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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출장, 홍콩 출장, 대만 출장

thezine 2010. 9. 18. 02:42
 사실 대만은 최근엔 한 번밖에 가지 않았지만 아무튼, 홍콩과 중국(광주, 북경)을 몇 번 오가다 보니, 출장지의 느낌이 익숙하고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지겹다.

 특히나, 서울에 비하면 너무 무덥고 눅눅하거나(대만, 홍콩, 광주) 아니면 너무 날씨가 안 좋고 길이 막히고 공기가 안 좋거나(북경) 해서 그렇게 상쾌했던 기억은 없다. 그나마 대만이 공기는 제일 좋았긴 했지만.

 아무튼, 호텔에서 매일 밤 술을 많든 적든 마시고 잠이 들 때면 에어컨이 거의 언제나 켜있던 것 같다. 끄고 자려고 했다가도 결국 답답해서 다시 켜긴 하지만, 좁은 호텔방에서 근처에서 맴도는 에어컨 공기가 상쾌할 리 없다.

 호텔의 좋은 점은 침대 시트 만큼은 집보다 자주 가는 것들이니 더 상쾌하다는 점 정도. 베개 위에 10위안(1700원) 짜리 하나 올려놓고 나가면 청소도 싹 되어있고 욕실에는 새 수건들이 걸려있다는 점 정도다. (팁은 굳이 주지 않아도 청소/수건갈이는 해준다. 하지만 경험상 팁이 있을 때 소모품을 갈아주는 인심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예를 들면 반 병 물을 마시고 놔두었을 때 새 물을 한 병 놓아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 같은... ㅎㅎ)


 북경은 아주 오랜만에 다녀왔다. 중국 사람들끼리도 북방, 남방을 구분하지만 나 역시도 어학연수부터 시작해서 전 직장의 주요 출장지들이 모두 남방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보니 아무래도 남방 지역이 익숙하다. 아니, 북방지역이라곤 가본 곳이 거의 없다.

 잘 모르던 북경에서, 동료들의 입이 되고 귀가 되어 며칠을 보내고 왔다. 북경의 자욱한 스모그와 저녁에 샤워할 때면 코 안의 검은 먼지들에서 벗어난 것이 우선은 반갑다. 중국 대도시의 소음 공해, 광고 공해, 매연 공해에서 지내다 오면, 한국은 참 평온하고 널널한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느낌은 대만에 가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대적인 쾌적함을 유지하면서도 경제가 활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대만 경제는 무기력한 느낌이 든다고, 전 글에 썼다.)



 호텔방에 있다 보면 모든 게 돈으로만 보이고(유료 인터넷, 비싼 미니바 가격표, 룸서비스 메뉴판 등등) 에어컨 바람에 차가워진 깨끗한 흰 시트 속으로 들어가며 피곤한 하루를 마감하는 게 익숙해진다. 수건을 아낄 필요 없이 간편히 샤워를 하고, 욕실에서 티비를 볼 수 있는 곳에선 반신욕을 하며 티비를 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지만, 출장지의 밤이 포근하고 쾌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집에서 더위 때문에 에어컨을 켜놓긴 했지만, 잠자리에 들려는 이 느낌은 출장지와는 영~ 다르다. (틀리다 라고 쓰려다 맞춤법을 떠올리고 바꿨다.) 냉장고 안에 내가 흘린 음식자국이 그대로 있는 것 같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를 그리워하고 내가 그리워했던 가족이 있다는 가장 중요한 것까지, 집은 다른 어느 공간과도 다른 곳이다.

 이 공간을, 내 가정이 너무 소중하고 내가 직접 지켜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난다. 늦게서야 철이 든 건지도 모르겠다. 집이 좋다.