사는 고민을 내내 하고 다니는 거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메다 역에서 처음 합류했던 일행이, 다시 우메다 역에서 헤어지게 됐다. 한 사람은 도쿄로 가는 신칸센을 타러 가야 하고, 나머지 일행은 공항으로 가야 한다.

주변에 사람이 없었던 터라 어쩔 수 없이 4명이 우선 찍고 교대로 한 장 더 찍어서 합성했다. 조금 보면 뭔가 어색한 연결. 5명이 같이 찍은 몇 안되는 사진.




티벳도 그렇고, 베트남도 그렇고, 출장도 그렇고, '혼자 다니는 여행'에 익숙했었다. 이번 여행도 혼자 가려던 것을 어쩌다보니 여럿이 가는 걸로 바뀐 거였다. 그런데 막상 같이 다녀보니 좋은 점이 많다. 가장 편리한 점은, 어디 구경할지, 어디서 먹고 잘지 매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아니면 누군가 생각을 해낸다는 점. 내가 길을 묻지 않으면 누군가 물어본다는 점, 여행에서 귀찮은 자잘한 일을 나눠서 한다는 점.

물론 일정을 모두 내 마음대로 짤 수가 없다는 단점도 있긴 하다.

이번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보다는, 가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여행이었기 때문에 같이 우루루 가는 편이 좋았다. 왁자지껄 떠들고 구경하고, 밤에는 술 마시며 떠들고 웃고.

요리를 먹으러 식당에 갈때는 사람이 많아야 좋다. 여러 사람이 여러 가지 요리를 시키면 골고루 질리지 않게 여러 가지를 먹어볼 수 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한 가지 요리를 자세하게 맛보고 싶다면 혼자 가는 것도 때에 따라선 좋은 선택이다.

몰려다니는 재미가 좋아서, 언젠가 일행들과 다음에 또 여행을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했다. 누군가 말을 꺼내니 그러자고, 다음에 또 같이 가자는 말이 나온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 대만도 좋고 중국도 좋고 베트남도 좋다고 내가 이야기했다. 이곳들은 물론 차이가 있지만 물가가 높지 않고 거리도 너무 멀지 않다. 어디가 될진 모르겠다. 다시 가자고 하면 일행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다.

주말에 기다렸다 복권번호를 맞춰보는 것처럼 가을 무렵까진 슬슬 생각하며 이런 저런 계획을 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